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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이상직도 탈당… 의원직 유지하려 줄줄이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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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 사태 논란에 휩싸인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잠시 당을 떠나 있겠다”며 자진 탈당 선언을 했다. 의원직은 사퇴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최근 재산 축소 신고 의혹 등에 휘말린 김홍걸 의원도 제명을 통해 의원직을 지킬 수 있게 했다. 가족 명의 회사를 통해 피감기관 공사 수주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도 탈당하면서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여야가 법적, 도덕적 논란을 빚고 있는 의원들에 대해 제대로 된 징계나 사실 규명을 하지 않고 ‘눈속임’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상직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 선배·동료 의원님들과 당원 동지들에게 무거운 짐이 된 것 같아 참담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선당후사의 자세로 더 이상 당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직원 임금 체불·해고 사태 외에도 회사 지분 편법 증여, 차명 주식 보유, 문재인 대통령 사위 취업 알선 등 각종 의혹으로 논란이 됐다. 김홍걸 의원과 함께 당 윤리감찰단에 회부된 지 8일 만에 탈당한 것이다.

이 의원은 탈당하면서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직원들 일자리를 지켜내겠다는 생각에 (이스타항공) 매각 대금을 (제주항공에) 150억원 깎아주고, 사실상 전 재산인 매각 대상 주식을 헌납하겠다고 발표해도 ‘결국 이상직이 문제’라는 말을 계속해서 들었다”고 했다.

이 의원은 “‘결국 이상직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할 수 있도록 사즉생의 각오로 이스타항공과 직원 일자리를 되살려놓겠다”며 “저에 관한 의혹을 성심성의껏 소명하다 되돌아오겠다”고 했다. 논란이 해결되면 재입당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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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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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홍걸 의원과 이 의원의 사례가 당 소속 모든 공직자들에게 자성의 계기가 되고 경각심을 갖도록 할 것”이라며 “국민과 당원들에게 송구하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심각한 법적, 도덕적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에 대해 이런 식으로 ‘꼬리 자르기’식 대응을 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당 소속 의원들의 문제는 결국 당이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의원직은 유지하게 하면서 당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국민들로 하여금 집권 여당을 책임을 회피하는 비겁한 정당으로 생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선 21대 국회 이후 각종 의혹에 휘말린 의원이 탈당 조치된 사례가 잇따랐다. 특히 비례 대표 의원들의 사고가 잇따랐다. 김홍걸 의원은 물론 양정숙 의원도 재산 관련 의혹으로 제명됐다. 현행법은 제명으로 당적을 이탈한 비례대표 의원은 의원직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 출신 한 민주당 의원은 “비례 출신들이 당을 망치고 있는데 심히 부끄러운 일”이라며 “국회법을 바꿔서 공천한 당에서 제명을 할 경우 의원직도 상실케하는 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피감기관에서 가족 명의 건설회사에 수천억원대 공사를 수주한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전날 “무소속으로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며 탈당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박 의원 등의 사례를 감안하면 여당의 허물에 대해 우리도 거칠게 비판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고 했다. 정의당은 “탈당이 무슨 면죄부냐”며 “이들의 의원직 박탈을 당장 추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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