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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아파트 대체’로 뜨나 했더니-공급 과잉·취득세 중과…오피스텔 ‘된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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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시장 규제로 풍선효과를 톡톡히 보던 오피스텔 시장에 다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분양을 진행한 오피스텔 일부 단지에서 미분양이 발생하고 투자 수요도 급격하게 줄었다. 정부가 7·10 대책의 후속 조치로 마련한 지방세법 개정안이 지난 8월 12일부터 시행된 후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해서도 취득세가 중과되면서다. 취득세를 중과할 때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하면서 오피스텔 거래량과 청약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청약홈을 통해 분양한 오피스텔 단지는 모두 청약이 미달됐다. 이들 단지는 서울 구로구, 광주 서구, 인천 미추홀구에서 분양한 ▲이안논현오션파크 ▲주안역미추홀더리브 ▲센트럴광천더퍼스트 ▲칸타빌레8차 오피스텔 등이다. 이안논현오션파크는 380가구 모집에 23명이 청약을 신청한 데 그쳤고, 주안역미추홀더리브는 345가구 모집에 59건의 청약만 접수됐다. 센트럴광천더퍼스트 또한 436가구 모집에 청약 건수는 9건에 불과했다. 칸타빌레8차 오피스텔 역시 360가구 모집에 96명이 청약을 접수하며 미분양을 기록했다.

공급 단지 또한 대폭 줄어든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오피스텔 공급 물량은 총 5203가구, 청약 건수는 5만2265건. 7월 공급 물량은 2905가구, 청약 건수는 3만3215건이다. 그러다 지난 8월 공급된 오피스텔이 총 1496가구, 청약 건수는 187건으로 확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공급된 신축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도 6월 14.2 대 1, 7월 13.3 대 1, 8월 0.1 대 1로 확연하게 감소했다.

오피스텔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시장 내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며 시장에서 아파트의 대체 상품으로 여겨져왔다. 올해 강도 높은 규제가 연이어 시행된 가운데 오피스텔이 아파트 대비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6·17 부동산대책과 7·10 부동산대책이 연이어 발표된 후 오피스텔의 매매거래와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상가정보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7월 전국 오피스텔 거래량은 4504건.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래 7월 기준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피스텔 가격도 상승세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기준 전국 오피스텔 3.3㎡당 평균 매매가격(전용면적 기준)은 1649만원으로 직전 달 1557만원 대비 5.8% 상승하기도 했다.

매경이코노미

주택 시장 규제의 풍선효과로 주목받던 오피스텔 시장이 다시 얼어붙는 모습이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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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용 오피스텔 취득세 최고 12%

오피스텔 시장이 단기간에 위축된 이유로 전문가들은 취득세를 중과할 때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하기로 한 것이 결정적이라고 분석한다. 정부가 지난 8월 12일부터 시행한 지방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오피스텔을 구매해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추가로 주택을 매입할 때 취득세가 중과된다. 그동안 주택으로 포함하지 않던 분양권이나 재개발·재건축 입주권이 주택 수에 대거 합산되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주거용 오피스텔도 포함됐다. 그동안 양도소득세의 경우에는 입주권과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해 세율을 따졌지만 취득세는 이들을 주택으로 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무주택자가 오피스텔을 10채 갖고 있더라도 첫 집을 마련할 때는 1주택 세율로 취득세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거용 오피스텔이 주택 수에 포함돼 중과된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 수도권 등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주거용 오피스텔 한 채를 사놓으면 향후 아파트를 살 때 취득세가 8% 부과된다. 주거용 오피스텔을 두 채 이상 산다면 취득세율은 12%로 올라간다. 예컨대 주거용 오피스텔을 2채 보유한 사람이 향후 서울에서 6억원짜리 아파트를 1채(전용 85㎡ 이하) 구매할 경우, 예전에는 취득세로 6억원의 1.1%(660만원)만 내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3주택자가 되는 것으로 간주해 12%의 취득세 외에 지방교육세가 0.4%, 총 12.4%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취득세로만 7440만원을 내는 셈이다. 만약 서울 같은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비조정대상지역에서 세 번째 주택을 사더라도 지방교육세 포함 8.4%(5040만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과잉 공급으로 임대 수익률 하락

가뜩이나 취득세 중과로 오피스텔 투자 매력이 반감됐는데 입주 물량이 물리면서 오피스텔 과잉 공급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피스텔 공급이 꾸준히 증가해왔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아파트와 달리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대안 투자처로 각광받았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8년 전국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7만9833가구에서 지난해 9만3619가구로 17.3% 급증했다. 올해는 상반기 입주 물량만 3만3910가구에 이르고, 하반기에도 4만127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수요 대비 공급이 과도하게 늘면서 수익률이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전국 오피스텔 평균 임대수익률은 4.84%로 2015년 상반기(5.52%)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법 개정 여파로 주거용 오피스텔 관련 사업의 진행을 무기한 연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몇 년간 공급 물량이 누적되면서 이미 공급 과잉에 가까운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공급 과잉 논란이 이어지고 오피스텔 임대 시장이 위축되자 건설사들도 분양 완급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건설사들은 2015~2018년 매년 평균 8만가구 이상을 쏟아냈지만 지난해와 올해 공급량은 각각 4만6991가구와 4만161가구로 과거 대비 반 토막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텔 매매-전세 역전 현상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오피스텔 시장에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넘어서는 ‘깡통 오피스텔’이 속출하고 있다. 임대차법 개정으로 전세매물이 부족해지면서 전세가격은 상승하는 반면 취득세 중과 등으로 매수세가 약해지고 다주택자·임대사업자들이 정리하는 매물은 늘어나면서 매매가격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깡통전세가 되면 경매가 되더라도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일례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큐브’ 전용 16㎡는 매매 호가가 1억500만~1억2000만원인 반면 전세는 1억3000만~1억4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3000만원가량 높은 셈이다. 영등포구 당산동 ‘리버뷰’ 전용 20㎡도 매매가는 1억4000만~1억4500만원인데 같은 면적 오피스텔 전세가격(1억5000만~1억6000만원)이 매매 호가를 웃돈다. 강남구 역삼동 ‘강남역서희스타힐스’ 전용 23㎡는 전세가가 2억원, 매매가는 1억7700만원 수준이다. 2014년 자곡동 강남보금자리지구에서 공급된 ‘강남지웰홈스’ 전용 29㎡는 매매가가 2억1000만원, 전세가는 2억2000만원으로 전세가 매매보다 1000만원가량 높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7호·추석합본호 (2020.09.23~10.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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