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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文도 안타까워한 ‘라면 화재’ 형제 사건… ‘각별한 대책’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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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서 “제도적 보완방안도 찾으라”

세계일보

지난 1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10살·8살 초등학생 형제끼리 라면을 끓이려다 불이 나 둘 다 전신에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화재가 발생한 주택 내부. 인천 미추홀소방서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보호자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먹으려다 불이 나 중태에 빠진 인천 초등학생 형제 사건을 두고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각별한 대책을 세워달라”고 22일 지시했다.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아동 관련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날 여야가 합의한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사각지대 위기아동 관련 예산 47억원이 추가로 편성되기도 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아동이 가정에서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 사례가 드러나 모든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며 “조사인력을 늘려 아동학대 사례를 폭넓게 파악하는 등 각별한 대책을 세워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또 “대책이 거기서 멈춰서는 안된다”며 “아동이 학대받거나 방치돼 이웃이 신고하더라도 부모의 뜻에 따라 가정에 다시 맡겼다가 비극적 결과로 이어지곤 했는데,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강제로 아동을 보호하는 조치를 포함해 제도적 보완 방안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자주 안타까움을 표했고, 두 어린이에게 국민의 성원이 이어지고 있다는 보고도 받았다”면서 “두 어린이가 하루 빨리 건강을 되찾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4일 오전 11시20분쯤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의 한 빌라 2층 집에서 불이 나 집 안에 있던 A(10)군과 B(8)군 형제가 각각 상반신 3도 중화상과 다리 1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형 A군은 화상이 심각하고, 동생 B군은 연기를 많이 마셔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화재 속에서도 동생을 지키려 책상 아래 웅크리게 하고 이불을 둘러싼 것으로 전해졌다.

이 형제의 엄마 C(30)씨는 전날부터 집을 비운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평소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ADHD)가 있는 큰아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 차례 때리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A군 형제는 가정보육을 고집한 엄마 C씨의 반대로 유치원을 다니지 못했고,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돌봄교실을 단 한 차례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부모 가정에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인 C씨 가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의 여파로 아이들이 등교를 하지 못하고, C씨가 참여해왔던 자활근로 사업이 중단돼 생활고가 심해지면서 돌봄 공백 상태가 더 악화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다행히 A군 형제를 향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A군 형제를 돕는 사단법인 학산나눔재단에 따르면 이 형제에 대한 후원·기부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소방서 등 공공기관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날 여야가 전격 합의한 4차 추경에는 A군 형제의 사건과 관련해 사각지대 위기아동 보호 강화를 위한 상담시설 보강, 심리치료 인프라 확충, 아동보호 전담요원 조기배치 등을 위한 예산 47억원이 추가로 반영되기도 했다. 여야는 해당 예산 편성에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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