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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중간선은 없다"… 대만 뭉개는 중국의 강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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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 날조한 선... 대만은 中 영토 일부" 강조
작년까지 中도 준수... 美ㆍ대만 밀착에 반발
대만해협 관할 동부전구, 기밀유출 사고 곤혹
한국일보

대만 해군이 북동부 쑤아오 해군기지 인근 해역에서 실탄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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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대만과의 '중간선'을 무력화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군용기들은 연일 월선하며 대만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있고, 미국을 겨냥해선 중간선을 날조했다고 비난하는 동시에 대만 문제를 내정으로 규정하며 밀월 차단에 부심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4일 "중간선은 냉전시절인 1954년 미군이 모든 대만 항공기와 선박을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떨어진 동쪽으로 운항하도록 요구하며 일방적으로 그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결코 동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21일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이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분리할 수 없는 일부이므로 중간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포문을 열더니 이제 연원까지 따지며 중간선을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도 그간 대만해협의 가상 경계선인 중간선을 관례적으로 준수해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통신은 이에 대한 근거로 "1999년부터 2019년 3월까지 20년간 중국 군용기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은 건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했다.

실제 중국이 수시로 중간선을 침범하기 시작한 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반중 노선을 노골화하고 미국ㆍ대만 간 밀착이 심화하면서다. 특히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차관이 대만을 방문한 17일 이후 일주일간 중국은 매일같이 전투기와 폭격기 수십 대를 보내 중간선을 넘고 있다. 지난 4월엔 이례적으로 미 해군 구축함이 중간선을 넘어 대만해협 중국 측 수역으로 항행하기도 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대만 전문가인 왕젠민(王建民) 연구원은 "중국이 중간선을 인정하지 않는 건 대만 분리주의 세력에 맞서 주권과 영토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계속해서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으려 한다면 군사적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자체 개발 강습상륙함을 지난달 최초로 진수했고 최근에는 대만해협 기뢰 제거 훈련까지 실시하며 대만의 방어선을 뚫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처럼 긴박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대만해협을 관할하는 중국 동부전구는 군사기밀 유출로 홍역을 치렀다. 동부전구는 전날 "해안방어 여단 소속 병사가 허가받지 않은 휴대폰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가족ㆍ지인 등에게 기밀을 누설하고 사진을 전송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 병사는 계급이 강등돼 조기 퇴역했다. 중국군이 내부 보안사고를 외부에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군 내부 확진자 숫자조차 함구하고 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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