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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피살 공무원 형의 애타는 ‘수색 일지’엔 “먹먹하고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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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11시경 서해 연평도 인근 NLL 바로 아래지역에서 저의 넷째 동생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1일 오후 3시 55분 연평도 피살 공무원 A(47)씨의 친형 B씨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B씨는 “동생은 서해어업관리단의 지도선에 항해사로 근무 중이고 목포서해어업관리단에서 금일 13시 45분에 (실종) 통보를 받았다”며 “저는 내일 아침 8시에 (수색을 위해 사고현장으로) 출발한다”고 썼다.

이때부터 B씨의 ‘수색 일지’가 시작됐다.

같은 날 오후 6시 16분. B씨는 “NLL 바로 아래 지역이고 꽃게잡이 철이라서 그런 (좋지 못한) 현장 컨디션”이라며 “제가 목포에서 지도선을 타고 현장을 가는데 이틀이 걸린다”고 썼다. 이어 “NLL 인근이라 북한의 도움 요청이 불가능하겠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해군과 국방부에 도움 요청을 해주시라고 요청했다”고 썼다.

이튿날인 22일 오전 8시쯤. B씨는 일찍이 인천항에서 소연평도 사고현장으로 출항했다. B씨는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고 간절한 마음으로 소연평도 사고선박에 승선했다”며 “현장점검과 수색범위를 체크한 다음 해경함정으로 이선하여 공조수색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30분. B씨는 사고현장에 도착했다. 그는 해경 수색 선박에 승선해 “해경상황실에 실종자 수색예측 프로그램을 긴급 요청했다”며 “실종자의 추정 지점을 (찾고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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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가 승선한 수색 선박. /B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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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표류 예측 지점. /B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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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8시 33분. B씨는 “하루종일 실종자 표류예측표 기점으로 하염없이 수색 중”이라며 “현장에 도착해보니 조류 탓에 다른 곳으로 흘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경에 수색 헬기를 요청해 13~14시에 뜨겠다고 했지만 두 대가 다 고장나서 한 대를 최대한 빨리 수리해서 보낸다 했는데 16시에 도착해 수색하고 복귀했다”고 했다. “인천해경 본청에 수색 헬기 두 대가 웬말이냐”고 분개하기도 했다.

23일 오전 7시 34분. B씨는 “동생의 시신을 해군함정이 발견하여 인양 중”이라고 썼다. 그러나 6분 뒤 “현재 신원파악 중이고 심하게 부패되어 해경·해군이 대기상태”라고 했다.

세 시간 뒤인 오전 10시 15분. B씨는 “오늘 7시 발견한 시신은 동생이 아니었고, 현재 다른 선박으로 이함해 최북단으로 올라오니 북한에서 난리가 아니다”며 “(북한에서) 내려가라고 교신 중”이라고 썼다.

그리고 5시간 뒤인 오후 3시 11분. B씨는 “오늘 뉴스 속보에 동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북한지역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에 사실 확인 중”이라고 썼다. B씨에 따르면, 이때까지도 해경은 A씨의 시신을 찾기 위해 소연평도 인근 작은 섬들을 계속 수색 중이었다.

다음날인 24일 오전 9시쯤. B씨의 계정엔 “눈물을 흘려야할지 분노를 해야할지 먹먹하고 황당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는 “일단 10시 국방부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며 “10시에 객선으로 소연평도에서 육지로 나갈 예정”이라고 썼다.

한 시간 뒤 B씨는 정부에 강력한 분노를 표했다. 그는 “정부의 발표를 기다리지만 정부에서 국민의 생명을 불합리하게 몰아가고 추정적으로 처리한다면 강력대응할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은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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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 페이스북


그리고 이날 정오. B씨는 “현재 언론과 방송에 나오는 서해어업단 피격사망의 보도가 저희 동생”이라며 “정부는 말로만 규탄한다 떠드는데 최소한 유가족인 저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었다”고 썼다.

이어 월북이라는 정부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실종되어 해상 표류시간이 30시간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헤엄쳐서 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 해역은 다른 지역보다 조류가 세고 하루 4번 물때가 바뀐다”고 했다.

B씨는 24일 본지 통화에서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B씨는 “명색이 공무원이고, 처자식도 있는 동생이 월북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공무원증이 배에 그대로 있었다"면서 “군은 대체 무엇을 근거로 (동생이) 월북했다고 하는 것인지 상세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어 “동생의 DNA가 확인된 것도 아닌데, 어째서 군은 동생을 특정해서 이런 보도를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오늘 오전까지도 연평도에서 수색하다가 왔다. 군에서 브리핑하기 전에 가족들과 어떤 증거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설명조차 해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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