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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옆마을 여성 성폭행범이 버젓이 마을이장으로 활동(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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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 한 집성촌…성폭행 혐의로 4년 복역

주민들 "불안"…"법적 근거 없어 해임도 어려워"

뉴스1

성폭행 일러스트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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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뉴스1) 박준배 기자 = 전남의 한 마을에서 지적장애 여성 2명을 상습 성폭행한 전과자가 마을 이장에 임명되면서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23일 전남 고흥군에 따르면 성범죄 혐의로 4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한 A씨가 올해 동강면 B마을 이장에 임명된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

A씨는 과거 물품 배송 일을 하면서 옆 마을 지적장애 여성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2015년 무렵엔 고흥의 또 다른 마을에서 지적장애 여성 집단 성폭행 사건에도 연루된 사실도 밝혀졌다.

A씨 등 40~70대 마을 주민 4명이 수년간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4년간 복역을 마치고 지난해 4월 출소했다. 출소 후 A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일용직 등을 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소 후 8개월이 지난 2019년 12월, 마을 주민들은 새 이장을 뽑기 위해 마을 총회를 열었다.

전임 이장이 연임할 수도 있었지만, A씨와 친분이 있는 한 주민이 A씨를 추천했고 노인 4명이 투표 없이 이장을 결정했다. '마땅한 직업도 없고 불쌍하니 마을 일이라도 하라'는 취지였다.

면사무소 면장은 올해 초 A씨를 그대로 이장에 임명했다. A씨의 성범죄 전력을 알았지만 임명을 제한하는 관련 규정이 없어서다.

이장 임명은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따른다. 시행령에는 '이장은 주민의 신망이 두터운 자 중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읍장·면장이 임명한다'고만 돼 있다. 결격이나 해임 사유는 명시돼 있지 않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B마을이 A씨와 같은 성씨가 모여 사는 집성촌이다"며 "왜 A씨를 추천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을에서 선출하면 면장은 임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성폭행범 이장'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집성촌이다 보니 A씨를 두둔하는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 주민들은 불안해하며 이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뉴스1과 통화에서 "시골에는 자식들을 도시로 떠나보내고 혼자 사는 할머니들도 많고 귀촌한 이들도 많아 불안하다"며 "이장이 공무 수행 중이라는 이유로 불쑥 집에 들어와도 말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장은 나라에서 돈을 받는 준공무원이다. 국가공무원법에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5년이 지나지 않으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하는데, 이장에겐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라며 "A씨를 이장직에서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한 관계자는 "장애인이 학대받거나 피해를 당하면 맨 먼저 신고하고 지켜줘야 할 사람이 이장인데 장애인 성폭행 전과자를 이장으로 임명했다"며 "이장은 공무수행을 이유로 사유지에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어 여성들의 불안감이 더 크다"고 전했다.

논란이 일자 전남도는 최근 일선 시군구에 성폭력 범죄자의 이통반장 임명 제한을 포함하는 조례 개정을 권고했다.

고흥군 관계자는 "A씨가 이미 형집행을 마쳤고 범죄 전력이 있다고 해 이장이 돼선 안된다는 규칙도 없다"며 "성폭력 범죄자의 이장 임명을 제한하는 조례안 개정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nofatej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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