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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정부, 접종 없다더니…'상온 노출' 백신 최소 105명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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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2세 이하 독감 무료접종 25일 재개

중앙일보

2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에서 시민들이 독감예방 접종을 위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22일부터 일시 중단된 독감 백신 무료 접종 사업 대상 중 만 12세 이하 어린이와 임신부에 대해 이날 오후부터 접종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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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 노출' 사고로 사용이 중지된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중 일부 물량이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관리청은 정부와 백신 조달 계약을 맺은 신성약품이 지난 21일까지 일선 병원과 보건소로 배송한 독감 백신 가운데, 105명이 실제 접종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서울, 부산, 전남·북 지역에서 105명이 접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만 13~18세, 성인 일부가 맞았다"고 밝혔다. 이어 "접종자에 대해 이상반응 조사를 시행 중이고, 현재까지 이상 반응이 보고된 건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신성약품과 계약한 공공조달 물량은 1259만 명분이다. 이 중 578만 명분, 전체 46%에 해당되는 백신이 21일까지 전국 256개 보건소와 1만8101개 의료기관에 공급됐다.



정부, 접종 없다더니…최소 105명 접종



하지만 정부는 전날까지만해도 시중에 유통된 신성약품의 백신 가운데 실제 접종까지 이뤄진 사례는 없다고 설명해왔다.

신성약품이 각 의료기관 등에 공급하는 백신은 만 13~18세, 만 62세 이상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한 물량으로, 무료 예방접종 날짜가 22일부터였다. 또 앞서 백신 배송과정 중 '상온 노출'이 확인돼 정부가 21일 국가예방접종사업을 일시 중단한 터였다.

정 청장은 이와 관련 "백신 상온 노출 의심 신고를 받은 게 20일 오후고, 국민 안전을 위해 접종을 잠시 중단하기로 하고 이를 21일 밤 10시 넘어서 공문을 통해 전달됐다"며 "전국 2만 개가 달하는 의료기관에 그런 정보를 다 안내드리지 못했고, 일부에서 중단 내용을 모른 채 일찍 접종을 한 분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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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독감 백신 유통 과정 문제로 무료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를 찾은 시민이 유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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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민간 병원에서는 정부 공급 백신(무료접종)과 병원이 자체 구매하는 백신(유료접종)을 구분해 접종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정부 공급물량인 신성약품 백신을 60여명의 유료 접종에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질병청은 해당 병원이 백신 접종사항은 준수하지 않아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전했다.

정부의 설명과 달리 사고가 난 백신을 접종한 사례가 발생하면서 책임 소재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 청장은 "국가무료예방접종 대상인 조달계약 백신 유통관리를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해 무료 예방접종을 연기시키고, 또 국민들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서 방역당국자로서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향후 조사에서 문제의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전주시 보건소는 이날 오후 신성약품 백신 179명 분이 시민들에게 접종됐다고 밝혔다. 질병청이 발표한 105명보다 74명 분이나 많다.

정 청장은 "105명은 전날까지 확인한 수치고 계속 병원 조사를 진행 중이어서 접종자 수가 변동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상온 노출된 신성약품 백신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백신 안전성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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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접종용 독감 백신이 유통 과정 중 상온에 노출돼 접종 일정이 전면 중단됐다. 백신 유통을 맡은 신성약품 김진문 회장은 백신 중단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은 23일 오전 경기 김포시 고촌읍에 위치한 신성약품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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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는 현재 1차로 상온 노출이 의심되는 백신을 검사하고 있으며, 유통과정상 상온노출이 추정되는 제품을 2차로 확대해서 검사를 확대 진행할 계획이다. 품질 안정성 조사는 2주 정도가 소요된다.

앞서 질병청, 식약처, 지자체 합동조사단은 신성약품의 백신 입·출고, 보관, 납품과정을 조사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부분은 신성약품이 백신 일부 배송 과정에서 냉장차의 문을 열어놓거나, 제품을 땅바닥에 내려놓는 등 '냉장유통'(콜드체인) 원칙을 지키지 않은 부분이다. 신성약품 측은 냉장유통이 안 지켜진 건 지극히 일부이고, 상온 노출 시간도 짧다고 주장한다.



상온노출 백신…부작용보다는 독감 예방 효능 떨어질듯



의료 전문가들도 상온 노출 백신을 맞을 경우 인체적으로 부작용이 생기기보다 백신의 효과, 즉 독감 예방 효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무력감, 발열 등을 수반하는 전신반응은 급성기 부작용으로 48∼72시간 이내에 발생한다"면서 "현재까지 이상사례 보고가 없다면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다만 "효능, 효과가 다소 떨어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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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5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국내발생현황 및 인플루엔자 백신 수급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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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청장은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상온노출될 경우 백신 효과가 저하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검사 필요성을 확인했다"면서 "인플루엔자 백신은 통상적으로 25도에서 최소 14일, 최대 6개월까지는 품질이 유지되었다는 시험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상온 노출에 대한 문제 제기가 되고는 있지만, 전체 백신의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현재 공급되는 백신은 대부분 일회용, 1인용으로 이미 주사기에 충전돼 밀봉된 상태로 공급되기 때문에 오염 가능성은 굉장히 작다. 아직 (접종자 가운데)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 청장은 "국민들께서 너무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저희가 최대한 효력과 안전성이 담보되도록 백신에 대한 조사와 검토를 해서 백신 접종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질병청은 식약처의 백신 품질조사에서 안전성이 확인되면 신성약품의 나머지 정부조달 백신에 대한 무료 접종을 재개할 계획이다.

정 청장은 "정부 조달계획은 단기간에 변경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신성약품에 대한 조달계약은 유지하되 도매업체에서 의료기관까지 공급되는 배송 ·유통업체는 변경을 해서 안전하게 백신이 유통되고 배송될 수 있게끔 정부가 철저하게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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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병원에서 본 독감 백신 앰플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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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2세 이하 어린이, 임신부 접종 재개



아울러 25일 오후부터 만 12세 이하 어린이와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을 재개했다.

상온 노출 사고로 22일부터 국가예방접종사업을 일시 중단했으나, 12세 이하 어린이와 임신부 대상 백신은 정부 조달 물량이 아닌 의료기관 자체 조달 백신인 만큼 접종을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생후 6개월~만 12세 이하 어린이, 임신부 대상의 무료, 유료접종 백신은 의료기관, 보건소 등이 제조사로부터 개별적으로 구매한 백신으로 지난 8일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각 의료기관은 자체 조달 백신을 사용한 뒤 정부에 비용을 청구한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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