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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30년 휴대폰시장 빅뱅①]"요즘 폰 뭘로 사?"…폰 사는 법,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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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부터 이어진 이통사 대리점 판매 구조, 코로나에 '흔들'

중저가폰·선택약정 확산으로 대리점·판매점 판매 약해져

뉴스1

국내 스마트폰 유통 시장의 '대세'가 흔들리고 있다. 이동통신사 모델과 자급제 모델을 합친 갤럭시Z폴드2 사전 예약 물량이 최종 8만대를 돌파했다. 2020.9.1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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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30년 이상 굳건히 이어져 내려온 이동통신사 중심의 휴대전화 유통시장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러시아 등 글로벌 시장은 휴대전화 단말기는 제조사 매장이나 유통망을 통해 구매하고, 이동통신 서비스는 별개로 가입하는 자급제 비중이 높지만 유독 한국만 이통사가 단말기 유통을 쥐락펴락해왔다.

1980년대부터 30년 이상 고착화된 이같은 구조는 '보조금'을 직접 규제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2014년부터 시행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고 지난해 5세대(5G) 통신 상용화와 올해 초부터 전세계를 뒤흔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급변기를 맞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통시장 태동기, 대리점 구조는 안정적 공급 장점도

국내에서 이동통신 서비스가 본격화된 지난 1990년대에는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통해 단말기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SK텔레콤과 신세기이동통신 두 곳뿐이었던 이동통신사들은 안정적인 단말기 공급을 위해 중간 유통 과정없이 제조사로부터 직접 단말기를 받아 대리점을 통해 판매했다. 제조사들 역시 이동통신시장이 막 시작하던 당시에는, 생산 물량을 안정적으로 매입해가는 이동통신사들을 통한 판매를 선호했다.

이후 1996년도와 1997년도에는 KTF(현 KT)와 한솔PCS,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업계에 신규 사업자들이 진입하고 개인휴대통신(PCS)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휴대폰 유통시장도 커졌다. 이동통신사 직영 대리점뿐 아니라 판매를 전문으로하는 판매점이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당시 이동통신사들이 점유율 확보를 위해 보조금 및 판매장려금을 경쟁적으로 지급하면서 같은 제품, 같은 요금제를 사용하더라도 휴대전화 구매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져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이에 정부에서는 2000년 6월에 보조금 금지 조항을 명시하도록 명령하고, 일부 사업자에 1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일부 유통 상황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를 이용해 휴대전화를 싸게 구매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호갱'(호구 고객)으로 전락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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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26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스S2 LTE 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갤럭시S2 LTE'와 '갤럭시S2 HD LTE"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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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부터 이어진 이통시장 '대리점 판매보조금' 구조…"백약이 무효"

이때 자리잡은 '보조금'은 국내 휴대전화 유통 시장의 고질병이 됐다. 특히 롱텀에볼루션(LTE) 4G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 2011년에는 이동통신사들뿐 아니라 제조사들의 스마트폰 판매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차별적 보조금 지급 행태가 극에 달하기도 했다.

이에 2014년 정부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통해 보조금 제한을 법제화했다. 이용자간 차별이 없도록 '공시'된 동일한 지원금을 지급하고 지원금에 상응하는 '선택약정'을 도입한 게 핵심이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이동통신사들은 수백억대 과징금을 부과받으면서도 가입자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며 소비자 차별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실제로 단통법 시행 이후로도 불법보조금을 지불하는 매장을 찾아 '발품'을 팔거나 온라인에서만 비밀리에 영업하는 커뮤니티·밴드 등 '온라인 성지'를 찾기 위한 '클릭품'을 들인 사람은 휴대전화를 싸게 살 수 있었다.

특히 5G 상용화 첫해인 2019년 이동통신3사는 지난해 마케팅 비용으로 ΔSK텔레콤 3조700억원 ΔKT 2조7382억원 ΔLG유플러스 2조2460억원을 지출해 2014년 단통법 도입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단통법은 각계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개정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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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고가 57만2000원의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51 5G (삼성전자 제공) 2020.4.28/뉴스1(삼성전자 제공) 2020.4.2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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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저가폰·선택약정 확산으로 '자급제 폰' 대안으로 떠올라

이처럼 고착화된 휴대전화 유통 시장 구조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변화를 겪고 있다.

비대면이 선호되면서 이동통신사 대리점·판매점을 통한 판매가 줄고, 가성비를 내세운 중저가 폰이 인기를 끌며 공시지원금의 효용이 떨어진 탓이다.

실제로 국내 시장엔 100만원대 플래그십 모델만 주력하던 제조사들은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19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자 해외 시장용으로 출시했던 중저가 라인업을 국내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출시했다.

출고가가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중저가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25% 요금할인을 받는 국내 자급제 스마트폰 시장의 인기도 급격히 올라갔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2020년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 중 자급제 비율은 11.8%을 기록할 것"이라며 "지난 2012년 자급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자급제 비중이 1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또 지난해 4월 이뤄진 세계 최초 '5G 상용화'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유통 시장변화와 맞물려 자급제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롱텀에볼루션(LTE) 4G에서는 요금 할인폭이 높지 않았던 선택약정이, 5G 도입 이후 요금제가 월 5만5000원에서 월 13만원까지 높아지면서 선택약정의 혜택이 커졌다.

또 최근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도 자급제를 선택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5G 상용화 이후 가입자 유치를 위한 지원금 경쟁으로 영업이익 하락을 면치 못한 이동통신사들이 '짠물 공시지원금'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도 가장 저렴한 5만5000원의 요금제를 제외하면 24개월간 25%의 요금을 할인받는 선택약정의 할인폭이 '공시지원금'보다 더 크다.

이같은 유통시장의 변화는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도 '제 살 깎기' 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동통신사간 보조금 경쟁이 존재하는 공시지원금보다는 선택약정이 많아지면 (통신사 간) 과도한 경쟁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며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도 자급제 시장 성장이 아예 반갑지 않은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자급제 단말기는 소비자·국회의 요구로 5G 단말기라도 LTE로 가입할 수 있게 됐고 단말기 판매와 결합한 고가요금제 판매가 어려워지면서 다만 자급제가 지속적으로 확산될 경우, 향후 이동통신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낮춰 영업이익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국의 판매점 및 대리점 등 유통일선에 일자리가 사라지는 문제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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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승래 의원실 제공) 2020.07.2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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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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