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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한반도 프로세스' 재가동한 文…판 키워 北 화답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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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the300](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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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제75차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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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종전선언'을 화두로 꺼내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4·27 판문점 선언의 상징인 종전선언을 환기하는 것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개선의 선순환이라는 기존 '한반도 프로세스'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다"며 "한반도에 남아있는 비극적 상황을 끝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돼야 한다"며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고, 나아가 세계질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초 '하노이 노딜'과 함께 사실상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종전선언을 다시 화두로 꺼낸 건 다분히 북한을 향한 메시지로 평가된다. 남북 정상 간 첫 합의인 4·27 판문점 선언 속 상징을 언급하는 것으로 등돌린 북한을 움직여보겠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는 얘기다.

4·27 판문점 선언 속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상호 간의 노력을 약속한 3조3항에서 종전선언의 적극 추진 의사를 명시적으로 담았다.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문화 했다.

이후 6·12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개최 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 개념으로 종전선언이 주목 받으며 문 대통령이 가장 강한 실현 의지를 보였었다. 북한의 비핵화를 담보로 체제안전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정치적 선언 성격의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데 한미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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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2018.09.19.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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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평양 선언 도출 직후 찾은 2년 전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핵심 화두도 종전선언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한반도는 65년 동안 정전 상황이다. 전쟁 종식은 매우 절실하다. 평화체제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며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타이밍을 놓쳤고, 이후 중국이 적극 개입하면서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선언의 주체를 3자로 할 것인지, 4자로 할 것인지에 대한 형식 논리에 갇혀 협상 카드로서의 생명을 잃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의 이행 전망에 대한 질문에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해소될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하노이 노딜'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이후 공개석상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하는 일은 없었다.

지난해 74차 유엔총회에서는 비무장지대(DMZ)의 국제평화지대화 구상,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 '평화 경제론' 등 기존 대북 메시지를 반복했지만 이미 교착상태가 굳어진 남북관계를 복원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지만, 북한은 오히려 4·27 판문점 선언 속 다른 상징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이후 남북관계는 교착 상태에 빠졌고, 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계속 메시지를 보냈지만 북한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COVID-19) 위기 앞에서 국제사회가 전통적 군사 안보가 아닌 포괄적 안보의 필요성을 확인했고, 변화된 안보 개념에 따른 접근법에 따라 북한을 다자협력의 틀 안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세계는 자국의 국토를 지키는 전통적인 안보에서 포괄적 안보로 안보의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며 "이제 한 국가의 능력만으로 포괄적 안보 전부를 책임지기 어렵다. 한 국가의 평화,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경을 넘는 협력이 필요하며, 다자적인 안전보장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 몽골,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새롭게 제안했다. 코로나19를 매개로 남북 간 방역·보건협력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전혀 호응하지 않자 다자협력의 틀로 범위를 확대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건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한반도 프로세스의 가는 길이 결정될 전망이다.


文대통령 "한국전쟁 70년, '한반도 종전선언' 할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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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제75차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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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한반도에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 지지를 요청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돼야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다”며 “한반도에 남아있는 비극적 상황을 끝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고, 나아가 세계질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며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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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2018.09.19.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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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 주제는 ‘포용성이 강화된 국제협력’이었다. ‘종전선언’에 대한 의지도 이 주제를 바탕으로 나왔다. 아울러 코로나19(COVID-19) 극복과 기후변화 대응, 경제협력 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포용성이 강화된 국제협력은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고 함께 자유를 누리면서 번영하는 것”이라며 “자국 내에서는 불평등을 해소해 이웃과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하는 것이고, 국제적으로는 공동번영을 위해 이웃 국가와 협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함께 잘사는 ‘평화경제’를 말해왔다. 또 재해재난,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남북 간 협력을 강조했다”며 “오늘 코로나 이후의 한반도 문제 역시 포용성을 강화한 국제협력의 관점에서 생각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 몽골,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한다”며 “여러 나라가 함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협력체는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다자적 협력으로 안보를 보장받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기후변화 대응에 성공하기 위해선 ‘포용성이 강화된 국제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선진국이 수백 년, 수십 년에 걸쳐 걸어온 길을 산업화가 진행 중인 개도국이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도국과의 격차를 인정하고 선진국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최선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가교 역할로 기후 대응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개도국에 한국의 경험을 충실히 전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밖에 “한국이 코로나를 극복하고 있는 힘은 인류가 만들어온 가치, 유엔이 지켜온 가치들이었다. 코로나를 이겨낼 답은 멀리 있지 않다”며 “인류 보편 가치에 대한 믿음이라는 유엔헌장의 기본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다자주의’를 통해 더욱 포용적인 협력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文대통령은 왜 ‘종전선언’을 꺼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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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제75차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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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포용성이 강화된 국제협력’을 주제로 연설을 했는데 키워드는 '종전선언'이었다. 종전선언은 2년전 최종 문턱까지 갔다가 매듭짓지 못하고 어정쩡해진 상태다.

코로나19(COVID-19)란 전 세계적 위기에서 다자주의에 입각한 국가 간 연대와 협력만이 살 길이란 게 이날 문 대통령 연설의 뼈대였다.

정확히 말하면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얘기하려고 포용성이 강화된 국제협력을 강조했다. 힌트는 지난 19일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맞아 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찾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평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9·19 남북합의는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남북합의는 종전선언 등 한반도에서 전쟁을 영구적으로 종식시키는거다.

문 대통령은 평소 역사에서 그저 지나가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역사에서 한번 뿌려진 씨앗은 언제든,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열매를 맺는 법이란 게 문 대통령의 지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유엔 총회는 열매를 맺게 할 좋은 토대다. 한국전쟁 70주년이란 상징성도 있다. 물론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하자고 해서, 단번에 되는 건 아니다. 문 대통령 역시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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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후 평양 옥류관에서 오찬을 하다 평양소주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09.19.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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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란 전세계적 위기가 역설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북한 역시 경제·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모멘텀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은 산과 강, 바다를 공유하면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감염병과 자연재해에 함께 노출되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함께 협력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그간 수차례 북한에 대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침묵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고 대화의 문을 열어놨다. 문 대통령은 “지금도 한반도 평화는 아직 미완성 상태에 있고 희망 가득했던 변화도 중단됐다”면서도 “그러나 한국은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생각은 명확하다. 한반도 평화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고, 세계 평화로 이어질거란 것이다.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게 한반도 ‘종전선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가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전 지구적 위기 상황이고, 북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결말을 지어야한다"며 "어쩌면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힘들 수 있기 때문에, 한반도 화해와 번영을 위해 종전선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econph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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