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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생존 파악 후 6시간 동안 無대응…군 "북한 만행 예측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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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 실종 다음날인 22일 오후 3시 30분 北 해역서 기진맥진한 실종자 발견

오후 4시 40분쯤 월북 진술→오후 9시 40분쯤 사격 → 오후 10시 11분쯤 시신 불태워

NLL 북측서 실종자 발견 첩보 입수하고도 6시간 동안 무대응

자진 월북 추정 이유는 '구명조끼·신발·부유물·월북 의사 표명 정황'

정보 입수 경로는 함구…북한 무전 등 신호정보 활용했을 듯

"당시에는 북한이 그렇게까지 하리라고 예측 못했다"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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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하는 합동참모본부 안영호 작전본부장(사진=국방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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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소연평도 남쪽 바다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해상에서 월북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군이 총격을 가해 그를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시신 또한 바다에서 불에 태운 것으로 조사됐다.

합동참모본부 안영호 작전본부장(육군중장)은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 본부장은 "우리 군은 북한의 이러한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만행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21일 점심 때 실종 사실 알려져…다음날 오후 북한 측에 발견, 밤에 총격으로 살해돼

소연평도 남쪽 바다에서 업무를 수행하던 어업지도선에 탄 동료들이 A(47)씨의 실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21일 오전 11시 30분쯤이다.

점심 식사 시간에 보이지 않는다며 같이 탄 인원들이 선내와 인근 바다를 수색했지만, A씨의 신발만이 발견됐다. 해양경찰에 신고가 접수됐고 같은 날 오후 1시 50분쯤부터 수색이 시작됐다.

A씨의 행적이 알려진 것은 다음 날인 22일 오후 3시 30분쯤이다. 군은 이 시간쯤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이 황해남도 강령군 등산곶 근처 바다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채 1명 정도 탈 수 있는 부유물에 탑승해 있는 기진맥진한 실종자를 처음 발견한 정황을 포착했다.

군은 이 선박이 A씨가 떠내려가지는 않게 하면서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로, 1시간 정도가 지난 4시 40분쯤에 북측 인원이 방독면을 쓴 채 표류 경위와 월북 의사에 대한 진술을 들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5시간쯤이 더 흐른 오후 9시 40분쯤, 북한 해군 소속 단속정이 상부의 지시로 실종자에게 사격을 가해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30분쯤이 더 지난 오후 10시 11분쯤 군은 연평부대 감시장비를 통해 불꽃 등을 포착했고, 방독면과 방호복을 입은 북한 군인이 시신을 바다에서 불태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 국경지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는 무단으로 접근하는 인원에게 무조건 사격을 가하는 반인륜적 행위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23일 오후 4시 35분쯤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북한에 대북통지문을 보내 이에 관련된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24일 오전까지 계속 답변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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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 앞 바다에서 우리 해군 고속정이 움직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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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월북 추정"…어떻게 북한 해상까지 떠내려갔을까

군은 A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가 구명조끼를 입었고, 어업지도선을 이탈할 때 신발이 남겨져 있었다는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식별된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다만 군은 'A씨가 북한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을 어떻게 식별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며 함구했다. 정황상 북한 측의 무전과 같은 신호정보(SIGINT) 등의 정보자산을 활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A씨가 월북을 시도하게 된 이유 등에 대해서 군 관계자는 "자세한 경위에 대해 해양경찰청이 수사 중이다"고만 언급했다.

다만, A씨는 근처 지역에서 오래 근무를 해 해류 등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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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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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실종자 행적 파악 후 총격 사망까지 6시간 동안 무대응

군이 A씨의 행적을 다시금 알게 된 것은 실종 다음 날인 22일 오후 3시 30분쯤이다. 이 시간쯤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이 황해남도 강령군 등산곶 근처 바다에서 실종자를 발견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1시간쯤 뒤인 오후 4시 40분쯤 이 선박에 탄 북측 인원이 A씨로부터 실종 경위와 월북 의사에 대한 진술을 들었고, 그로부터 5시간쯤이 지난 오후 9시 40분쯤 총격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6시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군이 실종자의 행적을 알게 됐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욱이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NLL에서 3~4km 정도로, 멀리 떨어지지는 않은 지점이다.

군 관계자는 기자들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사건이 발생한 곳은 NLL 북쪽의 북측 해역이었으며, 당시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했고, 북한이 그러한 만행을 저지를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몇 시간 뒤 북한이 설마 우리 국민을 사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면 군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면서도 "우리 측 첩보 자산이 드러날 것에 대한 우려가 있어, 이를 바로 활용하면 앞으로 첩보를 얻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먼저 군은 22일 오후 3시 30분쯤에 입수한, 실종자와 관련된 첩보를 당시 시점에서 A씨와 직접적으로 연관짓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시간에 누군가가 해당 해역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은 맞지만, 당시에는 북한 해역이라는 특성 등 때문에 이 실종자가 A씨라고 확정짓지 못했다는 것이다.

차후에 모든 정보를 종합해서 분석한 뒤에야 군은 해당 실종자가 A씨와 동일 인물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군이 6시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북한군의 만행을 정말로 예측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이미 지난 10일(현지시각)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열린 화상회의에서 "북한이 북중 국경에 특수부대를 배치해 사살 명령(shoot-to-kill order)을 내렸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북한이 코로나19 이후 북중 국경지역에서 미확인 인원을 사살한 사례는 있었다"면서도 "당시에는 북한이 그렇게까지 하리라고는(A씨를 살해하리라고는) 판단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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