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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인영 “北이 신속하게 ‘미안하다’고 두번이나 한 건 이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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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파국으로 가지않도록 대응하는 것”

세계일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측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에 대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통지문을 통해 사과한 것과 관련,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북한 최고지도자가 대한민국 국민과 대통령에 대해서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한 적이 있는가”라고 묻자 이 같이 답변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건 발생 사흘 만에 보낸 북측의 통지문에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한 것과 관련해 이 장관은 “신속하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하면서 북의 입장을 발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과거 사례로 1972년 당시 김일성 주석이 이후락 정보부장을 면담하면서 1968년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사건(1·21 사태)을 두고 구두로 박정희 대통령에게 “대단히 미안한 사건”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또 “(사과 대상이) 대통령은 아니지만 2002년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의원 신분으로 방북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이 1·21 사태와 관련, ‘극단주의자들의 잘못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라는 표현을 한 적은 있었다”고 덧붙였다.

북측의 이런 태도에 대해 이 장관은 “이 상황이 파국으로 가지 않도록 대응하는 과정이 아닌가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정부 발표와 달리 숨진 공무원의 시신이 아닌, 부유물을 태웠다고 해명한 것을 두고는 “(정부 발표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서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관계장관회의 과정에서 논의하겠다”고 부연했다.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서는 “남북 간 대화와 관계 복원 과정을 통해 구체화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남북 간 대화와 접촉이 이뤄지면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에서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병마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북측 지도부 역시 “우리 측은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해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혀 한 통지문에서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 쓰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지난 21일 오전 11시30분쯤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남방 2㎞ 해상의 어업지도선에서 공무원 A(47)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 22일 오후 북측 해상에서 A씨가 기진맥진한 채 표류하는 모습이 발견됐는데, 북한군이 A씨에게 원거리에서 총격을 가한 뒤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우기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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