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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런법이...트럼프 합법적으로 백악관에 4년 더 있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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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공화)이 선거에서 져도, 백악관을 떠나지 않고 버틸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이기지 않고도 ‘합법적으로’ 헌법과 관련 법률에 따라 백악관에 4년 더 머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미 월간지 애틀랜틱 몬슬리(9월9일)와 워싱턴포스트(25일)는 올해 대선에서 우편투표용지의 발송과 개표 과정을 둘러싸고 수많은 소송이 지리하게 전개돼, 주(州)마다 최종 개표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게 되면, “트럼프가 ‘합법적’으로 권좌에 머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인 유권자 대부분이 알지도 못하는, 133년 된 ‘선거인계수(計數)법(Electoral College Act)’이 그 핵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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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9월 24일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열린 세실공항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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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 41일내에 ‘선거인 명부’ 보내야

미 대선은 주(州)마다 유권자들이 투표한 표심을 반영해 ‘선거인(electors)’ 명단을 워싱턴 DC로 보내고, 모두 535명의 이들 선거인이 연방의회에서 다시 형식상 투표하는 간접선거 방식이다. 각주(各州)에서 승리한 후보가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을 모두 독식(獨食)하며, 이들 선거인이 내년 1월6일 다시 모여서 투표한다. 어느 후보든 전체 선거인의 과반수(270명)을 확보하면 게임 끝이다.

그런데 1887년 제정된 ‘선거인계수법’은 대선일로부터 41일 내에 각주가 이 ‘선거인 명단’을 미 의회에 보내도록 규정한다. 1876년 대선 이후, 여러 주에서 서로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후보의 정당이 각각 다른 ‘선거인 명단’을 보내 혼란이 초래된 뒤 만들어진 법이다. 올해는 12월14일까지 주(州)마다 이 ‘선거인 명단’을 워싱턴에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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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4년, 미 상원과 하원의 합동 회의장에선 대선 후 각주의 선거인들이 모여서 대통령 간접선거를 한다./C스팬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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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는 우편투표의 비중이 급증해, 개표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우편 발송 대상자의 선정을 놓고 이미 여러 곳에서 소송이 제기됐고, 개표가 시작되면 우편으로 접수된 기표(記票)용지의 합법성, 개표 절차를 놓고 줄 소송이 예상된다. 즉, 12월14일까지 선거인 명부를 확정 못하는 주가 속출한다는 것이다. 지난 6월말의 뉴욕 주 경선 결과는 주 선관위가 우편투표 집계 지연으로, 8월초에 나왔다. 수만 장의 기표 용지가 우체국 소인이 없어 시비 거리가 됐고, 또 다른 수만 장은 무효 처리됐다. 대선 투표율은 주 경선 투표율과는 비교도 안되게 높다.

‘선거인계수법’을 단순히 해석하면, 명단 마감일(12월14일) 개표 상황까지 각주에서 최다 득표한 후보가 할당된 선거인을 다 가져가게 된다. 애틀랜틱 몬슬리는 “트럼프는 개표 초반엔 앞서갈 것으로 보여, 트럼프와 공화당은 이후 우편투표 개표 과정에서 갖가지 소송을 제기해 개표 진행을 늦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법 자체도 모호하기 짝이 없다. 133년 된 법이 21세기 미국 정치를 더욱 늪으로 끌고 가는 상황이다.

◇9개 경합 주 중 8개 주 의회를 공화당 장악

개표 초반의 ‘트럼프 유리’가 이후 우편투표용지 개표로 ‘바이든 승세’로 기울었다고 치자. 양당 변호사들은 장기적인 ‘참호전’에 돌입하고, 결국 12월14일 공화당이 장악한 8개 경합주의 주 의회는 주법(州法)에 따라 ‘공화당’ 선거인단 명부를 워싱턴DC에 보낸다. 물론 이 주의 민주당 주지사는 ‘민주당’ 선거인 명단을 보내겠지만, 사태를 더 꼬이게 할 뿐이다. 예를 들어, 대선을 판가름할 경합 주 중에서 오하이오·아리조나·플로리다주는 현재 주지사와 주의회가 모두 공화당 수중에 있다. 위스컨신과 미시간은 주의회는 공화당, 주지사는 민주당이다. 2000년 미 대선에서, 플로리다주 한 곳의 재검표도 미 연방대법원이 중단시키기까지 36일이 걸렸다. 당시에도 공화당이 장악한 플로리다 주의회는 대법원 판결 전에 ‘공화당 선거인’ 명부를 워싱턴에 보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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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50개 주의 선거인 수. 전체 538명은 하원 435명과 상원 100명, 워싱턴 DC 3명을 합친 숫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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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따라, 연방 하원이 재투표하면?

미 의회에 한 주에서 2개의 선거인 명부가 도착하면, 어느 쪽을 인정할지 애매하다. 이를 결정할 미 의회의 상원은 공화당,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5일 “이렇게 두 개의 ‘선거인 명부’가 도착한 주를 빼고, 나머지 선거인의 과반수를 차지한 후보로 승자를 결정할지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이때쯤이면, 연방 하원이 헌법에 따라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다. 현재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으니, 차기 대통령은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이때 선거는 각주가 한 표씩 갖는다. 주별로 연방하원 의석수가 더 많은 정당이 그 주의 한 표를 가져간다. 50개 주 중에서, 26개 주는 공화당, 23개 주는 민주당 의석이 많다. 나머지 한 주는 동석(同席)이다. 결과는 트럼프승(勝)! 따라서 트럼프와 공화당으로선 133년 된 ‘선거인계수법’이든, 헌법에 규정된 하원 선출이든 개표를 둘러싼 소송을 ‘합법적으로’ 계속 끌고 갈 이유가 충분히 있다.

리처드 닉슨 당시 부통령(공화)과 존 F 케네디(민주)가 붙었던 1960년 대선의 하와이주 1차 개표에선 닉슨이 앞섰지만, 재검표 결과 케네디가 이겼다. 그러나 주지사와 주의회는 각각 다른 선거인 명단을 워싱턴 DC로 보냈다. 전체 선거인 획득에서 한참 밀린 닉슨은 “선례를 만들기 싫다”며 ‘우아한 패배자’를 택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그런 ‘아름다운 양보’는 절대로 기대할 수 없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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