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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세계 속의 북한

미국, “한국의 북한 규탄 전적으로 지지”···국제단체 “안보리 회부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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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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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한국 공무원 사살 사건에 대해 미국 정부와 국제 인권단체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유엔 사무총장에게 진상조사를 요청해야 하며,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매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과 평화 프로세스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미 국무부는 24일(현지시간) 북한이 서해상에서 한국 공무원을 사살한 사건과 관련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의에 “우리는 이 행위에 대한 동맹인 한국의 규탄과 북한의 완전한 해명에 대한 한국의 요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국제 인권 단체들도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국제앰네스티(AI)의 아널드 팡 AI 동아시아 조사관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실제로 이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극악무도한 야만적인 행위”라며 “개인의 생명권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 브래드 애덤스 아시아지부장은 VOA 방송을 통해 “(사살 발표가) 사실일 경우 인간으로의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한 잔혹한 행위”라며 “유족이 시신을 회수할 수 없도록 하고 제대로 된 장례식조차 치를 수 없게 했다”고 비판했다.

VOA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유엔 안보리 회부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외부 등을 개선 압박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VOA 방송에서 “이번 사건이 국제 보건 규범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한국 정부가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에 진상조사와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북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이번 북한의 행태가 ‘전쟁 중 인도적 대우’에 관한 제네바 협약을 위반했다며 “제네바 협약을 위반하면 진상조사단 구성을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사람은 생명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 세계인권선언과 자유권규약 위반인 동시에 남북이 종전이 아닌 정전상태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비무장으로 ‘적대행위에 능동적으로 참가하지 않은 자’에 대해 모든 종류의 살인, 상해, 학대, 고문을 금지한 제네바협약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는 지난 1989년 채택한 결의에서 ‘그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즉결 처형은 금지돼야한다’며 유엔 회원국들에게 수용을 촉구한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이 이씨를 해상에서 구조하지 않은 채 총격을 가해 사살한 것 자체만으로도 유엔 결의 위반이다. 또 북한의 이번 행태는 ‘바다에서 발견된 실종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 지원을 제공하라’고 명시한 유엔해양법협약에도 배치된다.

미국 매체들은 이번 사건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과 평화 프로세스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이날 “이번 일은 이미 낮아지고 있는 남북관계 회복 노력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약화시켜 문 대통령이 대북 강경노선을 채택하도록 내몰 수 있다”고 전망했다. FP는 “이 혼란스러운 사건이 문 대통령의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이는 국제질서에 긍정적 변화를 주려는 문 대통령의 희망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썼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번 사건을 두고 “두 나라(남북)의 외교 관계를 더 탈선시킬 수 있고, 한국 정부의 인도적 지원을 통한 북한과의 관계개선 노력에 대한 한국인들의 지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또 “지난 6월부터 남북대화의 모든 공식 채널이 끊긴 관계로 한국은 북한에 유감 표명을 강제하거나 북한으로부터 이 사건에 대해 해명을 들을 수 있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정치전문지 더힐도 북한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간 핵협상이 작년 결렬된 것에 이어 이번 사건으로 남북 관계가 추가로 경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이번 일이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 지지를 호소한 시점과 맞물려 발생한 것에 주목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남측이 지어준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북한이 지난 6월 폭파했을 때 남북관계가 이미 시험대에 들었다면서, 북미 간 교착에 빠진 핵대화를 되살리려는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지지를 유엔총회에서 촉구한 시점에 이런 일이 터졌다고 전했다.

일본 주요 매체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친북 기조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 신문은 ㅇ날 “청와대가 강력한 경고를 내놔도 이를 무시하는 북한의 자세엔 변화가 없다는 것이 다시 명확해졌다”면서 “한국에선 이미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화를 호소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친북적 태도를 비판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사건을 북한이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한국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대북 유화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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