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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아베보다 유연해진 스가…꽉 막힌 한일관계 돌파구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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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이뤄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취임 후 첫 한일 정상 전화통화에서 양 정상은 양국 간 최대 현안이었던 강제징용 배상 문제 관련 해법을 모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재직 당시 "대법원 판결에 행정부가 간여하지 못한다"(한국) "1965년 일·한 청구권 협정으로 끝난 사안이다"(일본)로 팽팽하게 주장이 맞섰던 점을 감안하면 양측 모두 태도를 누그러뜨린 것이다. 아베 총리 재임 기간 꽉 막혀 있던 한일 관계에 스가 총리 취임 이후 새롭게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스가 총리와 첫 통화를 시작하면서 "한일은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동북아 및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동반자"라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문 대통령과 통화 후 "일·한 양국은 상호 간에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이며 북한 문제를 비롯해 일·한, 일·미·한 간 연계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양 정상은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 이후 악화일로를 걷던 한일 관계를 어쨌든 복원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아베 전 총리와는 다자회의에서 악수할 때를 제외하고 서로 얼굴도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불편한 관계였지만, 스가 총리와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설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스가 총리가 중국에 앞서 한국과 통화하며 한·미·일 간 협력을 중시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며 "스가 총리가 유연하게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16일 취임한 스가 총리는 각국 정상과 릴레이 회담을 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19일 회담했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25일 통화할 예정이다.

이날 통화는 양 정상 간 상견례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현안과 관련한 심도 있는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양 정상은 역사 인식,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 양국 간 해묵은 현안을 일단 제쳐두고 당면 과제인 코로나19 방역 협력 등을 주제로 접점 찾기를 모색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모두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양국이 서로 협력하고, 양국 국민에게 꼭 필요한 힘과 위로를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스가 총리는 "일본 역시 코로나19 극복이 최대 과제로 한국은 문 대통령 리더십 아래 K방역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한국 방역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통화 후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한일 간 기업인 등 필수인력에 대한 특별입국절차 합의를 앞두고 있는 것을 환영했다"며 "특별입국절차가 양국 간 인적 교류를 재개하는 물꼬를 트는 계기이자 양국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도 이날 통화를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가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지지를 표시했으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양국 간 인적 이동을 위한 협의 역시 속도를 내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본 측이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문제 등 기존 현안에서 물러설 뜻이 없다고 주장해 당장 한일 관계가 획기적으로 전환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실제 스가 총리는 통화 후 "오늘 회담을 포함해 다양한 문제에 관한 우리의 일관된 방침에 근거해 앞으로도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대법원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에 배치돼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스가 총리는 취임 초부터 한국에 각을 세울 이유는 없다고 보고 일단 상황을 관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한일 관계에 엄청난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서울 = 오수현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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