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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홍재민의 풋볼인사이드] 토트넘 '원조' 슈퍼스타 베일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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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토트넘 홋스퍼에 임대생 신분으로 복귀한 가레스 베일(왼쪽)이 18일 영국 런던 루턴 공항에 도착해 팬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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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레스 베일(31)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로 돌아왔다. 세계 최고 몸값으로 화려하게 떠난 지 7년 만이다. 마드리드에선 어떨지 몰라도 런던에서는 엄연한 금의환향이다. 해리 케인(27)과 손흥민(28)이 토트넘의 현재라면 베일은 찬란한 과거다. 이영표(43)와 함께 뛰던 풋내기가 거물이 되어 손흥민의 동료로 가세한다는 한국 축구와의 인연도 흥미롭다.

베일은 소위 '운동 천재'다. 학창시절 카디프의 중장거리 육상 대표 선수였다. 14세 당시 100m 기록이 11.4초였다. 럭비와 하키에도 재능을 보였다. 축구 시간에는 오른발만 써야 했다. 주발인 왼발을 사용하면 다른 학생들과 차이가 너무 커, 학부모와 교사가 짜낸 로컬룰이었다. 베일은 왼발 사용 금지.

2006년 베일은 당시 2부 사우샘프턴에서 최연소 출전 신기록(16세 275일)으로 프로에 데뷔했다. 17세가 되던 2006~07시즌부터 베일은 이미 프로 무대에서 주전을 꿰찼다. 토트넘 수뇌부가 재빨리 움직여 영국 축구 최고 신동의 영입에 성공했다. 다니엘 레비 회장과 다미앙 코몰리 단장은 베일에게 등번호 3번을 선물했다. 이때 두 시즌 동안 충직하게 레프트백 자리를 지킨 이영표가 18세 신입생에게 등번호를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수뇌부의 야심작을 어떻게든 기용해야 하는 마르틴 욜 감독은 위치선정에 서투른 베일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욜 감독은 안정적인 이영표를 레프트백, 베일을 레프트윙 포지션에 세우는 고육지책을 짜냈지만 효과는 없었다. 베일은 경기 중 자리를 잡지 못한 채 헤맸다. 경기 내내 이영표는 베일의 자리를 잡아주느라 진땀을 흘렸다. 결국 성적 부진으로 욜 감독은 해고되었고 베일은 12월 발목을 다쳐 데뷔 시즌을 쓸쓸히 마감했다. 당시 필자와 함께 현장에 있었던 한 영국 기자가 "베르바토프의 발이 빠르거나 베일의 수비가 좋았으면 지금 둘 다 훨씬 큰 팀에서 뛰고 있을 것"이라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어린 베일은 부상과 리그 적응을 하느라 2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다행히 귀인 해리 레드냅 감독 아래서 운이 트이기 시작했다. 노련한 레드냅 감독은 베일을 공격수로 완전히 변신시켰다. 2년의 와신상담도 내적 성장을 도왔다. 2010년 10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인테르 밀란 원정이 상징적이었다. 베일은 당대 최고 풀백인 마이콘에게 굴욕을 안기며 폭발적 해트트릭을 연출했다. 스피드, 킥, 자신감이 한데 모여 핵융합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베일은 토트넘과 EPL의 슈퍼스타로 발돋움했다. 토트넘에서의 마지막 시즌이던 2012~13시즌 당시 베일의 리그 기대득점은 12.6골이었지만 실제로는 21골이나 넣었다. 득점 확률이 낮은 상황, 즉 어려운 슛으로 골로 터트리는 장면이 많았다는 의미다. 만화 같은 골을 연발하면서 전 세계 팬들을 열광시켰다. 2013년 여름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가 선뜻 1억 유로를 건넨 데에는 이유가 따로 있지 않았다.

세상에서 제일 비싼 축구선수가 되어 떠난 지 7년 만에 베일과 토트넘은 재회했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베일은 UEFA 챔피언스리그 4회 우승, 유로 2016 준결승의 영웅이 됐다. 토트넘도 초현대식 홈경기장을 보유한 전 세계 매출 10대 빅클럽으로 발전했다. 물론 양측 모두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베일은 레알 말년 구겨진 자존심을 세워야 하고, 토트넘은 12년째 이어지는 무관 신세를 끝내야 한다. 잘해야 할 이유가 뚜렷한 덕분에 토트넘 팬들은 이번 재결합에 큰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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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20일 영국 사우샘프턴의 세인트 메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샘프턴과의 EPL 2라운드 경기에서 슈팅을 하고 있다. 사우샘프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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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팬들에게는 역시 베일이 '손흥민 중심 세계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가 최대 관심사다. 지난 20일 사우샘프턴전에서 선보인 4골 활약이 말해주듯, 현재 손흥민은 팀의 간판이다. 출전 기회 면에서는 루카스 모우라(28), 에릭 라멜라(28), 스티븐 베르바인(23)이 손해를 볼 공산이 크다. 하지만 베일의 복귀가 레비 회장의 작품이란 사실이 중요하다. EPL 전체에서도 베일은 여전히 압도적 슈퍼스타로서 대접받는다. '오늘의 왕' 손흥민이라도 라커룸에서는 돌아온 '어제의 왕'을 예우할 필요가 있다.

홍재민 축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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