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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더욱 지능화된 ‘보이스피싱’ 주의보…“IT기자도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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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OO저축은행 직원을 사칭한 이가 실제 기자에게 보낸 신청서 파일로 이는 스마트폰 해킹프로그램이다.



[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참말로 속을 수밖에 없더라.”

‘설마 나는 아니겠지’란 안일한 생각이 현실이 되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한 번이라도 속아본 사람이라면 그 심정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더 지능화되고 치밀해졌다. IT를 담당하는 기자도 피해의 문턱까지 갔다가 운 좋게 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너무나도 지능화된 수법에 넋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이는 ‘멍청한 것을 자랑이라도 하느냐’고 따져 물을 수 있겠지만 누군가 입을 수도 있는 유사한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이는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스스로의 사례를 공개하기로 마음 먹었다.

사건은 이랬다. 지난 22일 스마트폰에 OO저축은행 로고가 뜨면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OO저축은행 신유진 팀장이라고 소개한 그는 정부지원 저금리 대환대출 상품에 대해 소개했다. 그러면서 기자가 이용 중인 대출상품에 대해 언급하면서 금리가 5%포인트 가량 저렴하다고 유혹했다. ‘정부지원’, ‘저금리’란 단어에 마음이 동요할 수밖에 없다. 이후 신 팀장은 대출한도와 함께 신청서에 체크할 것이 있다며 파일을 하나 보내왔다. 파일을 누르니 앱이 열리면서 OO저축은행 서류작성 목록이 떴다. 작성을 완료하니 신 팀장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와 “내일 오전에 계좌로 대출금이 입금될 것이다. 대출금을 받으면 △△저축은행에 대출금을 갚았다는 영수증만 사진을 찍어 보내주면 된다”고 설명한 후 전화를 끊었다.

여기서 ‘정부지원’, ‘저금리’, ‘대환대출’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나 전화가 온다면 무조건 보이스피싱을 의심해봐야 한다. 핵심은 신청서 파일에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계약서 파일을 누르는 순간 자신의 스마트폰에 해킹 프로그램이 깔리고 그로 인해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에게 꼼짝없이 당하게 된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절대 급하지 않았다. 이튿날인 23일 오전 신 팀장에게 전화가 왔다. 오전 중에 대출금이 지급될 것이란 내용이었다. 전화를 끊고 30분 후 △△저축은행 박준호 부장이라는 남성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때도 스마트폰 화면에는 △△저축은행 대표전화번호와 함께 로고가 표출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박 부장은 “대출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OO저축은행의 정부지원 상품에 대해 지급정지를 신청해놨다”고 말했다. 곧바로 OO저축은행에 전화를 해 신 팀장에게 확인했더니 지급정지가 걸려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급정지를 풀려면 △△저축은행의 대출금 1200만원을 갚으면 된다”고 했다.

부랴부랴 마이너스 대출로 1200만원을 빌렸다. 그리고 대출금 상환을 위해 △△저축은행 대표번호로 전화했더니 한 상담사가 담당자인 박 부장을 연결해줬다. 박 부장은 “사내 전산에 이상이 생겨 가상계좌는 없고 직원을 보낼 테니 상환하면 영수증을 써 주겠다”고 했다. 이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산 상의 문제라도 직원을 직접 보내 대출금을 받으러 온다는 것은 지금껏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일이라도 가상계좌를 보내라고 했지만 박 부장은 횡설수설하며 직원을 보내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뭔가 이상한 낌새가 있어 “근처에 경찰서가 있으니 경찰 입회하에 영수증을 써 달라”고 했더니 더 이상 연락을 받지 않았다. 곧바로 경찰서에 가 신고를 했고 걸려온 전화번호 등도 접수했다.

정말 운이 좋았다. 만약 대포통장을 이용해 계좌번호를 보냈다면 틀림없이 1200만원의 피해를 봤을 것이다. 내려앉은 가슴을 몇 번이나 쓸어내렸다. 이후 OO저축은행과 △△저축은행에 신유진 팀장과 박준호 부장에 대해 알아봤지만 “직원 중에 그런 사람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거듭 강조하지만 신청서 파일을 절대로 눌러선 안 된다. 이 신청서 파일이 스마트폰을 해킹해 저축은행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모두 보이스피싱 일당들에게 전화가 가도록 한다. 금융기관에서 갑자기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대출을 권유하면 신종 보이스피싱이 아닌지 무조건 의심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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