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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도로 본 세계 최대 산호초의 '하얀 비명'[VR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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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앙 눈앞에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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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촬영한 호주 북동부 바다에 있는 세계 최대 산호초 '그레이트배리어리프'. 백화 현상을 앓아 색을 잃은 산호를 360도 VR카메라에 담았다. 사진 리처드 피츠패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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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호주 북동부 케언즈시에서 약 100㎞ 떨어져 있는 레이디 엘리엇섬 앞 바다. 햇살을 받아 빛나는 투명한 수면 아래로 파랑비늘돔이 헤엄치고 있었다. 이어 멸종위기종인 푸른바다거북이 창공을 나는 새처럼 유유히 지나갔다. 이곳은 세계 최대의 산호초 군락, 그레이트배리어리프(Great Barrier Reef)다.

#하얗게 색을 잃고 죽어가는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모습을 VR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영상이 보이지 않으면 주소창에 (https://youtu.be/9nz4_lzjIBM)를 입력하세요.





하지만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있었다. 중앙일보의 의뢰로 현지 취재에 나선 해양생물학자 리처드 피츠패트릭이 카메라를 들고 산호 군락에 다가가자 하얗게 변한 산호가 곳곳에 나타났다. 하얗게 변한 산호 주변은 오가는 물고기가 없었다. 형형색색 빛나던 산호가 색을 잃고 죽어가고 있었다.

수만 년 동안 산호가 쌓여 형성된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우주에서도 보일 만큼 거대한 넓이를 자랑한다. 호주 북동부 앞바다에서 시작해 남태평양의 파푸아뉴기니섬까지 약 2300㎞에 걸쳐 뻗어있다. 면적(21만㎢)이 한반도 전체와 비슷하다. 1500종 이상의 어류와 400여종의 산호가 사는 해상 생태계의 보고다.



죽음의 그림자 '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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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촬영한 호주 북동부 바다에 있는 세계 최대 산호초 '그레이트배리어리프'. 백화 현상을 앓아 색을 잃은 산호가 보인다. 사진 리처드 피츠패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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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의 산호는 거의 다 죽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생기 넘치는 모습은 사라지고 앙상한 골격만 남아있죠". 피츠패트릭이 산호에 가까이 다가가자 표면에 나타난 흐릿한 갈색 빛이 눈에 띄었다. 미세한 먼지가 낀 것처럼 탁한 빛을 띈다. 이미 폐사한 산호다.

산호가 화려한 색을 띄는 건 골격 안에 품고 있는 미세조류 덕분이다. 미세조류의 일종인 주산텔라(Zooxanthellae)는 산호와 공생 관계다. 주산텔라는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고, 이렇게 생성된 산소와 영양분을 산호에게 준다. 산호는 에너지의 90% 이상을 이렇게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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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촬영한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한 산호가 백화 현상을 겪어 색을 잃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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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가 색을 잃고 하얗게 변하는 '백화 현상'(Coral bleaching)은 미세조류가 산호를 떠나면서 발생한다. 햇빛·수온 등 주변 환경에 문제가 생기면 공생 관계가 깨진다. 이상을 감지한 산호는 미세조류를 몸에서 내쫓는다. 미세조류가 사라지면 산호는 색을 잃고, 딱딱한 흰색 골격만 남는다. 영양 공급이 끊긴 산호는 곧 죽음에 이른다.

백화한 산호는 생존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을 친다. 피츠패트릭이 보라색을 띄는 산호에 다가갔다. 형광빛을 띈 산호는 언뜻 화려해보이지만, 이또한 죽음의 전조다. 미세조류를 잃고 햇빛에 그대로 노출된 몸을 보호하는 보호물질을 뿜고 있다는 설명이다. 죽어가는 산호가 보내는 'SOS' 신호다.





