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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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세력을 비하하는 표현인 이른바 '문빠'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특정 정치인에게 집단 항의 등 거친 발언을 이어가는 가운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손해볼 게 뻔해도, 비난받고, 외면당하더라도 정직하게 할 말을 하고, 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을 의식해 눈치를 보거나 해야 할 말을 거두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문빠에게 집단 비난을 받았던 같은 당 조응천, 금태섭 전 의원도 연이어 당에 쓴 소리를 하고 나서 일각에서는 박용진, 조응천, 금태섭 전 의원이 앞으로 문빠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발언을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공교롭게도 박 의원이 정치적 소신을 밝힌 이날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문빠를 두고 "당의 에너지원"이라고 말해, '박(용진)·조(응천)·금(태섭 전 의원)'은 결과적으로 당내 주류와 차별화 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특히 금 전 의원은 2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으로 인해 검찰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취지로 말해 문빠 세력의 거친 비난 등 후폭풍을 예고했다.

◆ 박용진 "의원실로 항의전화 쏟아져" , "지지층 포로 아닌 공동체 지지자 되기 위한 덕목 '용기"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전날(23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최근 제게는 문자폭탄, 의원실로는 항의전화가 쏟아졌다. 예전에 읽었던 책 한권이 생각나서 다시 한번 들춰봤다. 지금도, 전에도 정치인의 자세에 대한 제 생각은 똑같다. 정치인은 정직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박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휴가 특혜 의혹에 대해 '죄송하다'고 했다가 집단 뭇매를 맞았다.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의 리더십' 독서를 소개하며 "책에서는 각각의 지도자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과 조건은 다르지만 외롭고 손해 보는 결정을 하게 되더라도 감당해야 했던 책임있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재벌개혁-반독점 활동의 정치적 행로에 대해 찾아보다가 알게 된 이 책에서는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담아내야 하는 가치들이 많이 있다"며 "무엇보다도 '자기 지지층의 포로가 아닌 국가 공동체의 지도자'가 되기 위한 덕목은 '용기'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당장의 비난과 저항, 심지어 지지자들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공동체 전체의 이익이나 미래지향적 가치를 위해 도전하고 결단하는 일이 정치인들과 국가 지도자들의 핵심 덕목"이라면서 "심지어 워싱턴 대통령은 자신을 교수형에 처하라고 주장하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영국과의 굴욕협상인 제이조약을 승인한다"고 전했다.

이어 "나도 정치를 하면서 과분한 격려도 받고, 억울한 비난도 듣는다. 그러나, 비난이 두려워 피한다면 훗날 더 큰 후회와 비난이 따르게 될 것"이라며 "정직하고 책임있게 가다 보면 비난하고 싫어하는 분들도 제 진심을 알아주시리라 믿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글에도 격한 비난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당장의 비난이 아닙니다. 박용진씨는 안목과 판단력이 모자랍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거악 윤석열(검찰총장)에게는 찌그러진 냄비처럼 비루하게 구는것은 정의로운 자세인가요?, 휴가 몇일에 할말 하시는 분치고는 기회주의적이고 치사해 보입니다"라고 거듭 비난했다.

그런가 하면 앞서 박 의원에게 쏟아진 비난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으로 가라는 취지의 항의도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국민의짐으로 가시오 제발 '밀정'짓 그만하시고!", "내로남불?"이라며 박 의원 소신 발언에 맹비난을 쏟아냈다.

박 의원은 앞서 지난 16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 장관 아들 군 시절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교육과 병역은 온 국민의 관심사라 국민의 역린"이라며 "(당이) 계속해서 이게 '불법이다, 아니다' 이렇게만 바라보고 있는데,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군대를 갔다 온 사람으로서 국민에게 의혹 자체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해 문빠들의 집단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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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응천 "하나의 목소리만 내는 것이 집권여당 올바른 모습인지 의문"

