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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THE 사건]北 피살 공무원 형 “국가관 투철한 동생이 월북?…軍, 실수 덮기 위해 몰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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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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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은 절대로 월북할 사람이 아니에요. 국가에 대한 사명감으로 힘든 업무를 수행해온 이 땅의 공무원을 군이 월북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22일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47)의 큰형 이 씨(55)는 24일 경기 안산시에서 만나자마자 “군이 자국민에 대한 학살을 방치했다”며 강하게 군을 비난했다. 형 이 씨는 “불법 어업 지도하는 일이 위험하니 관두라고 해도 ‘국가의 재산을 지키는 일이고 보람 있다’며 8년째 계속 일할 정도로 국가관이 투철했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동생은 우리나라 영해에서 표류하다가 북한 쪽으로 흘러갔다. 군은 당시 상황을 알고서도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으면서, 동생에게 월북했다고 책임을 떠넘긴다”고 말했다. 그는 “군이 자신들의 근무태만과 실수를 덮기 위해 동생을 몰아가는 것”이라며 “조만간 기자회견을 갖고 국방부에도 공식 항의하겠다”고 분노했다.

동생이 빚 때문에 월북했다는 주장도 근거가 약하다고 항변했다. 이 씨는 “동생이 동료들에게 돈을 빌렸다가 월급 통장을 압류 당했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몇 억 원도 아니고 2000만 원 때문에 어머니와 자식을 버리고 월북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이혼 때문에 신변을 비관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형은 “동생이 형제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중학생 고교생 남매의 자상한 아빠였다. 실종 전날인 20일에도 동생이 조카에게 전화를 했는데, 이런 동생이 이혼 때문에 신변을 비관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했다.

이 씨는 동생이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생은 무궁화 10호에 승선한 지 4일밖에 되질 않았다”며 “로프 밑에 슬리퍼가 있는 걸 보면 동생은 줄에 걸려 실족하며 바다에 빠진 게 틀림없다”고 밝혔다. 배에 지갑과 공무원 신분증 등이 그대로 발견된 것도 사고 근거로 제시했다.

이 씨에 따르면 5남 2녀 중 넷째인 동생은 일주일에도 몇 차례씩 전화 통화를 할 정도로 살가운 사이였다고 한다. 이 씨는 “동생이 맡은 불법어업 지도는 일반적인 선박 업무보다 훨씬 위험하다. 이 때문에 동생 안부를 자주 확인하는 게 일상이었다”고 전했다.

마지막 통화는 19일 오후 9시경이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 위치가 어딘지 등 평소 하던 얘길 나눴는데 마지막 통화가 될 줄 몰랐다”면서 “병을 앓고 계신 어머니가 충격을 받을까 봐 아직 소식도 전하지 못하고 있다”며 울컥했다.

안산=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목포=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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