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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루카셴코 '날치기 취임'에 수천명 거리 시위…경찰, 물대포 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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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예고없이 대통령 취임식 강행

민스크에서 수천 명 항의 시위 벌여

경찰, 물대포·최루탄 쏴…부상자 속출

미·독 “루카셴코, 대통령으로 인정 못 해”

부정선거 의혹으로 퇴진압박을 받고있는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예고 없이 취임식을 강행했다. 소식을 접한 국민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진압에 나서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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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루카셴코 대통령 취임에 반대하는 시위 참가자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진압 경찰들에게 강제 연행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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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시내 광장과 대학가를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시위 참가자들은 옛 국기를 들고 “루카셴코 대통령은 사기꾼, 벌거벗은 임금님”, “왜 우리를 두려워하는가”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또 서로 팔짱을 끼고 인간사슬을 만들어 도로를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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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밤 벨라루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트위터 @HannaLiubakov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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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벨라루스 당국은 진압 경찰을 투입하고, 물대포를 배치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경찰들은 시위대를 급습해 곤봉을 휘두르고, 무력으로 시위자를 제압해 강제로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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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며 거리 시위에 나선 벨라루스 시민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시위 참가자는 5000~6000명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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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압 과정에서 일부 목격자들은 총소리도 들었다고 말했다. SNS에는 경찰에 쫓기는 시위자를 찍은 영상과 함께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쇄도했다. 인테르팍스는 이날 경찰의 무력 진압으로 수십 명이 다치고, 200여 명이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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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압 경찰은 시위대를 급습해 강제 연행했다. [트위터 @HannaLiubakova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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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야권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취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야권 대선후보였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 ‘자칭 취임식’은 하나의 익살 광대극(farce)”이라고 비판했다.



미·독·영 “루카셴코,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어”



미국과 독일, 영국 등 국제사회도 즉각 성명을 내고 루카셴코 대통령을 공개 비판했다.

미국 국무부는 성명에서 “벨라루스 대선 결과는 합법적인 정당성을 얻지 못했다”며 “미국은 루카셴코 대통령을 합법적으로 선출된 공식 지도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구금된 사람들을 석방하고 국민에 대한 탄압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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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외무부 장관 도미닉 라브는 트위터를 통해 루카셴코 대통령의 취임을 비판했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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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도 “벨라루스의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유럽연합(EU)은 시위 탄압과 관련 있는 관계자 40명을 제재하는 방안을 승인하라”고 요청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루카셴코 대통령은 불법 조작 선거로 국민을 속였다. 비밀 취임식은 불신을 더 키웠다”고 비판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언론에도 공개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취임식을 강행했다. 취임사에서 “취임식은 바로 우리 모두의 확실하고도 중대한 승리를 기념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저 한 명의 대통령을 뽑은 게 아니다. 우리는 벨라루스의 가치와 평화로운 삶, 주권과 독립을 수호해낸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더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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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취임식을 진행하고 있다.[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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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부터 26년째 대통령을 맞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달 대선에서 80% 이상의 득표율로 승리해 6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야권은 즉각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했고, 시민들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한 달 넘게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EU도 벨라루스의 대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다음 달 외무장관 회의에서 벨라루스 제재 방안을 놓고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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