문빠들의 집단 항의는 박 의원 뿐만 아니라 같은 당 조응천, 금태섭 전 의원에게도 향한 바 있다. 앞서 조 의원은 지난 14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휴가 처리가 제대로 됐느냐 안 됐느냐로 시작된 문제가 이제는 통역병에 자대 배치 청탁까지 의혹이 다 나오고 있다"라면서 "다양한 증언과 증거들이 나오고 있으니, 있는 그대로 다 까고 빨리 결론을 내리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신소한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이 추 장관 아들 의혹을 끝낼 수 있다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조 의원은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도 추 장관에 대해 "최근 국회에 나와 답변하는 모습을 보니 내용도 내용이지만 애티튜드(태도)가 굉장히 불편하다"며 "일종의 자기확신과 확증편향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해 문빠들이 거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연이어 쏟아지는 비난에도 조 의원은 19일 방송된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추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무마 의혹에 "단합된 하나의 목소리만 내는 것이 집권여당의 올바른 모습인지 의문이다. 믿고 지지해준 모든 국민들을 위해 의무감으로 쓴소리하는 것"이라고 거듭 소신을 밝혔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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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태섭, 검찰개혁 방안 두고 "조악한 경우가 많았다"

박용진, 조응천 의원이 추 장관 아들 관련 의혹에 거듭 소신을 밝힌 가운데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찰개혁'이라는 구호가 난처한 상황을 모면하는 핑곗거리로 남용되고 있다"며 "검찰개혁은 중요한 과제로 지금처럼 비판의 목소리를 틀어막는 구실이나 핑계로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경향신문'에 글을 썼다"며 자신의 칼럼 내용을 전했다.

그는 '검찰개혁 좀 제대로 합시다'라는 글에서 "조국 전 장관만 해도 적폐청산이 한창이던 민정수석 시절에는, '검찰이 잘하고 있는 특별수사 등에 한하여 검찰의 직접 수사를 인정'한다고 발표했다가 막상 본인이 수사를 받게 되자 특수부를 폐지하려고 해서 앞뒤가 안 맞는다는 냉소를 받은 것이다. 특수부 검사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이 정부 초기에 법무부, 검찰 요직을 독차지했다"고 지적했다.

금 전 의원은 검찰개혁이 부진한 또 다른 이유로 담당자들의 무능을 언급했다. 그는 "정부 출범 당시 검찰개혁 업무의 사령탑인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은 둘 다 교수 출신(조국 민정수석,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임명됐다"며 "검찰 실무나 인사 험이 거의 없다보니 구체적인 개혁 방안이 조악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에 "검찰 인사는 개혁의 대상인 검사들이 좌우하다시피 했다"며 "전문성에서 상대가 안 되는 사람들이 개혁의 주도권을 쥐었으니 잘 될 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수 출신 민정수석을 임명한 뒤에 왜 법무부 장관에도 교수를 기용했는지 지금도 의문이다"고 거듭 비판했다.

조 전 장관 시절 검찰개혁을 비판한 금 전 의원의 칼럼이 알려지자 그의 페이스북에는 비판성 댓글이 연이어 달리고 있다.

앞서 금 전 의원은 군 복무 특혜 의혹을 처음 제기한 당시 당직사병에 대해 '단독범'이라고 표현한 황희 민주당 의원에 "제 정신인가" 이라고 쓴 소리를 내 문빠들에게 항의를 받은 바 있다.

그는 지난 12일 해당 논란에 대해 "소속정당, 여야, 진보보수 이런 모든 걸 다 떠나서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이 대표하는 국민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회의원의 존재 근거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며 황 의원을 지적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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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낙연 "강성 지지자 매우 상식적인 분들일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공교롭게도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친문'(親文) 세력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 대표는 23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어느 당이나 강성 지지가가 있고 온화한 지지자가 있다. 강성 지지자는 긍정적 기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성 지지자는) 어느 당이나 마찬가지로 에너지가 되면서 동시에 압박이 될 수도 있는 요인"이라며 "그러나 우려하는 것과 달리 지난 전당대회 결과를 보면 놀라운 게 있다. 강성 지지자가 많이 포진돼 있는 권리당원 지지율과 일반 국민의 지지율이 비슷하게 나왔다"고 했다. 이어 "강성 지지자가 특별한 분들이 아니라 매우 상식적인 분들일 수도 있다"고 옹호했다.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해서는 "언론에 보도된 것 가운데 사실과 다른 것도 꽤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검찰이 철저하게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고, 기왕이면 가능하다면 그 결과를 빨리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당사자의 거처나 사무소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할 정도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수사에 임하고 있다고 보이고, 그 결과로 세간의 의혹 등을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판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