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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정은지의 차이나路] '상장 임박' 중국인이 사랑하는 식용유 공룡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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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식용유 점유율 1위 '진룽위'의 이하이자리 창업판 상장

매출 약 30조 '공룡기업'…상장 직후 시총 5위권 진입 전망

뉴스1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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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식용유 브랜드인 진룽위(金龍魚)를 보유하고 있는 이하이자리(益海嘉里)가 중국 선전거래소 창업판 상장을 추진한다. 증권가는 중국 창업판 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상장하게 되면 시가총액 2000억위안(약 34조3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단숨에 창업판 시총 5위권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으로 관측한다.

◇진룽위 앞세운 매출 30조원짜리 초대형 기업

이하이자리는 중국 최대 농산품 및 식품 가공 업체 중 하나다. 이하이자리의 대표 식용유 브랜드인 진룽위의 시장점유율은 33.7%로 1위를 기록 중이다. 이하이자리가 보유하고 있는 식용유 브랜드 3개의 합산 점유율은 약 38%로 2위 기업의 2배 높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식용유를 이용해 튀기거나 볶음 요리가 많은 중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민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하이자리는 식용유 뿐 아니라 소포장 형태의 식물유, 밀가루, 쌀 등 제품에서도 중국 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한 이하이자리의 지난해 매출액은 1707억위안에 달한다. 이하이자리의 실적은 향후 상장하게 될 창업판 내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지난해 기준 창업판 내 매출액 상위 3개 기업은 상하이강롄(1225억위안), 원스구펀(731억위안), 닝더스다이(CATL, 457억위안)다. 중국에 상장된 주식 중 시가총액 1위 업체인 마우타이(888억위안)의 2배가 넘는 수준임은 물론, 상장을 앞둔 마윈의 앤트파이낸셜(마이그룹)의 지난해 매출액(1200억위안)을 크게 넘어선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하이자리는 이번 IPO를 통해 전체 발행주식수(54억2200만주)의 10%에 해당하는 5억4200만주를 발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는 식용유, 조미료 등 공장 증설 및 가공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또한 헬스케어 관련 사업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중국식품업계에서는 육체적·심리적 건강을 아우르는 '대건강(大健康)'이라는 키워드를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대건강시장 규모는 2018년 5조4000억위안 규모에서 오는 2030년 16조위안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모가는 30~36위안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공모가가 밴드 상단인 36위안에서 결정된다면 이하이자리의 시가총액은 2000억위안에 육박하게 된다. 상장과 함께 닝더스다이(약 4670억위안), 마이루이의료(약 3900억위안) 등에 이어 창업판 시총 5위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이하이자리의 경영 지속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식용유, 쌀, 밀가루 등 모두 생활 필수품으로 업계에서의 위치와 브랜드 가치를 고려했을 때 기업 가치는 결코 적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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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룽위 홈페이지)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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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브랜드가 아니었어?"…재조명 받는 말레이시아 '설탕왕'

진룽위는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식용유 브랜드지만 공교롭게도 중국 본토 기업은 아니다. 중국인들 중에도 이 브랜드를 국내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는 소비자가 많지만 이하이자리는 말레이시아계 화교인 궈훠녠(로버트 궉) 케리그룹 회장이 세운 회사다.

이하이자리는 싱가포르에 상장된 윌마르인터내셔널(펑이궈지)이 윌마르차이나 등을 통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바토스(Bathos)가 지분 99%를 갖고 있다. 궈훠녠 회장과 그의 조카인 궈쿵펑이 설립한 윌마르 인터내셔널에는 미국의 농작물 가공 기업인 미국 ADM도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하이자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는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인(혹은 통제인)이 없다고 언급되어 있으나 궈훠녠 일가의 윌마르 인터내셔널의 지분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1923년생으로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난 궈훠녠은 24살이 되던 해 첫번째 기업을 창업할 정도로 어려서부터 비즈니스에 큰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1942년에는 일본 미쓰비시의 쌀 거래 부서에서 사무원으로 근무했으며 부친 사망 후에는 친척들과 '궉 브라더스'라는 회사를 차렸다. 1957년 말레이시아에서 설탕 회사를 세운 이후 말레이시아 설탕 시장의 80%이자 전세계 설탕 시장의 20%를 쥐고있는 '설탕왕'에 올랐다.

그가 중국 시장에 진출한 것은 1988년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화교들이 돌아와 기업을 세우는 것을 적극 지원하던 시기다. 궈훠녠은 이하이자리 이외에도 샹그릴라 호텔, 베이징 중심부의 궈마오빌딩 등을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번 상장을 통해 정통 중국 국내기업의 정체성을 강조할 계획을 갖고 있다. 무옌쿠이 이하이자리 총재는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하이자리의 중국 내 상장의 주요 목적은 자금 조달이 아닌, 상장 후 '진짜' 중국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이하이자리의 중국 내 업무 확장의 기초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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