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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작업’한다며 자리비운 후 실종된 공무원… ‘월북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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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숨진 이씨의 공무원증. 오른쪽은 이씨가 남기고 간 슬리퍼 사진. 연합뉴스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 측에 피격돼 사망한 공무원 이모(47)씨가 실종 직전 “문서작업을 한다”고 말한 뒤 사라진 것으로 확인돼 의문이 더해지고 있다. 북한 측은 군과 경찰 등 관계기관은 여러 첩보와 실종 당시 정황을 토대로 이씨가 자진월북을 시도하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발표했지만, ‘사전 징후’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유족들은 월북 시도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25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실이 입수한 공무원 이씨와 관련한 해경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A씨는 “21일 0시부터 당직근무 중 동료에게 문서작업을 한다고 말하고 조타실을 이탈”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해경은 이어 “같은 날(21일) 11시30분쯤 점심식사를 하지 않아 침실, 선박 전체, 인근 해상을 수색하였으나 발견하지 못해 12시51분쯤 신고”했다고 보고했다. 이씨가 정상적으로 당직 근무를 하던 중 문서 작성을 이유로 갑자기 사라졌다는 의미다. 실제 어업지도원들이 졸음을 이겨내거나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것은 종종 있는 일로 전해짐에 따라 이씨가 실제 서류 작업을 위해 자리를 뜬 것인지 다른 이유로 자리를 비운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이씨의 동료들은 평소 이씨가 월북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거나 북한에 관심을 보이는 듯한 말을 한 적이 없고 청소도 솔선해 먼저하고 부지런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휴대전화나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유가족도 이씨의 월북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가 공무원증을 남겨두고 갔으며 평소 가족에 대한 애착도 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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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군은 경계태세 강화 시지가 내려진 25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해안경계를 하고 있다. 연평도=뉴시스


이씨의 친형은 25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왜 멀쩡한 대한민국 국민이 참담한 장면으로 죽어야 했느냐. 북한의 만행에 국가의 책임과 의무는 무엇이냐”며 “월북, 가정사, 금전적인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고 우리 해역에서 머무르는 시간 동안 군은 무엇을 했으며 (왜 국민을) 지키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우리 군 당국은 이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이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선박을 이탈할 때 슬리퍼를 벗어둔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북쪽 해상에서 발견됐을 당시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식별된 점 등이 그 이유라고 했다. 어업지도선 내부 폐쇄회로(CC)TV 2대는 지난 18일부터 고장이 나서 실종 전 이씨의 마지막 동선은 현재로선 확인이 불가능하다.

22일 북한군은 오후 4시40분쯤 이씨의 표류 경위 등 월북 상황을 듣고 오후 9시30분쯤 그를 총살한 뒤 시신을 바다 위에서 불태운 것으로 파악됐다.




실종된 이씨는 목포 소재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로, 실종 직전까지 어업지도 업무를 수행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씨의 실종경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 측은 ‘정체불명의 남자’가 신분 확인 요구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고 엎드리며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쓰려는 듯한 행동을 했다며 총격을 가한 정황을 밝혔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개한 북측의 통지문 전문에 따르면, 북측은 “강령반도 앞 우리 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하여 신분 확인을 요구하였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단속명령에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2발의 공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되었다. 일부 군인들의 진술에 의하면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쓰려는 듯한 행동을 한 것을 보았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북측 군인들은 행동준칙에 따라 ‘불법 침입자’를 향해 40~50m 거리에서 10여 발의 총탄을 사격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한국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교환한 친서에서 이번 사건을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지칭하며 “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실망감을 줘 미안하다”고 밝혔다. 북한 군 당국도 이와 별개로 우리 군에 보낸 통지문에서 이번 사건을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부르며 “미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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