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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터뷰]'악의꽃' 서현우 "첫 주연하면서 시야 넓어져…믿보배로 거듭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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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드라마나 영화를 보다보면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극의 중심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역할이 있는가 하면 실제로 있을법한 평범한 인물이 자연스럽게 극에 스며들어 주변 인물들과 큰 시너지를 일으키는 역할도 있다. 배우 서현우를 보면 후자가 아닐까 싶다. 대중들은 ‘악의 꽃’ 기자 김무진 역으로 첫 주연을 맡은 그의 농익은 연기를 보며 신선해했다.

드라마에서는 첫 주연이지만, 50여편 이상의 작품활동을 해오며 스펙트럼을 넓힌 공식 데뷔 10년차 배우다. 뚜벅뚜벅 다양한 작품을 해오며 기반을 다져온 그에게 있어 ‘악의 꽃’은 일종의 터닝포인트와 같은 작품이다. 서현우는 “감독님께서 먼저 보자고 연락이 와서 기뻤지만 한편으론 놀랐고, 걱정도 앞섰다”면서 “감독님의 특별 주문은 김무진 역은 극중 인물들간의 관계에 있어 숨쉴 수 있는 틈을 주는 인물로, 진지함 속에 위트가 나와야한다고 했는데 그 점을 가장 고민해서 담아내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악의 꽃’ 이전에는 제 연기하는 데에만 바빴다면 지금은 연기 외적으로 스태프들과 소통하며 제 의견도 자신있게 피력하는 등 여유가 생겼다. 현장 자체 컨디션까지 살필 수 있는 시야가 넓어지게 돼 더욱 책임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동료 배우 이준기와 호흡하면서 더 많이 배웠다고 겸손함을 보이기도 한 그는 “준기형을 보며 여러모로 느낀 게 많다”면서 “처음 공방 지하실 감금 장면을 3일에 걸쳐 찍었는데 서로 팽팽한 기싸움을 하는 과정을 어떻게 풀어낼 지 자주 의견을 나누며 서로간 믿음이 구축됐다. 준기형이 제 의견을 자유롭고 여유롭게 받아줘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 또 현장에서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배우가 자기 감정 몰입하기 바쁜데도, 상대배우, 스태프 등이 지쳐있을 때 응원·격려해주고 소통하면서 현장을 리드해나갔다. 감독님이 항해사라면 그는 선장처럼 사람들을 북돋아주는 역할을 해냈다. 그 덕분에 매회 좋은 신을 뽑아낼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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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우는 올해 초 개봉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도 돋보이는 조연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보안사령관 전두혁 역할을 맡아, 캐릭터의 생생함을 살리고자 특수분장을 마다하고 삭발을 감행했다. 지난해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에서는 사람을 죽이는 일도 하는 차가운 인물의 날카로움을 살리고자 12㎏를 감량했고, 이번 ‘악의 꽃’에서는 순수한 면모를 지닌 기자 역할을 위해 8㎏ 추가 감량하는 열정을 보여줬다. 그는 “특수분장을 제안했으나 좀더 진정성있게 인물을 표현하고 싶어 머리를 밀었다. 6개월 정도 계속 머리를 밀고,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배우로서는 특별한 체험이었다. 이번 김무진 역할은 멜로 라인이 있는 기자 역인 만큼 ‘모두의 거짓말’ 때보다 더 감량하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연기의 디테일(리얼리티)를 살리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외형의 변화보다는 내면의 새로움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작품을 끝낸 이후 역할을 잘 비워내는 일이 수반돼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중들은 늘 새로운 걸 찾는 만큼 배우는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한다. 그런데 외형변화는 한계가 있다. 저는 요즘 사람들이 무슨 주제에 관심이 있고, 어떤 얘기를 나누는지 등 사람과 주변 세상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연구한다. 그 점이 일상 연기를 잘해낼 수 있는 근간이 됐다. 오랜 시간 연기해오며 느꼈던 중요한 연기 지론 중 하나는 비워내는 일을 잘해야한다는 점이다. 일종의 중립상태로, 작품하면서 다른 작품에 들어가는 것보다 작품을 정확하게 마무리짓는 일이 더 중요하다. 김무진이란 역할을 완전히 정리하지 못하고, 결을 씻어내지 못한다면 다음 작품으로 가는 일이 굉장히 어렵고 위험해진다. 마치 하얀 도화지(중립)처럼 돼야 새로운 캐릭터의 성질과 질감을 입힐 수 있다. 이전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의 성질과 질감이 덕지덕지 붙어있으면 결국 캐릭터에 함몰되게 된다”고 지적했다.

10년 동안 연기를 해오며 아쉬웠던 작품도 많았다. 그중 하나로 지난해 개봉한 ‘배심원들’을 꼽았다. 서현우는 “‘배심원들’은 피고인 역할로 특수분장을 몇시간씩 받아가며 촬영했던 작품인데 아픈 새끼손가락으로 남아있다”면서 “당시 흥행스코어도 아쉬웠지만 고생한 스텝들에게 감사인사를 제대로 못 전해 더 아쉽다. 좋은 영화니까 나중에라도 사랑받았음 싶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믿고 보는 배우(믿보배)가 되고 싶다. 이를 이루려면 책임이 따른다. 신뢰감도 줘야한다. 믿보배가 되기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제가 즐길 수 있고, 하고 싶은 작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작품을 해나가려한다. 그동안 전문직 직업군을 많이 해왔는데 다음 작품은 강렬한 역할도 해보고 싶다. 또 향후에는 해외 드라마에도 도전해 각국의 배우들과 어우러진 연기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melody@sportsseoul.com

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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