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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내 돈 내고라도 맞겠다" 독감백신 품절될까봐 줄 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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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 입구에 독감 예방접종을 받으러 온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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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의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정부가 무료 접종사업을 중단한 지 이틀째인 23일 병원에는 유료라도 백신을 맞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 서부지부 입구에는 독감 백신을 맞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다. 건강증진의원 관계자는 “백신 문제가 불거져서 그런지 평소 보다 많은 사람이 오긴 했다”며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해서 1m 간격을 유지하고 줄을 서다 보니 줄이 훨씬 길어졌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21일 밤 11시 보도자료를 통해 “인플루엔자 조달 계약 업체의 유통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22일부터 시작되는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백신 유통 과정에서 냉장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상온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를 찾은 시민들이 독감 예방접종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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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예방접종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백신 품절’을 우려한 시민이 병원으로 몰리는 상황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충청북도 청주에 있는 한국건강관리협회 충북 세종지부 산하 건강증진의원 상황도 비슷했다. 이곳은 이틀 동안 8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위해 방문해 40~50명의 대기자가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소아청소년과에도 오후까지 백신을 맞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후 5시를 넘긴 시각 이 병원에는 5명의 대기자가 독감 백신 예방 접종을 기다리고 있었다. 6살 딸과 함께 병원은 찾은 방모(38)씨는“남편과 딸, 나까지 3명이 모두 유료 백신을 맞았다”며 “수입 백신이 국산보다 5000원 더 비쌌는데 혹시 국내 다른 백신도 문제가 있을까 걱정돼 수입 백신을 맞았다”고 말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줄을 서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하루에 20~30명 정도 전화 문의가 온다”며 “문제가 생긴 백신을 검사하는데 2주 정도 기간이 걸린다고 설명하면 대부분 기다리겠다고 하지만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찾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 품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산 인구보건복지협회의 경우 지난해 2만 명 분량의 백신을 확보했는데 올해는 현재까지 1만 명 분량만 확보했다고 한다.

23일 질병관리청과 신성약품에 따르면 21일 백신 문제 발생 때까지 시중에 납품된 신성약품 백신은 500만 명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문제의 독감 백신의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항목에 대한 시험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검사에는 2주 정도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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