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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테슬라 ‘배터리 데이’는 정말 ‘소문난 잔치’에 불과했을까?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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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지난주 세계 자동차 업계 그리고 글로벌 산업계 전반에서도 단연 최고의 화제였던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를 살펴볼까 합니다.

배터리 데이 행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 시간으로 22일 오후, 한국 시간으로는 23일 오전 일찍 열렸는데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기대감만 키워놓고 눈에 띄는 신기술 발표가 없는 맹탕 행사였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하면서 행사를 전후해 테슬라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습니다.

글쎄요. ‘소문난 잔치’가 돼버렸을 때 이미 먹을 것은 없다는 것을 전제로 지켜봤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배터리 산업이 어제 오늘 만들어진 산업이 아닌데 전고체 배터리 같은 혁신적인 신기술이 배터리 데이 같은 행사에서 갑작스럽게 깜짝 등장하기는 힘든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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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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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건 이번 행사 이후에 다양한 설명과 분석이 나왔는데 오늘 휴일차담에서는 제가 한국의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에게 들은 얘기를 중심으로 배터리 데이와 테슬라를 한 번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이것이 정답입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닐 것 같고 다양한 시각을 알기 쉽게 써보려고 합니다.

친환경차 시대를 맞아 각자 역할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대한 지난주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성원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 현대vs기아, 한몸처럼 지내다 친환경차 시대에 역할 나누나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00919/103010363/1


▶ 김도형 기자의 휴일車담 전체 기사 보기
https://www.donga.com/news/Series/70010900000002


● “혁신가로 알았더니 사업가였네요”

애플에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면 테슬라에는 일론 머스크가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발명가이면서 기업가이고 엔지니어이기도 한데요.

‘스페이스X’로 민간 우주 여행의 꿈까지 실현시키겠다고 나선 혁신가의 이미지로 많이 소개돼 온 일론 머스크가 이번에는 사업가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것이 이번 행사의 특징 중 하나 아닐까 싶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이번 행사에서 혁신적인 신기술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전고체 배터리, 100만 마일 배터리 등이 모두 ‘예상과 달리’ 혹은 ‘예상대로’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테슬라는 3년가량을 시한으로 배터리 원가의 56%를 절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배터리 가격을 어떻게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는 문제는 원래부터 전기차 업계의 최대 화두입니다.

전기차 판매량이 점차 늘고 있지만 완성차 업계는 아직 전기차로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차량 가격의 최대 절반에 이르는 배터리 가격 때문입니다.

각국 정부가 보조금으로 전기차의 뒤를 밀고 있지만 이것도 무한정 이어질 수 없습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2025년까지는 전기차 가격과 기존 내연기관차 가격이 비슷해져야 전기차 시장을 키워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배터리의 가격을 낮추는 것을 전제로 한 전기차 가격 인하는 누구나 알지만 또 누구도 쉽게 해결하기 힘든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열쇠는 사실 완성차 업계가 아니라 배터리 업계가 쥐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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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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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일론 머스크는 자신들이 그 배터리 가격 인하를 주도할 것처럼 얘기 했습니다. 일종의 현실론입니다.

그리고 이런 현실론은 테슬라가 빠른 속도로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키우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모델S’와 같은 고급형 모델로 전기차 시장에서 포문을 열었지만 테슬라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보급형 모델인 ‘모델3’입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이번에 배터리 그리고 전기차 생산 기술에 대한 ‘맥’을 제대로 짚더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배터리 효율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기술적으로 어떤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파악하고 있더라는 것인데요.

그런 자리에 나서기 위해서는 당연히 필요한 공부이겠습니다만 단순히 공부가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거기에 집중하고 있음을 잘 보여줬다는 분석입니다.

테슬라는 지난해에 맥스웰이라는 배터리 회사를 인수한 바 있는데요.

울트라 커패시터와 관련된 이 회사의 기술이 일론 머스크가 밝힌 ‘지름을 46mm로 키운 원통형 배터리’와 ‘건식 전극’에 대한 자신감의 근거일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옵니다.

일론 머스크가 뜬금없는 신기술을 던지는 대신 그동안 차근차근 준비해온 기술 준비의 상황을 얘기한 것 아니겠냐는 시각입니다.

