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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햄버거에 토마토가 없다고? 금값 된 토마토 '수급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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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긴 장마에 태풍까지… 작황 나빠진 토마토 값 급등
햄버거 프랜차이즈·카페 토마토 수급 차질… "당분간 해소 어려워"

당분간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토마토가 빠진 버거를 먹게 될 수도 있다. 올 여름 사상 최장 장마와 태풍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의 오름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토마토 값이 급등하면서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24일 버거킹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여름 이상 기후(긴 장마) 및 태풍의 영향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토마토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버거킹은 토마토 제공이 어려울 시 해당 제품에 들어가는 소스 및 야채류를 더 추가해 제공할 예정"이라는 공지를 띄웠다. 이어 "천재 지변으로 인해 불편함을 드린 점 양해의 말씀 드린다"며 "안정적인 토마토 수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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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수급 부족 현황을 알리는 버거킹 안내문. /버거킹 홈페이지 캡처




이에 대해 버거킹 관계자는 "각 매장마다 토마토 공급 현황에 차이는 있지만 전 지점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최근 토마토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24일) 기준 토마토(상품)의 평균 도매가는 10㎏에 6만2660원, 평균 소매가는 1㎏에 7913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 가격과 비교하면 도매가(3만120원)는 108%, 소매가(5049원)는 56.7% 올랐다. 또 지난해 같은 날 가격(도매 2만8320원·소매 4461원)과 비교해도 각각 121.3%, 77.4% 비싸졌다.

이는 올 여름 54일에 달하는 역대 최장 기간의 장마가 덮친 가운데 태풍까지 잇따른 영향으로 토마토 작황이 나빠진 것이 이유다.

이미숙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연구원은 "토마토 꽃의 개화 시기(7~8월)에 주요 산지인 강원도와 전북 지역의 기상 상황이 좋지 못하면서 과육이 제대로 열리지 못했고, 품질도 낮아졌다"며 "현재 서울 가락시장에 반입되는 물량을 기준으로 일반 토마토 출하량은 지난해 9월 대비 10%가량 줄었다"고 설명했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등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도 토마토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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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의 한 청과점에서 판매 중인 토마토와 토마토 도매 가격 추이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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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는 일부 매장에서 토마토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맥도날드는 관계자는 "긴 장마의 영향으로 국내산 토마토 수급이 불안정해 부득이하게 일부 매장에선 토마토 없이 메뉴가 제공되고 있다"라며 "해당 매장에서는 주문 전 고객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사전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지하고, 토마토가 들어간 메뉴를 주문하는 고객에게는 음료 쿠폰을 증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리아는 토마토를 확보하지 못하는 지점에 한해 토마토가 들어가는 제품의 가격을 일시적으로 조정할 방침이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기존에 토마토, 베이컨, 치즈를 추가 토핑 메뉴로 운영하고 있다"며 "토마토 재고가 없는 매장에서는 토마토 토핑(1장당 300원) 가격을 정상 제품에서 제외한 가격으로 버거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토마토를 취급하는 외식 업체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지난주에 토마토 5㎏ 한 상자를 1만5000원에 구매했는데 이번주에 2만8000원까지 올랐더라"며 "토마토 주스와 샌드위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거래하는 과일집에서 토마토가 너무 비싸 가져오지 않는다고 했다"며 "지금 남은 물량이 떨어지면 토마토 주스는 품절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토마토 수급이 안정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보통 강원도 지역에서는 10월 말~11월까지 토마토 메인 물량을 출하했는데, 올해는 작황 악화로 출하 종료 시점이 10월 상중순으로 빨라지고 전체 출하 물량도 작년보다 15%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격 상승세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목 기자(letsw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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