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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 우리 국민 총살하고 불태워도… 대통령 ’33시간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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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공무원 사살될 때까지 상황 알고도 6시간 조치 안한채 靑에 보고

국방부는 24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지난 22일 북한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졌다고 밝혔다. 군은 이와 같은 상황을 각종 정보 자산을 통해 실시간으로 알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청와대도 심각성을 보고받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23일 새벽(한국 시각) ‘종전 선언 유엔 연설’은 그대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그날 오전 군 수뇌부를 만나서는 “평화의 시기는 일직선이 아니다”라며 북한과의 평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 국민이 북한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이 소각됐다는 사실을 알았던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다. 국민들이 A씨의 사살·시신훼손 사실을 알게 된 건 문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은 지 26시간 30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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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관계자는 이날 “22일 오후 3시 30분 북한 수상 사업소 선박이 황해남도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A씨를 최초 발견한 정황을 입수했다”고 했다. 당시 군은 북한이 A씨를 발견한 장소가 정확히 어디였는지 몰랐지만, 1시간 뒤 여러 정황상 북한군이 발견한 사람이 A씨임을 특정했다. 북한은 이후 A씨를 사살하고 밤 10시엔 시신을 불태웠다. 6시간 30분 동안 각종 정보 자산을 통해 A씨의 행적과 북한의 움직임을 파악했지만 그사이 군이 취한 조치는 없었다. 군은 “우리 영토가 아니었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없었다”고 했다.

청와대는 군으로부터 이번 사건을 시간대별로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에게는 22일 오후 6시 36분 A씨의 ‘실종’ 관련 첫 서면 보고가 있었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A씨가 3시간 뒤 사살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북한의 A씨 사살·시신 훼손 행위는 대통령에게 다음 날(23일) 오전 8시 30분 보고됐다. 하지만 이 사실이 국민들에게 알려진 건 26시간 30분이 지난 24일 오전 11시였다. 국방부는 ‘뒷북’ 입장문을 통해 “북한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만행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군 안팎에서는 뒤늦은 정부의 입장이 석연찮다는 얘기가 나왔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대통령이 종전 선언을 얘기해버린 상황에서 상당히 난감했을 것”이라며 “북한과의 공식 라인이 끊겼다지만, 국정원·통전부 라인을 통해서든 어떻게든 노력을 해야 했다”고 했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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