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두번이나 '미안' 표현 이례적…파국 피하려는 듯"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 사건에 대해 사과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에 참석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한국의 국민에게 사과나 유감을 표명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신속하게, 또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번씩이나 사용하면서 북의 입장을 발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앞선 북한의 사과 사례로 “1972년 김일성 주석과 중앙정보부장 면담 시 구두로 박정희 대통령에게 ‘대단히 미안한 사건’이라는 식의 표현이 있었다”며 “대통령은 아니지만 2002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시 의원 신분으로 방북 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극단주의자들이 잘못을 저지른 일로 미안한 마음’이라는 표현은 있었다”고 소개했다.
앞서 김 국무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 주석은 72년 5월 4일 북한을 찾은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의 면담에서 4년 전 발생한 ‘1·21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사건’(이하 1·21사태)을 놓고 “대단히 미안한 사건”이라며 “좌익 맹동분자들이 한 짓이지 결코 내 의사나 당의 의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 국방위원장도 2002년 5월13일 방북한 박근혜 당시 한국미래연합 대표에게 “(1·21 사태는) 극단주의자들이 일을 잘못 저지른 것”이라며 “미안한 마음”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김 국방위원장은 1974년 공작원 문세광의 육영수 여사 저격 및 박정희 대통령 암살미수 사건에 대해서도 “하급자들이 관련된 것으로,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 여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모이기도 하다.
다만 이들 사과 발언은 면담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이번처럼 공식 통지문을 통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이 장관은 “(북측이) 빠르게 입장을 전달해 온 것이고, 이례적으로 두번에 걸쳐서 한 전문 내에 ‘미안하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사례는 없었다”며 “북으로서 결정적으로 이 상황을 파국으로 가지 않도록 대응하는 과정이 아닌가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시신을 불태운 것이냐, 아니면 단순한 부유물을 불 태운 것이냐와 관련해서는 추정하거나 파악한 것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후 관계기관 간 협의를 거쳐 추가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말끔히 정리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통일전선부는 앞서 이날 통지문을 보내 이번 사건 경위를 설명하면서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에게 커다한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해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사과했다.
한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우리는 진정성을 가지고 대하지만 북한은 그러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한 데 대해선 이 장관은 “결정적인 파국,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쪽에서 원치 않는 것 같다”며 “북한은 개성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폭파 후에도 군사 행동을 진척시키려다가 (하지 않고), (이번에는) 신속하게 답을 주고 이례적으로 보일 만큼의 사과를 표명했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선 “남북 간 대화와 관계복원 과정을 통해 구체화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남북 간 대화와 접촉이 이뤄지면 재발 방지를 위한 실제로 구체적인 조치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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