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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돈 없고 가정사 있으면 다 월북하나” 피격 공무원 형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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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잇따라 글 올려… “진실 밝혀져야”

세계일보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게 피격돼 사망한 공무원 A(47)씨의 친형이 24일 언론에 제공한 동생의 공무원증 사진. A씨가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에 남아 있었다고 한다. 연합뉴스


소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됐다 북한군으로부터 피격돼 숨진 공무원의 형이라고 밝힌 남성이 이틀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잇따라 글을 올려 우리 군의 ‘월북’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호소했다. 그는 “월북이나 (그 배경으로 지목된) 가정사, 금전적인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군은 무엇을 했으며 (왜 국민을) 지키지 않았는지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측의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8급 공무원 A(47)씨의 형이라고 밝힌 B씨는 25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왜 멀쩡한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의 천인공노할 참담한 장면으로 죽어야 했느냐”며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만행에 국가의 책임과 의무는 무엇이냐”고도 되물었다. 직전에 올린 글에서 B씨는 “저의 가족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개탄스럽고 분통터진다”면서 “참담하고 괴롭고 몸이 힘들지만 진실을 밝히고 싶다”며 동생의 죽음을 둘러싼 7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먼저 B씨는 “언제부터 구명조끼가 군사기밀이었느냐”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약 30시간의 해상표류 중 최소한 20∼24시간 동안 우리 해역에서 (동생이) 표류할 때 우리 군은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다. 세 번째로 “동생이 거의 실신 상태로 북측에 잡혀서 총질을 당할 동안 군은 (왜) 입다물고 있었느냐”고 했다. B씨는 이어 “천인공노할 엄청난 사건임에도 국가는 국제사회에 북한의 만행을 알릴 생각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다섯 번째로 B씨는 “(군 당국이) 무슨 근거로 월북이라는 용어를 내세우며 몰아가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당시 조류 방향은 제가 직접 수색에 참여했을 때 체크해 본 바 강화도 방향이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여섯 번째로, 월북을하려 했다면 공무원증이 왜 배에 그대로 있었겠느냐”며 “돈 없으면, 가정사가 있으면 다 월북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군은 구명 동의를 국기기밀이라 하며 검수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느냐”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B씨는 곧 기자회견을 준비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전날에도 B씨는 게시글 여러 개를 올려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특히 A씨의 월북 시도설을 두고 “신분증과 공무원증이 선박에 그대로 있었다”며 “또, 해상의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조류가 보통 지역과 달리 상당히 세고 하루 4번 물때가 바뀐다”고 했다. 이어 B씨는 “(동생이) 실종돼 해상에 표류한 시간이 30시간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헤엄쳐서 (북측 지역으로) 갔다? 조류가 가만 있지않고 사고 당시 11물인 점, 그리고 이 해역은 다른 지역보다 조류가 상당하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말도 안 된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1일 오전 11시30분쯤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남방 2㎞ 해상의 어업지도선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다른 선원들이 선내와 인근 해상을 수색한 뒤 해양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당시 선내에선 A씨의 신발과 신분증·공무원증, 수첩 등 물품이 발견됐다. 우리 군과 정보 당국은 A씨가 월북을 시도하다가 북측 해상에서 표류했고, 지난 22일 북측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A씨가 해류 방향을 잘 알고 있고, 해상에서 소형 부유물을 이용했으며, 북한 선박에 월북 의사를 표시했다며 이 같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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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은 A씨가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를 현장 조사한 결과 그가 유서 등 월북 징후를 전혀 남기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신발이 선박에 남아 있던 점, 평소 조류 흐름을 잘 알고 있었던 점, 채무 등으로 고통을 호소한 점 등을 토대로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계속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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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 북한의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 A(47)씨의 실종 사건을 조사 중인 해양경찰이 24일 공개한 해당 어업지도선 선미 사진. 인천해양경찰서 제공


그러나 A씨가 평소 페이스북에 아들·딸 사진을 올리며 애정을 표시해왔다는 점, 동료 공무원들과 별다른 문제 없이 평범한 생활을 해왔다는 점, 평소 월북에 관한 이야기나 북한에 관심을 보이는 듯한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월북 시도설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시선도 적잖다. B씨는 전날 오전에 올린 글에서는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불합리하게 몰아가고 추정적으로 처리한다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은 A씨를 총격한 뒤 시신을 불태우기까지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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