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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국방장관 "北 만행 생각도 못했다"…6시간 미스터리는 '미궁'(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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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 피살 공무원 사건 늦어진 사망 보고 집중 질타

"北, 시신 불태워 바다에 버린 듯…코로나19와 연관된 조치"

뉴스1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2020.9.24/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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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김민성 기자,유경선 기자,정윤미 기자 =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서해상에서 실종된 어업지도 공무원 A씨가 북한군에 의해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의 공식 사망 보고가 뒤늦게 이루어진 것에 대한 집중적인 추궁이 이어졌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방위 긴급현안 보고에서 "북한이 이렇게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을 못 하고 정보를 분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출처의 조각조각을 모아 정보화시키는 작업을 하는 과정 중에 (사건 경위가) 식별됐다"며 "정보가 정말 사실인지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연설과는 상관 없이 정보의 신빙성을 높여나가는 노력을 했다"고 강조했다.

A씨가 지난 22일 오후 9시 40분쯤 사망했는데도 국방부가 이런 사실을 38시간 만인 24일 오전 11시쯤 처음 공개한 것을 놓고 '문 대통령이 23일 새벽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 제안을 한 것 때문에 정부가 발표 시점을 조율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서 장관은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이유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라는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북한이 코로나19에 대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한 북한군은 A씨를 살해한 후 시신에 기름을 부은 뒤 불에 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서 장관은 시신의 행방에 대해서는 "현재 확인할 수 없지만 그 해역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북측이 시신을 불태우고 바다에 버렸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서 장관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서 장관은 "서해안의 서북도서 지역의 경계작전 개념을 그대로 준수하면서 감시장비와 해상세력의 추가 운용을 검토하겠다"며 재발방지 대책도 밝혔다.

현재 군 레이더 장비 등의 포착 능력에 대해선 "시험 결과 저희가 가진 감시장비의 능력으로 볼 때 (사람을 포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서 장관은 "비무장한 우리 국민에 총격을 가한,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것을 규탄하고 북한에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다"며 "우리 국민 대상 만행에 대해 모든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북한에 경고했다.

서 장관은 '북한은 4·27 판문점 선언을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후속조치인 9·19 군사합의도 위반했다'는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조문을 전부 한 번씩 살펴봤는데 조항에 정확히 부합되는 건 아니지만, 9·19 군사분야 합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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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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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A씨에 대해 월북으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선 '정황 판단'이었다는 국방부 답변도 나왔다고 한다.

국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한기호 의원은 국방위 긴급현안보고 후 기자들과 만나 "월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정황이 너무나 선명해 보이기 때문에 국방부가 그렇게 정황판단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의원은 "국방부가 국방위 위원들에게 4가지 정도의 이유를 들어 (정황판단에 대해)설명했고, 그 이유에 대해선 우리가 브리핑하지 않기로 했다"고 국방위 비공개 회의에서 오간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한 의원은 "국방부에서는 여러가지 악영향을 우려해 (북한이) 사살했을 것이라고 두루뭉술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A씨를 체포한 지 6시간10분 후에 사살한 것이라면, 6시간 동안 북한 최고지도부가 이를 보고받았을 것이란 관측에 대해선 "북한이 최초로 발견하고 나서 불태울 때까지 그 시간에 뭘했나 궁금하다. 그것도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6시간에 대해 국방부도 국회 국방위도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의원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경계심이 굉장히 높았을 것이라 끌고 들어오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 계속 보고하면서 사살할지 여부를 보고하고 또 보고하는 시간, 그 결심을 받는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북한 입장에서 (생포해 데려오는 것이) 하나도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까지도 북한에서 일언반구 반응이 없어 추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처럼 경직된 사회에서는 임의로 중간급(간부)이 죽이고 불태우지 못한다"며 "우리보다 훨씬 경직된 사회라 최고 정점까지 보고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 의원은 "확인은 안 되지만 내가 계속 얘기한 건 평양 지시라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시라는 말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봐야한다"라고 답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국방부에서는 그렇게 얘기를 안 하고, 확인되지 않았다고만 했다"고 전했다.

통신이 두절된 후 해상에서 통신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국방부 보고도 나왔다. 한 의원은 "국방부가 대답하길, 해상에서 통신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한다"며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하는 수단 밖에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한 의원은 "우리 군에서는 죽일 것이라는 생각을 안했기 때문에 어떠한 조치를 안 한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생각해도 귀순해서 온 사람을 죽이겠느냐고 정상적으로 국방부가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보고 시점에 대해선 "지난 21일 최초 (실종) 발생시 해경과 해군, 청와대 상황실이 동시에 공유한다"며 "청와대에 공유한 것이 대통령에 보고가 됐느냐 안 됐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청와대는 (선원 실종 신고가 해경에 접수된) 21일 12시51분에 알고 있었던 것이고, 이후 사살된 시점도 당연히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왜 국민들에게 늦게 알렸는지는 기사 쓰는 분들이 알아서 하시라"고 덧붙였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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