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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부정선거 의혹' 벨라루스 대통령, 기습 취임…美 "지도자로 인정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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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셴코, 6연임…2025년까지 31년 집권 보장

야권후보 티하놉스카야 "실제론 내가 승리자"

성난 시민들 시위…경찰과 충돌로 부상자 속출

美 "루카셴코 합법적으로 선출된 지도자 아냐"

이데일리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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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부정 선거 논란에 휩싸인 옛 소련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예고 없이 기습 취임식을 벌였다. 가뜩이나 대규모 시위 등 정국 혼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강행한 것이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2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수도 민스크 시내 대통령 관저인 독립궁전에서 취임식을 열어 취임 선서를 했다. 6번째 연임에 성공한 것으로, 1994년 이후부터 2025년까지 31년의 집권이 보장된 셈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취임식은 바로 우리 모두의 확실하고도 중대한 승리를 기념하는 날”이라고 자축한 뒤, “우리는 그저 한 명의 대통령을 뽑은 게 아니다. 우리는 벨라루스의 가치와 평화로운 삶, 주권과 독립을 수호해낸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더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애초 29일께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취임식은 이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일정이 미리 공개될 경우 대선 불복 시위를 벌이는 야권과 시민들의 반발로 자칫 행사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열린 대선에서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바 있다. 그러나 10%의 득표율에 그친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이는 루카셴코 정권의 투표 부정 및 개표 조작에 따른 결과로, 실제로는 자신이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티하놉스카야는 현재 리투아니아로 망명한 상태다. 실제 대선 전 야권에 전폭적인 지지가 쏟아지며 손쉬운 정권 교체가 예상됐었던 만큼, 부정 선거 논란이 불거진 건 당연한 결과라는 게 외신들의 지적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대부분의 서방국가들은 벨라루스 대선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며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퇴진 및 재선거 불가 입장을 밝힌 루카셴코 대통령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발표된 (대선) 결과는 기만적이고 합법성을 전하지 못했다”며 “미국은 루카셴코를 합법적으로 선출된 벨라루스의 지도자로 간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향후 독자적인 감시하에 벨라루스 국민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서 지도자를 선택할 권리를 누리도록 하는 국민적 대화가 있어야 한다”며 “부당한 구금자를 석방하고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시민에 대한 탄압을 종식하는 것이 진정한 국민적 대화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성이 날 대로 났다. 민스크 시내는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항의 시위대로 물결을 이뤘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 등을 발사하며 강경 진입에 나선 상태다. 거세진 양측 간 충돌로 인해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최소 50명 이상이 체포돼 연행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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