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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 첩보에 회의까지 연 靑참모진 ‘대통령엔 10시간 지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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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우리 국민 사살]청와대의 ‘36시간’ 총체적 늑장대응

동아일보

文대통령, NSC회의 소집 지시하고 뉴딜행사 참석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경기 김포시 ‘캠프원’에서 열린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우리 실종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뒤 시신이 불태워진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발표하라”고 지시한 뒤 이날 현장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군이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를 22일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초유의 만행을 벌인 가운데 청와대의 대응을 두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오전 11시 반경 이 씨가 서해상에서 실종된 뒤 다음 날 사살되기까지 ‘34시간’은 물론 사살 첩보가 도달한 22일 오후 10시 반부터 정부가 공식 발표한 24일 오전 11시까지의 ‘36시간 반’도 총체적인 늑장 대응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 피살 정보 받은 후 10시간 만에 文에 보고한 靑

24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이 사건과 관련해 처음 보고를 받은 건 22일 오후 6시 36분. 청와대는 “(해수부 소속) 서해어업관리단 직원이 해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북측이 그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했다”는 내용을 문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했다. 3시간 뒤인 오후 9시 40분경 북한군이 해수부 공무원에게 총격을 가한 뒤 시신을 불태웠고, 청와대는 50분 뒤인 오후 10시 반 군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첩보를 보고받았다.

하지만 참모진은 이를 10시간이 지난 23일 오전 8시 반에야 문 대통령에게 첫 대면 보고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서욱 국방부 장관 등 5명은 23일 오전 1시부터 2시 반까지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첩보의 신빙성을 먼저 확인하는 과정에서 보고가 늦었다는 것. 관계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던 23일 오전 1시 26분부터 16분간 문 대통령은 사전 녹화된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이후 서훈 실장과 노 실장은 23일 오전 8시 반 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했고 문 대통령은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에도 확인하라. 만약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라”라고 했다. 사실 확인 후 대응을 지시한 것.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에 대한 첫 보고가 지연된 데 대해선 “그 당시에는 신빙성 있는 첩보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서실장과 국가안보실장, 국정원장 등이 긴급회의를 가질 정도로 긴급한 사안을 두고 첩보 신뢰성을 문제 삼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 청와대 “남북관계는 지속되어야”

사살과 시신 훼손 사실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이후 청와대 대응도 긴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가 8시간가량 지난 23일 오후 4시 35분에야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북한에 통지문을 보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과는 핫라인이 끊어져 있다. 핫라인이 끊어져 유엔사를 통해 북한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하루를 넘겨 24일 오전 8시 또다시 관계장관회의를 연 뒤 문 대통령에게 “첩보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고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NSC 사무처장인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정부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북한군의 이런 행위는 국제규범과 인도주의에 반한 행동으로 우리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첫 입장을 내놨다. 서 차장은 이어 “북한은 그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며 “반인륜적 행위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종전선언 정신은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사고가 있었지만 남북관계는 지속되고 앞으로도 견지돼야 하는 관계”라고 했다. ‘이번 사안을 단순 사고로 보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사고가 아니고 반인륜적 행위였다”고 번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북한이 실종자를 사살 후 화장했다”고 했다가 “시신 훼손으로 보겠다”고 정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NSC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하지 않고 오후 2시부터 경기 김포시에서 열린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 참석해 실감 콘텐츠 아카펠라 공연을 관람하는 등 일정을 소화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정이 빠듯해서 NSC 회의를 지시하고 사후 보고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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