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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권 타율은 허상이다? LG 김현수는 통계를 비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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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현수.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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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현수. 스포츠동아DB
득점권에서 5타수 2안타. 이 경우 득점권 타율은 0.400로 준수한 듯하다. 하지만 이후 득점권 세 타석에서만 무안타로 침묵해도 지표는 0.250까지 떨어진다. 찬스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주는 ‘클러치 히터’에 대한 로망은 야구팬 누구나 갖고 있지만 이를 판단하는 지표로 득점권 타율은 적합하지 않다. 통계적으로 득점권 타율은 결국 통산타율에 수렴한다.

하지만 어느 지표나 통계를 어그러뜨리는 별종, ‘아웃라이어’가 존재한다. 올 시즌 득점권 타율에서는 김현수가 생태계를 독점하고 있다. 김현수는 22일까지 112경기에서 타율 0.351(439타수 154안타)로 펄펄 나는 중이다. 때려낸 154안타 중 3분의 1을 넘는 52안타를 득점권에서 집중시켰다. 득점권 타율은 0.505(103타수 52안타)에 달한다. KBO리그 단일시즌 득점권 타율 1위는 원년인 1982년 백인천(MBC 청룡)의 0.476(63타수 30안타)이다. 김현수는 백인천보다 40타수 더 들어갔는데 타율은 오히려 높다.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면 KBO리그 신기록이 쓰인다.

세이버메트릭스 관점으로 따져봐도 클러치 히터라는 타이틀이 딱 들어맞는다. 김현수의 WPA(Win Probability Added·승리확률 기여도)는 5.35로 리그 타자 중 유일하게 5를 넘겼다. 어느 잣대를 갖다대도 김현수의 해결사 능력을 부정하긴 어렵다.

5할이 넘는 득점권 타율을 시즌 끝까지 이어가는 건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다. 통산 타율에 수렴하는 약간의 조정이 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김현수는 통산 타율 0.320을 넘는 타격기계다. 통산 득점권에서는 타율 0.354를 기록하며 시즌 타율보다 약 3푼 웃돌았다. 커리어 내내 해결사 능력을 과시했기 때문에 약간의 조정기가 올지언정 대폭락 가능성은 낮다. 이미 커리어 네 번째 100타점 고지를 넘어섰으며(102타점) 생애 첫 타점 타이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8년 채은성이 세운 LG 타점 신기록(119개)도 가시권이다.

LG로서는 김현수 앞에 주자를 쌓아야 득점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김현수는 올 시즌 득점권 127타석에 들어섰다. 1위 이정후(키움 히어로즈·170타석)에 비해 훨씬 적다. 주로 중심타선에 배치되기 때문에 테이블세터가 맛있는 밥상을 차려야 한다.

김현수는 1군 풀타임 첫해인 2008년부터 타격기계라고 불렸다. 1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타격기계는 데이터베이스를 쌓고 진화하며 매년 신작을 내왔다. 투수들의 기술이 발전하면 김현수는 그보다 두세 걸음 더 앞서간다. 타격기계의 2020년 버전은 정교함과 클러치 능력을 두루 갖춘 완전체다. 누군가 해결사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잠실구장을 바라보면 될 듯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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