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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북 “불법침입자, 신원 확인 불응…시신 아닌 부유물만 소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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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통일전선부 발표, 국방부와 일부 달라…진실공방 불가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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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 모인 시민들이 TV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다”고 공개 사과한 대남 전통문 내용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소개하는 모습을 시청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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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시도’ 안 밝혀…“상부 사살 지시” 국방부 발표엔 “정장이 승인”
“40~50m 거리서 10여발 사격, 도주 행동에 사살” 총격 내용은 구체적

북한은 25일 노동당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돼 북측 해상에서 발견된 남측 공무원을 사살한 과정을 설명했다. 북측이 밝힌 내용은 국방부가 발표한 내용과 큰 틀에선 같다. 하지만 실종자의 월북 의사 표시와 북측 상부의 사격 명령, 시신을 불태웠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양측 발표 내용이 확연히 다르다. 북측은 특히 ‘불법 침입자’를 행동준칙에 따라 사살했고, 시신을 불태우고 유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남측 발표 내용의 핵심을 부인했다.

이날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통해 전달된 북측 통일전선부의 통지문을 보면,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항해사 A씨(47)는 황해남도 강령군 금동리 연안에서 최초 발견됐다. 부유물을 탄 A씨를 처음 발견한 것은 북한 수산사업소 부업선(부업으로 고기를 잡는 배)이었다. 이후 수산사업소 선박의 신고에 따라 북한 경비담당 군부대가 출동했다.

통일전선부는 통지문에서 사건이 일어난 시간을 하나도 명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4일 국방부는 수산사업소 선박이 A씨를 발견한 시간이 22일 오후 3시30분쯤이고, 북한군 단속정이 발견한 시간이 한 시간쯤 뒤인 4시40분쯤이라고 밝혔다. 여기까진 북측과 국방부의 내용이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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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씨에게 북한 측이 표류 경위 등을 묻는 과정에서부터는 발표 내용이 엇갈린다. 통일전선부는 “우리 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국방부는 “북한군이 실종자와 일정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실종자에게 표류 경위와 월북 의사를 들었다”고 밝혔다.

북측 통일전선부는 북한군이 A씨를 2~3시간가량 놓쳐버린 사실에 대해선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은 지난 24일 비공개 국방위원회 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군 단속정과) A씨를 연결한 밧줄이 끊겨 북한군이 A씨를 잃어버렸다”며 “A씨를 찾는 과정에서 저녁이 돼 주변이 어두워졌고 오후 9시쯤 다시 찾았다”고 밝혔다. 민 위원장은 당시 북한군이 A씨를 육지로 끌고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도 이 모습을 인도주의적 송환을 위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사살 지시에 대한 발표도 엇갈린다. 국방부는 “오후 9시쯤 북한군 단속정이 상부로부터 사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단, 국방부는 상부가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반면 통일전선부는 “우리 군인들은 (단속정)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근무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랐다”고 밝혔다.

사격 방법에 대한 내용은 북측 발표가 더 구체적이다. 통일전선부는 “우리 측 군인들의 단속 명령에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여 두 발 공포를 쏘자 (A씨가) 놀라 엎드리며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며 “일부 군인들 진술에 의하면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쓰려는 듯한 행동을 한 것 같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행동준칙에 따라 10여발의 총탄으로 사격했고, 이때 거리는 40~50m였다고 한다”고 밝혔다. 불법 침입자가 도주 등의 행동을 취하려고 하자 행동준칙에 따라 사살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반면 국방부는 오후 9시40분쯤 단속함 위에서 사격을 가했다고 발표했을 뿐, 사격 횟수는 파악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A씨 시신을 불태웠는지 여부에 대해선 아예 양측 주장이 상반된다. 통일전선부는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m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고 한다”며 “우리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했으며,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총격 후 모습이 보이지 않는 A씨는 사살된 것으로 보고 부유물만 불태웠다는 것이다. 반면 국방부는 사격 후 20분이 지난 오후 10시쯤 방독면을 쓰고 방호복을 입은 북한군이 시신에 접근해 기름을 뿌리고 불태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신을 훼손했다’는 우리 정부의 발표 내용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통일전선부는 이날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해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측 군부에 대해선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을 골라 쓴 데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유감을 표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우리 군의 첩보를 종합해 판단한 결과와 일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속해서 조사와 파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날 북측 발표에 대해 별도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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