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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새로운 것은 없었다”… 테슬라 배터리데이 ‘소문난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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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배터리 업계 안도

머스크 “3년 내 배터리 원가 56% ↓

2900만원대 전기차 내놓겠다”

배터리 기술 아닌 원가 절감 초점

근거 제시 않아 실현 가능성 의문

전기차 가격 경쟁 예고 파급 효과

세계일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테슬라 배터리데이 생중계 화면 캡처


‘섬싱 뉴(Something new·새로운 것)는 없었다.’

전 세계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테슬라 ‘배터리 데이’의 발표 내용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국내 완성차·배터리 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테슬라가 발표한 내용이 획기적이고 새로운 배터리 기술이 아니라 배터리 원가 절감에 초점이 맞춰지면서다. 배터리 단가를 낮추는 것은 모든 배터리 업체 공동의 목표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지 않았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한 핵심기술이나 근거도 거의 언급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22일(현지시간) 열린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제조공정 고도화를 통해 향후 3년 동안 배터리 원가를 56%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저렴한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3년 뒤 2만5000달러(약 2900만원)대의 전기차를 내놓겠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100GWh(기가와트시), 2030년까지 3TWh(테라와트시) 규모의 생산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머스크가 지난 4월 배터리 데이를 두고 “테슬라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날이 될 것”이라고 말한 뒤 부풀어올랐던 시장의 기대치에는 크게 못 미쳤다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기존 배터리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린 ‘100만마일 배터리’ 공개가 유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고,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를 거론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일부 있었다. 전문가와 업계에선 이날 발표가 지금까지 테슬라가 밝혀왔던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한 배터리 관련 정부출연기관 관계자는 “테슬라가 이날 밝힌 것은 원통형배터리와 실리콘 코팅 음극소재, 하이니켈 등인데 모두 새로운 것은 아니며 대부분의 배터리 업체에서도 검토하는 부분”이라며 “또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없고 각각의 기술들이 넘어야 할 ‘허들’이 많아 3년 안에 가능하다는 것에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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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가 발언하고 있다. 테슬라 배터리데이 생중계 화면 캡처. 연합뉴스


배터리 업계 관계자도 “새롭진 않았으나 단가 절감이라는 배터리 업계들이 지향하는 목표와 테슬라의 목표가 동일하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며 “이제 리튬이온형 배터리를 얼마나 싸게, 누가 먼저 양산할 것이냐의 문제일 것 같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한 달 내 완전자율주행 버전으로 업데이트된 ‘오토파일럿’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기대가 크지 않은 모습이다. 완전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현대차 등에서도 보유한 기술인 데다 기술 자체보다는 기술의 완성도나 안전성 등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꼽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은 없었지만 파급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새로운 기술들을 선보이며 전기차 시장의 독보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테슬라가 전기차의 가격을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놓으면서 결국 전기차 시장의 가격경쟁을 예고한 셈이다. 특히 내년부터 전용 전기차 브랜드인 ‘아이오닉’으로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미는 현대차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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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의 테슬라 매장에서 직원이 차량의 배터리 상태를 체크하는 모습. 뉴스1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저렴한 전기차까지 내놓는다면 전통적인 내연기관차 생산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는 완성차 업체엔 작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라며 “그만큼 전기차 시대가 앞당겨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이 전환 과정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엔 기회도 될 수 있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 배터리 수요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LG화학의 경우 현재도 테슬라에 원통형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어 테슬라의 새로운 배터리 계획에도 동참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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