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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 안되던 관리비 1297만원 내라? 대전 아파트 ‘관리비 폭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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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부실관리 감사 청구에 관리비 폭탄 던진 듯" 주장

관리업체 ‘미납분 있다’ 거액 부과

조선일보

'관리비 폭탄' 논란이 일고 있는 대전의 한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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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 내던 것의 100배 이상 되는 관리비를 한꺼번에 내라는 게 말이 되나요."

아파트 월 관리비로 1297만원을 부과받았다는 대전의 한 시민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연을 올리고 “무법지대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전 동구 가양동 A아파트에 거주하는 B씨는 지난 20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민아파트 관리비 1200만원 부과하며 장기수선충당금 통장을 경찰서에 맡겨놨다는 이곳은 아파트 버전 도가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렸다. 청원 내용 등에 따르면 B씨에 부과된 아파트 관리비는 지난 1월 7만2970원에서 2월에 814만7580원으로 100배 이상 급등했다. 2월분 관리비 명세서에는 관리비 미납액이 806만3920원으로 적혀있었다. 이어 3월 관리비는 813만1540원으로 전달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가 4월에 다시 1297만9420원으로 크게 늘었다고 한다. 관리비 미납 연체료 명목으로 483만8350원이 추가돼 있었다.

B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아파트 위탁관리업체가 관리를 시작한 2018년 3월 이후 관리비를 꼬박꼬박 냈다”며 “관리업체가 관리비를 체납했다며 거액을 부과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지만, 명확한 답을 못들었다"고 했다.

2011년 1월 이 아파트에 입주한 B씨 가족은 앞서 아파트 관리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지난해 대전 동구청에 감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B씨는 “아파트 관리에 문제가 많아 관할 지자체인 대전 동구청에 감사를 청구했고, 지난해 9월 감사가 이뤄졌다”면서 “아파트 관리상 문제를 지적하자 ‘관리비 폭탄’을 날린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아파트 관리업체가 관리를 맡기 시작한 2018년 3월 이전에는 일부 주민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아파트 관리를 직접 했다”고 했다. 운영위원회가 관리비를 내면 간이영수증에다 사람이 직접 손으로 쓴 고지서를 발급했다고 한다. 계좌로 입금하지 않고 현금으로 관리비를 내면 간이영수증을 떼어주는 방식으로 허술하게 운영됐다는 것이다. B씨는 다만 2017년 약 1년 동안 운영위원회가 관리비 납부서 고지서를 제대로 발행해 주지 않은 적이 있었다고 했다. B씨는 “그 당시 고지서를 달라고 해도 주지 않은 적이 있어 일부 미납액이 있을 수 있지만 70만~80만원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아파트는 1984년 지어진 면적 58㎡의 서민형 아파트다. 전체 110가구로 주민은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자다. 이 아파트는 소형 아파트인 탓에 행정기관의 관리·감독을 거의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였다. 공동주택관리법 의무관리대상 주택은 300세대 이상 또는 150세대 이상에 승강기가 설치됐거나 중앙집중식 난방을 하는 곳이어야 한다.

대전 동구청은 지난해 9월 이 아파트에 대한 감사를 벌여 13가지 사항을 적발했다. 감사 결과, 2016년 옥상 우레탄 공사비로 4450만원이 지출됐으나 세금계산서와 견적서·계약서 등이 첨부돼 있지 않았다. 또 2018년 4월 물탱크 우레탄 공사로 418만원이 지출됐으나 역시 세금계산서와 견석서·계약서 등이 첨부되지 않아 확인이 어려웠다. 또 관리비 수입·지출 관련 통장거래 내용도 제대로 제출하지 못했다. 2018년 주택관리업체를 선정하면서 단지 관리단(입주민)의 과반수 의결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청 관계자는 “관련 서류 미비로 명확한 사용내역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면서 “지적사항과 관련해 관리업체에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B씨가 사는 아파트처럼 소규모 공동주택에 대해 지자체가 행정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은 권고 및 과태료 부과 정도에 그쳐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고 했다.

동구청도 B씨에게 거액 관리비를 부과한 아파트 관리업체에 근거 서류 등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아직 답이 없는 상태다. 동구청 관계자는 “논란이 된 아파트 관리비 문제와 관련, 입주민과 관리업체가 명확한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소송이라도 해야 진실이 가려질 것 같다”고 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업체 측의 설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우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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