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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브룩스 가족 무사하길"…경쟁 중에도 빛난 '동업자 정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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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승리하고도 KIA 브룩스 불상사 의식해 세리머니 생략

차명석 단장·이예랑 대표·허일후 아나운서 등 각계각층 응원 동참

연합뉴스

손혁 감독, 승리투수 한현희와 선수들 격려
9월 2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키움-KIA 경기에서 7이닝 3피안타 무실점 투구로 2-0의 승리를 이끈 한현희(가운데)가 경기를 마치고 손혁 감독의 격려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2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9회말 무사 1, 2루의 동점 위기를 극복하고 거둔 짜릿한 승리였다. 하지만 승리의 순간, 환호성은 작고 짧았다.

별다른 세리모니도 없었다. '7전 8기' 끝에 시즌 7승을 거둔 키움 선발 한현희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동료들을 맞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상대인 KIA의 외국인 에이스 에런 브룩스 가족에게 닥친 불상사를 걱정하는 마음이 그 속에 담겨 있다는 것을.

브룩스는 이날 가족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소식을 접하고 황급히 미국으로 출국했다.

KIA 구단에 따르면, 브룩스의 가족은 이날 신호 위반 차량에 큰 사고를 당했는데, 차량에는 부인과 자녀 2명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이날 키움전에 선발 등판한 KIA 양현종은 모자에 브룩스 아들의 이름인 '웨스틴(Westin)'의 이름을 적고 쾌유를 빌었다.

맷 윌리엄스 감독을 비롯해 KIA 선수단도 브룩스 가족의 이니셜을 적고 팀의 에이스에게 닥친 불행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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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하는 양현종, 브룩스 가족의 쾌유를 바라며
9월 2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KIA 경기에서 KIA 선발 양현종이 브룩스 아들의 이름을 넣은 모자를 쓰고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같은 야구인이라는 동질감 속에서 브룩스를 걱정하는 마음에는 아군과 적군의 구분이 없었다.

키움은 경기 내내 세리모니를 자제했다. 한현희는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승리의 기쁨보다 브룩스를 앞세웠다.

한현희는 "교통사고를 당한 가족들이 괜찮아지기를 기도하겠다. 브룩스와 대화를 한 적은 없지만 같은 KBO리그 선수이자 동료다. 우리 선수들 모두 걱정하고 있다"고 진심을 담았다.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도 브룩스 소식에 침통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그는 "브룩스 가족의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팠다"면서 "같은 아버지로서 어떤 심정일지 공감이 가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스트레일리는 "브룩스 가족들이 빨리 쾌유하고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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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스에게 응원 메시지 보낸 차명석 LG 단장
[차명석 LG 단장 인스타그램 캡처]



야구계를 비롯해 각계각층 인사들도 브룩스 가족의 쾌유를 기원했다.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우리의 기도와 마음이 당신의 가족과 함께할 것"이라는 글이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LG 선수단을 대표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도 브룩스 가족의 이니셜과 등 번호를 딴 '#WWMB36' 해시태그로 브룩스 가족을 한마음으로 응원했다.

MBC 아나운서 허일후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랜만에 연락이 와 조심스레 부탁하는 타이거즈의 주장 양현종 선수"라며 "이미 동료의 아픔을 깊이 새기고 있는 그 친구의 마음을 잘 알기에 야구팬의 한사람으로서 동참합니다"라고 야구팬들에게도 브룩스를 향한 응원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겉으로 보이는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고, 때로는 잔인하지만 이날만큼은 동업자 정신이 빛난 하루였다.

미국에 도착한 브룩스는 기도와 응원으로 힘을 보태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KIA 구단이 브룩스 가족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만든 영상을 트위터 계정에 올리고 "기아 구단과 열린 마음으로 나와 가족을 맞아준 한국의 모든 이들을 사랑한다"고 썼다.

이어 가족을 대표해 "너무나 힘든 시기에 우리 가족이 받은 모든 사랑에 감사드리고, 가족 모두가 살아 있음에 신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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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스 부부 "KIA 구단·팬들의 기도와 위로에 감사"
(서울=연합뉴스) 가족의 교통사고로 지난 22일 오후 미국 애틀랜타로 떠난 야구 KIA 타이거즈의 외국인 투수 에런 브룩스가 기도와 위로로 힘을 준 KIA 구단과 한국의 야구팬들에게 23일 감사 인사를 전했다. 브룩스는 KIA 구단이 브룩스 가족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만든 영상을 트위터 계정에 올리고 "기아 구단과 열린 마음으로 나와 가족을 맞아준 한국의 모든 이들을 사랑한다"고 썼다. 사진은 KIA 구단이 유튜브 계정에 올린 '브룩스 가족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영상. 2020.9.23 [KIA 타이거즈 유튜브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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