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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양낙규의 Defence Club]우리 국민에 총격… 박왕자씨 사건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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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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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북한이 남측 공무원을 향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확인되면서 북한의 과잉대응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2년 전인 2008년 7월 금강산관광 중에 사망한 박왕자씨의 총격사건이 재현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북한의 행위에 대해 '만행'이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해 강하게 규탄하면서 책임자 처벌까지 요구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유엔(UN)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하기 전날 피격사건이 발생한 것이어서 우리 국민의 반발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북한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문 대통령은 어제도 종전선언을 운운했다. 참으로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라며 "북한의 야만적 행태에 커다란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현재 북한군의 총격 경위와 사살된 공무원의 시신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정보당국은 사건 당일 전방부대 인근에서 북한군간에 통화내용을 감청해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군은 감청을 통해 북한군이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남측 공무원을 향해 총격을 가했고 시신을 화장했다"라는 통화내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총격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지만 과도한 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민감 대응 과정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평가다. 북한이 공무원의 시신을 남측에 인계조차 하지 않고 전격 화장을 했다면 코로나19 방역에 얼마나 민감하게 촉각을 세우는지 엿볼 수 있다.


북한이 종전 같으면 월북자나 월남자를 붙잡아 신원과 배경 등을 조사하고 송환하는 절차를 거쳤다. 코로나19 유입 차단이 최우선 국가적 과제인 만큼 특단의 조처를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앞서 2017년 10월 북한 수역을 80㎞가량 넘어가 조업하던 남측 선원 7명등이 탄 어선을 나포해 조사한 후 다음 달 선박과 함께 돌려보냈다.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던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밀입북한 김 모씨를 조사 후 남쪽에 송환했고 2013년에는 월북했던 한국민 6명을 단체로 송환했다.


일각에서는 개성 출신 탈북민 월북사건을 교훈 삼아 남북 경계를 넘으려는 사람에 대해서는 월남자는 물론 월북자까지 모두 사살하라는 내부 지시가 취해진 것 아니냐는 추정까지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시 이 사건이 발생하자 지난 7월 26일 직접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한 바 있다. 이 회의에서는 해당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특급 경보를 발령했으며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접경지역을 지키는 군부대의 긴장도가 상당히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이 북한군의 소총에 맞아 사망하고 시신이 불태워지면서 남북관계는 더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며 코로나19와 태풍 피해 속에서도 남측의 지원을 외면하고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북한의 남측 민간인 총격 사건은 코로나19 차단이든 그 어떤 명분으로도 인명을 중시하는 한국의 정서상 그리고 인권 차원에서도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국내에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해 장기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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