기온 상승이 부른 대규모 백화…5년동안 3번 휩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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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촬영한 호주 북동부 바다에 있는 세계 최대 산호초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산호가 형형색색 빛나고 있다. 사진 리처드 피츠패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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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의 주된 원인으론 수온 상승이 꼽힌다. 전 지구적인 지구 온난화의 결과란 설명이다. 피츠패트릭은 "백화 현상은 산호가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서 생긴다"며 "온도가 높아지면, 산호는 미세조류를 붙잡지 않고 내보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온도 변화로 광합성 활동에 문제가 생긴 미세조류를 산호가 뱉어내는 일종의 이상 반응인 셈이다.

일부 지역에 한정됐던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백화 현상은 1990년대 이후 수백㎞에 걸쳐 발생하고 있다. 2002년 두 번째 대규모 백화 현상이 나타났고, 2016년 이후에만 3차례 더 일어났다.

호주해양보존협회 활동가 일리스 스프링엣은 "최근 5년 새 3차례나 대규모 백화 현상이 생긴 건 그레이트배리어리프가 버티기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급격한 기후 변화가 가장 큰 위협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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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이후 호주 주변 바다의 평균 수온 추이. 100여년 동안 약 1.5도 뜨거워졌다. [표 호주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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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호주 인근 바다의 수온은 1900년 이래 약 1.5도 뜨거워졌다. 1990년대 말 산호의 공생관계를 깨트릴 만큼 달아오른 이후에도 계속 높아져 대규모 백화 현상이 일상이 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2017년 호주 국립산호초 연구팀은 조사 결과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91%가 폐사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산호초 백화 현상은 다른 해양생물에도 치명적이다. 육지의 영양분이 유입될 수 있는 큰 강이 없는 호주 북동부 바다는 생태적으로 사막과 다를 바 없다는 평가다. 이런 환경에도 현재 수천 종의 해양 생물이 살고 있는 건 광합성을 통해 영양을 공급하는 산호초 덕분이다. 산호초가 사라지면 바다 생태계 전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호주 정부는 그레이트배리어리프를 찾는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매년 유발하는 경제 효과를 64억 호주달러(약 5조4000억원)로 추산한다. 산호초 폐사가 계속되면 풍부한 어족 자원을 기반한 어업 경제도 타격 받는다.



1.5도 상승이 '마지노선'…"산호초의 미래, 우리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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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헤론섬에 알을 낳고 바다로 돌아가는 녹색바다거북. 멸종위기에 처한 녹색바다거북은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주변에서 지내며 산란한다. 하지만 산호초 소멸이 빨라지면서 번식 장소를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사진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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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보음이 이어지자 호주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호주 정부는 2018년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보존을 위해 5억 호주달러(약 42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안 농장에서 나오는 오염원을 차단하고 산호를 먹이로 삼는 악마불가사리를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온 상승을 막지 못하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한다. 피츠패트릭은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빙하기와 해수면 상승도 이겨냈지만, 최근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탄소 배출량을 줄여 기온 상승을 최대 1.5도 내로 통제해야 산호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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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호주 퀸즐랜드주 마그네틱섬 주변 바다에 있는 산호가 백화 현상을 겪고 있다. 이 산호의 나이는 250살로 추정된다. [사진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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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패트릭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스노클링을 즐기면서 본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모습에 빠져 해양생물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쩌면 한 세대 내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산호초를 매일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산호초는 수만 년을 버틴 강한 생물이죠. 우리가 수온 상승을 막고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금세 활기를 되찾을 거라 믿습니다. 미래에도 산호초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을지는 지금 우리의 행동에 달렸습니다."

호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리처드 피츠패트릭

남궁민 기자, 김지혜 리서처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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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생물학자 겸 수중촬영감독 리처드 피츠패트릭(Richard Fitzpatrick) [사진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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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피츠패트릭은 호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생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수중촬영감독으로도 활동하며 많은 바닷속 모습을 촬영했다. 중앙일보 취재팀의 의뢰를 받아 기후 변화로 대규모 백화 현상을 겪고 있는 산호초의 모습을 360도 VR 영상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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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색을 잃고 죽어가는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모습을 VR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스마트폰으로 QR코드에 접속하면 360도 영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상이 보이지 않으면 주소창에 (https://youtu.be/9nz4_lzjIBM)를 입력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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