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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北 “정장이 총격 결심”… 우리軍 “상부서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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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공무원 北피격] 의도적이었던 北만행

북한은 25일 청와대로 보내온 전통문에서 우리 해수부 공무원 A씨를 사살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경비)정장의 결심 밑에 사격했다”고 주장했다.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는 우리 측 발표를 정면 부인한 것이다. 전통문엔 북한군이 A씨를 물에서 꺼내지도 않은 채 총 6시간에 걸쳐 취조·추격한 끝에 사살했다는 우리 측 발표와는 딴판인 내용도 담겼다. 조직적·의도적으로 자행된 이번 사건을 우발적인 사건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조선일보

피격 실종 해양수산부 어업지도 공무원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해양경찰이 25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의 해상조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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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지시 없이는 사살 불가능한데

북한은 A씨 사살 과정에서 ‘윗선’의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북측은 “우리 군인들은 (경비)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 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 준칙에 따라 사격했다”고 했다. 사건 당시 출동한 북한군 경비정장의 계급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한국군 대위급으로 추정된다. 이는 “상부의 지시로 A씨를 사살했다”는 우리 군 당국의 발표와 배치되는 것이다. 군 당국은 최소 해군사령관급까지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방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사회자가 “해군사령관 선에서 지시 내리고 끝났겠느냐, 더 윗선으로까지 보고가 된 것이냐”고 물은 데 대해 “이렇게 야만적인 행위, 정말 천인공노할 민간인을 사살한 행위를 할 정도면 군 상부의 결단이나 결정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북한에선) 임의로 죽이고 불태우고 못한다. 우리보다 경직된 사회이니깐 최고 정점이 했을 것”이라며 “확인은 안 되지만 이건 평양의 지시라고 본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김정은의 지시일 수도 있느냐는 질의에 “난 그렇게 본다”고 했다. 북한은 이번 통지문을 통해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이 정식 지휘 계통을 따른 것이라는 우리 측 발표를 부인하며 ‘조직적 살인’이란 혐의를 벗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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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쓴 북한군 - 인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황해북도 개풍군 북측 철책선 인근에서 북한군이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 작업을 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2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을 표류 중이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워 훼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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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에 매달아 3시간 끌고 다녀

민홍철 위원장은 “북한이 우리 공무원을 발견한 뒤 해상에서 줄에 묶어 이동하다 놓치는 바람에 약 2시간 동안 수색 작업을 벌인 것으로 국방부가 보고했다”고 밝혔다. 북한군은 A씨를 다시 발견한 뒤 1시간 남짓 상부 지시를 기다렸다가 총격을 가했다고 한다. A씨가 탄 부유물(고무 튜브)을 3시간가량 밧줄에 매달아 끌고 다니다 놓치자 2시간가량 수색 작업을 벌여 찾아낸 뒤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는 것이다.

21일 오전 11시 30분쯤 소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A씨는 28시간 만인 22일 오후 3시 30분쯤 북한 등산곶 앞에서 발견됐다. 28시간 동안 고무 튜브에 의존해 38km를 이동해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군 당국은 24일 브리핑에서 “북측은 기진맥진한 실종자(A씨)와 거리를 유지하며 방독면을 착용하고 표류 경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군이 A씨에게 물을 주는 등 구조 활동을 하기는커녕 3시간을 밧줄에 매달아 끌고 다니며 ‘수중 취조’를 한 비인도적인 행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놓친 A씨를 2시간 동안이나 찾아다닌 것은 ‘의도적 살인’임을 입증해주는 정황 증거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오전 보낸 전통문에서 이런 상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단속 명령에 계속 불응해 더 접근하면서 2발의 공탄(공포탄)을 쏘자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며 “이에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으며 이때의 거리는 40~50m였다”고 주장했다. A씨가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넘어오자 통상적인 경고사격을 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최초 발견에서 수중 취조, 추격, 사살, 시신 훼손에 이르기까지 장장 6시간에 걸쳐 반인륜적 만행을 자행한 사실은 교묘히 감춘 것이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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