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교통경찰 얼굴 할퀸 운전자가 무죄. 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차에서 내리라는 교통경찰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경찰 얼굴과 팔을 할퀸 운전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 교통경찰이 당시 운전자를 내리게 할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하차 지시를 듣지 않고 경찰의 얼굴을 할퀸 운전자를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법조계에선 “경찰 공권력을 더 허약하게 만드는 판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일보

교통 단속 중인 교통경찰들/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최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기소된 A(57)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서울 교대역 인근 사거리 2차로에서 좌회전을 하기 위해 신호를 기다렸다.

이에 현장 교통정리를 맡고 있던 모범운전자는 A씨에게 해당 차선은 좌회전이 불가능하다고 알렸고, A씨는 “2차로도 좌회전이 가능하다”며 말다툼을 벌이다 결국 횡단보도 앞 정지선을 넘어 1차로로 차량을 옮겼다.

그러자 교통경찰 B(36)씨가 다가와 A씨 차량 앞을 가로막고 직진을 명령했고, A씨는 이를 피해 좌회전을 하던 도중 범퍼로 경찰 B씨를 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가 좌회전하는 자신의 차량을 잡고 계속 따라오며 운전석에서 끌어내려고 하자 그의 얼굴과 팔을 할퀸 혐의도 있다. 그러나 법원은 설령 A씨가 교통법규를 위반했다고 해도 B씨의 대처가 과도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좌회전 과정에서 B씨를 실제로 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인정되는 사실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이 차량으로 피해자를 충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B씨의 부상은 이후 실랑이 과정에서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이 좌회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위치에 서 있던 것인데, 이미 1차로에 진입한 피고인이 좌회전할 수 없도록 경로를 차단해야만 할 공무상 필요가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A씨가 B씨를 할퀸 혐의에 대해서도 B씨가 A씨를 강제로 정지시키거나 내리도록 할 권한이 없다고 봐 죄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류재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