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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어선 많았는데 목격자 0명, 파도 헤치고 38㎞ 이동…실종 의문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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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the300]北 국경 '무조건 사살' 방침에도 軍 '인도적 조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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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기자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게 '총살' 및 '화형'을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이번 건과 관련해 자세한 설명을 했지만, 여전히 '미스터리'에 가까운 내용들이 많은 상황이다.


아무도 몰랐던 A씨의 실종

지난 21일 낮 12시 51분 인천 옹진 소연평도 남방 2㎞(1.2마일) 해상에서 해수부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A씨(47)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해양경찰에 접수됐다.

A씨는 전남 목포 소재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8급)다. 실종 당시 소연평도 인근 해상 어업지도선에서 어업지도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슬리퍼를 벗고, 구명조끼를 입은 다음 바다에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 1명 정도가 탈 수 있는 부유물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 당시 기상 상황은 아주 좋았었다. 꽃게 성어기라 어선도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 누구도 A씨를 목격하지 못했다. 오후 1시50분부터 군과 해경이 함정, 선박 항공기를 동원했음에도 A씨를 찾지 못했다.

해상에서 인원을 수색하는 작업이 워낙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조난 사고가 있을 때 보트를 타고 있어도 발견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부유물타고 38km?



A씨는 22일 오후 북측 황해남도 등산곶 앞 해상까지 진출했다. 군은 △오후 3시30분에 북측 선박과 대치하고 있는 인원에 대한 첩보를 확보했고 △오후 4시40분에 이 인원이 A씨라고 특정했으며 △오후 10시쯤에 그 위치가 등산곶 앞 해상이라고 확인했다.

A씨는 북방한계선(NLL)에서 3~4km 정도 더 북상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가 탔던 어업관리선에서 38km 떨어진 위치다. A씨가 등산곶 앞까지 갔을 때 상태에 대해 군은 "기진맥진"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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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뉴시스]최진석 기자 =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북한 옹진군 마을이 보이고 있다. 2020.06.19. myj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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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부터 22일 오후까지 하루가 넘는 시간 동안 부유물 하나에 의지한 채 파도를 헤치고 38km를 이동하는 게 가능하냐는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A씨는 평범한 공무원이다. 군인이나 특수부대원과 같이 체력이 뛰어난 사람도 아니라는 의미다.

군 관계자는 "거리가 상당히 먼거리인데,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으니 수영으로 갔을 수도 있고, 부유물을 타고 (노를) 저어갔을 수도 있다"라며 "그 인원이 이곳(연평도 인근)에서 오래 근무를 해서 해류를 잘 안다"고 설명했다.


군은 왜 손을 놨나



군은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 선박과 대치하고 있는 사람이 A씨라는 사실을 22일 오후 4시40분에 파악했다. 이후 감시장비에 불꽃이 찍힌 것은 오후 10시11분. 이 불꽃은 A씨의 시체를 불에 태우며 나온 것이었다. 군은 이 불꽃을 관측한 뒤 '등산곶'이라는 위치를 특정했고, A씨가 총격을 당한 다음 불에 태워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내렸다.

군의 행동을 종합하면 최초 첩보 확보(오후 3시30분) 이후 6시간30분, A씨 신원 특정 이후 5시간 30분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게 된다. 군은 "이 사건이 우리 해역이 아닌 북한 해역에서 일어났다. 북한 안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우리 군이 즉각 대응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인도주의적 조치가 일어날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그런 만행을 저지를 것이라고, 그렇게까지 나갈 것이라고 예상 못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문제는 북한이 코로나19(COVID-19)의 영향으로 국경에 접근하는 인원에 대해 '무조건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A씨가 북측에 있는 것으로 확인했던 시점에, 사살 가능성까지 고려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군은 이런 북한의 방침이 중국-북한 국경에만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NLL에 이같은 기준을 적용할 지 몰랐던 셈이다. 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NLL 인근에서 북측이 우리 국민을 사살한 사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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