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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추석 앞둔 노동자들의 '한숨'…"일자리 지켜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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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뒷바라지 '병원 비정규 노동자' 그늘

위장파산? 한국공작기계 남은 해고자 2명

같은 회사 3번 해고…암까지 얻은 한국산연 노동자

인천 폐쇄에 덜컥 '겁'…이제 우리구나 "꼭 지키겠다"

경남CBS 이형탁 기자

노컷뉴스

(사진=공공운수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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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노동자들의 시름은 어느 때보다 크다. 회사가 철수를 통보해 일자리를 잃게 생겼거나, 실직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명절에도 노동자들은 마음만 무거워지고 있다.

◇K-방역 뒷바라지 '병원 비정규 노동자'

코로나19 펜데믹에 잘 대처한다는 세계적 평가로 방역모범국으로 불리며 국내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은 수많은 많은 찬사와 격려를 받고 있지만, 이는 묵묵히 뒷바라지하는 병원 비정규 노동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시설과 미화, 보안을 책임지며 방역 현장 주변 '그늘'에서 일하지만, 항상 3개월 단위 쪼개기 계약으로 고용이 불안하다. 병원 측은 경제성과 전문성 등을 이유로 의사나 간호사처럼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는다.

국립경상대병원도 마찬가지다. 창원과 진주에서 일하는 경상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 450여명은 3개월이나 6개월 쪼개기 계약으로 항상 계약 종료 기간이 되면 불안하다. 병원 측이 정규직 전환 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쓰는 꼼수에 마냥 당할 수 밖에 없다.

이곳에 일하는 비정규직들은 선별진료소를 짓고 관리하거나 환자를 이송하는 등 코로나19 방역에 필수 인력이지만, 헐값에 부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남근 공공연대노조 조직국장은 "의료진만 고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병원이 유기체적으로 돌아가려면 사람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전기와 보일러 등을 만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2017년 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규직 전환대상자로 올랐지만 병원 측의 미적지근한 반응으로 3년째 정규직 전환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위장파산? 한국공작기계 남은 해고자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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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공작기계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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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때 받은 회사 선물은 손해배상 소송장이었다."

창원 50년 전통의 '한국공작기계'에 다니던 김수연(44) 금속노조 마창지역금속지회장의 말이다. 그는 회사 명절 선물이 '농성장과 주차장 부근에 무단 점거한 사용료를 월마다 50만 원씩 계산해 모두 900만 원을 납부하라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공작기계는 2010년 매출액 최고 1천억 원을 찍은 한 때 잘 나가는 회사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공식 파산했다. 횡령과 경영 악화 등이 이유다.

1997년 이곳에 입사한 김 지회장은 "수년간 회사 폐업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며 "하지만 회사는 400억 원대 부채를 탕감받기 위해 위장파산을 하고 이름만 영문명으로 바꾼 새로운 회사를 차렸다"고 말했다.

그가 주장하는 위장파산의 근거는 새로 세워진 한국머신툴스라는 회사가 이전에 한국공작기계가 운영하던 인적과 물적, 영업망 등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이 일하던 노동자 40여명은 버린 채 경영진의 이익을 위해 회사를 회생할 의지도 없이 법원의 파산을 인정받았다는 것.

김 지회장은 "위장파산한 회사이기 때문에 투쟁을 통해 고용승계를 받아낼 것"이라며 지난해 11월부터 회사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투쟁 중이다. 남은 노동자는 그를 포함해 2명이다.

◇같은 회사 3번 해고…암까지 얻은 한국산연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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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한국산연 앞 양 전 지회장(사진=이형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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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를 3번 당하고 암을 얻은 양성모(46) 전 한국산연 지회장.

그는 2003년 이곳에 입사해 2010년 첫번째 해고를 당했다. 노조 간부로 활동하고 노사 협약에서 피해를 끼쳤다는 이유 등에서다. 우여곡절 끝에 양측이 합의해 양 지회장은 회사로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6년 또다시 해고당했다. 일본 모기업인 산켄전기가 경제적 이유 등으로 한국산연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이들은 일본 본사에 직접 찾아가 투쟁을 벌이며 결국 2017년 복귀했다.

하지만 연이은 해고와 투쟁 그로인한 스트레스 등으로 2018년 6월 그는 '구인두암' 3기 판정을 받았다. 하마터면 말기암까지 갈 수 있어 휴직을 내고 암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9월 건강이 많이 좋아져 복귀했지만 또다시 해고가 예정됐다. 내년 1월 사측은 한국산연을 철수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철수 반대"를 외치고 한국산연 앞에서 농성장을 지키며 고군분투 중이다. 한국산연에 남은 노동자 17명(산재자1명)와 2016년 국제 연대로 투쟁했던 일본 시민단체 등이 함께 목소리를 내서 끝까지 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산연은 충분히 재가동 될 만한 여력이 있는 회사인데 위장폐업을 하고 있다"며 "추석 당일도 한국산연 철수를 막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인천 폐쇄에 덜컥 '겁'…이제 우리구나 "꼭 지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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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GM부품물류비정규직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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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인천공장에 있는 부품물류센터가 통보 3개월 만에 지난해 말 폐쇄됐다. 올해 2월 창원공장 부품물류센터도 폐쇄하겠다고 사측은 통보했다. 전국 3곳의 부품물류센터 중 인천에 이어 창원도 폐쇄하고 이제 세종물류센터 1곳만 남기겠다는 것이다.

부품물류센터에서는 GM 쉐보레 자동차 휠과 운전대 등 차량 부품을 포장한다. 창원공장에서는 정규직 사무직 노동자과 비정규직 노동자 등 40명이 모여 근무하고 있다. 인천공장 부품 비정규 노동자들이 한순간에 힘도 없이 뿔뿔이 흩어지는 걸 보고 일자리를 지켜야겠다는 위기감으로 사무직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똘똘 뭉쳤다.

허원 한국GM부품물류비정규직지회장은 "빠르게 부품물류센터가 통합되고 있는 것을 보고 위기감을 느꼈다"며 "15년 넘게 일한 노동자들의 일터를 효율성과 경제성 등을 이유로 한순간에 없애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허 지회장은 또 "창원비정규직지회 생산직 노동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불법파견을 받아내는 투쟁을 지켜보면서 많이 배웠다"며 "추석을 기점으로 연대 투쟁해 일자리를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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