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63028906 0012020092463028906 04 0401001 6.1.20-RELEASE 1 경향신문 0 false false false false 1600951020000 1600951205000

독재정권 몰아낸 수단, 미국과 화해하고 중국과 멀어질까

글자크기

알바시르 정권 축출 전엔 국제사회 고립되며 중국에 의지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 협상 돌입…미국 제재 해제될 듯

중국, 아프리카 교두보 포기 못해…새 정부와 관계 이어가

[경향신문]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바레인에 이어 최근 북아프리카의 수단 대표단이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압델 파타 알부르한 통치위원회 위원장 등 수단 정부 대표들이 UAE의 아부다비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수단-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위한 ‘결정적인’ 협상을 했다고 미국 미디어 악시오스와 수단 SUNA통신 등이 22일 보도했다.

미국은 수단에 당근을 내줄 채비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관계를 풀면 수단의 빚을 줄여주고 제재를 해제하는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알카에다 우두머리 오사마 빈라덴이 한동안 근거지로 삼았던 수단은 1995년부터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 경제제재를 받아왔다. 이번에 아부다비를 찾아간 수단 대표단은 미국 측과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를 논의했으며, 이스라엘과 화해하는 대가로 30억달러의 원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단에서는 지난해 4월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가 축출되고 알부르한이 이끄는 과도정부가 구성됐다. 나라가 안정되기까지 갈 길이 멀지만 80만㎢가 넘는 국토에 석유를 비롯한 자원도 많다.

문제는 미국 제재와 국제적 고립이었다. 다르푸르 학살 등으로 세계의 손가락질을 받던 알바시르 정권은 중국과 손을 잡았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수단을 아프리카 진출의 발판으로 삼아 에너지와 건설 등에 대규모로 투자했다. 2017년 기준으로 수단 석유산업의 75%를 중국 기업이 통제하고 있다.

수단은 미국 군사기지가 있는 지부티나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의 뿔’과 붙어 있어 중국에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하다. 알바시르는 2018년까지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아프리카 포럼의 귀빈 중 한 명이었고, 대통령궁도 중국이 지어줬다. 중국이 수단과 거래하는 것에 대해 서방은 “독재자를 돕는다”고 비난했으나 중국은 “우리는 서구와 달리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며 맞섰다. 미국 제재 때문에 수단으로서는 중국 외에 선택지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반면 수단의 새 정부는 미국과 화해하고 원조를 받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난 2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우간다를 방문하자 알부르한 위원장이 찾아가 비밀회동을 했다. 수단 내에서 반발이 일자 알부르한 위원장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지지한다는 입장은 굳건하다”고 했으나 회동 뒤 곧바로 수단과 이스라엘 간 민항기 노선이 열렸다. 독재정권은 무너졌지만 수단은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으며 최근에는 홍수 때문에 50만명이 집을 잃었고 물가가 치솟았다. 정부는 당장 국민들을 먹여살릴 돈이 필요한 처지다.

하지만 중국도 아프리카의 교두보를 쉽사리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제평화연구소(USIP)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중국이 오래전부터 ‘알바시르 이후의 수단’에 대비해왔으며 새 정부와도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알바시르를 쫓아낸 대규모 시위와 파업 속에서도 수단 석유산업을 장악한 페트로차이나(CNPC)는 별 타격을 입지 않았다. 중국이 이전 정부에 제안한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는 새 정부에도 유효하다.

중국은 남수단에도 공을 들여왔다. 남수단은 2011년 독립했지만 에너지 자원을 수단과 사실상 공유하고 있다. 중국은 남수단에 평화유지군과 의료지원팀을 보냈고, 지난 17일에는 쌀 3000t을 원조했다. CNPC는 수단과 남수단이 공동 소유한 최대 석유회사인 그레이터나일석유회사(GNPOC)의 지분 40%를 갖고 있다.

구정은 선임기자 ttalgi21@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