● “진짜로 2만5000달러 전기차 만들면? 경쟁이 안 돼요”

현실론을 꺼내든 일론 머스크는 이번 행사에서 3년 안에 2만5000달러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우리 돈으로 3000만 원이 안되는 가격입니다.

한국 시간 새벽에 열린 행사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본 배터리 업계와 자동차 업계에서는 우선 이 말이 가장 눈에 띌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모델3과 같은 수준의 차량을 2만5000달러에 내놓는다면… “정말 그렇다면 경쟁이 안 된다”는 것이 기존 자동차 업계의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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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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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모델3 가장 싼 모델의 미국 출시 가격이 4만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데요. 이런 차를 기준으로 3년 안에 1만5000달러를 낮출 수 있다면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기존의 자동차 업계 역시 꾸준히 가격을 낮추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저 정도의 수치는 어렵다는 뜻인데 배터리 가격이 저렇게 빨리 떨어지기 힘들다는 분석 때문입니다.

물론, 도대체 어떤 차를 이 가격에 만들겠다고 한 것인지는 물음표가 붙고 있습니다.

차의 크기를 줄이고 주행거리도 줄이고 첨단기능을 빼고…

그런 식이라면 지금도 만들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차피 ‘2만5000달러’가 선언적인 목표라고 본다면 굳이 그런 차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2만5000달러라는 금액을 선언적인 의미로 본다면 생각의 폭은 조금 넓어집니다. 딱 그 숫자가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가격 인하를 이끌어 내는 상황입니다.

성능이 비슷한데 ‘테슬라’ 마크를 달고 있는 차가 수백만 원 이상 더 싸게 만들어진다면 기존의 완성차 브랜드들은 경쟁하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테슬라가 더 빠른 속도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면서 가격 경쟁을 본격적으로 외친 것이라면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선점해서 더 많이 생산하고 그렇게 가격 경쟁력을 더 갖춰가면서 독점적인 지위를 만들어 내는 선순환(경쟁자에게는 악몽…)은 그동안 모든 제조업에서 통용돼 온 전략입니다.

● “한국 기업들은 놉니까?”

물론 이런 긍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의 발표를 본 외신 등에서는 오히려 혹평이 쏟아졌습니다.

‘2만5000달러’라는 야심찬 혹은 무모한 계획을 놓고 국내에서도 당연히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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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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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계산기를 들고 왔으니 제대로 한번 계산기 두드려 보자는 것인데요.

한국 배터리 업계에서는 “배터리는 우리가 제일 잘하지 않냐. 그거 쉽지 않은 목표고 다들 열심히 하고 있는 것들인데 혼자 하는 것처럼 그러냐. 그게 이뤄지는 여건, 시점, 상황이 될 때까지 우리라고 놀고 있겠냐”는 시각입니다.

테슬라는 ‘배터리 셀’에 대한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기 보다는 전기차 배터리의 전력을 상당히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열 관리 등에서도 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아 왔습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에서도 “원가를 떨어뜨리겠다는 다양한 방식들이 모두 이미 저마다 연구 중이지만 난관에 부딪혀 있는 이슈들인 것으로 안다. 확정적이지 않은 것들에 대한 계획인데, (좀 무책임해보이지만) 테슬라니까 할 수 있는 발표 아니었나 싶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결국 테슬라가 가진 기술이 어느 수준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혼자 치고 나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냉정한 시각입니다.

그리고 테슬라뿐만이 아니라 이미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사를 향해서 가격을 낮출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이제 테슬라가 질문하겠죠… ‘그 배터리 얼마에 줄 수 있는데?’”

이런 분석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업계 역시 테슬라가 던져놓은 현실론 앞에서 걱정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쉽게 말하면 전자제품이나 핸드폰을 사러 갔을 때 들을 수 있는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어요?”의 반대 상황인 “그래서 당신들은 얼마에 줄 수 있어요?” 상황입니다.

지금 전기차 시장에서는 배터리를 납품 받는 완성차 기업들이 ‘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품질 좋은 자동차용 배터리의 생산 물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배터리 제조사들의 파워가 강력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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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이 구광모 ㈜LG 대표와 악수하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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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제조사까지 갈 것도 없이 그 앞단에서 소재를 공급하는 회사들도 완공 이후 수년 간의 사갈 곳이 정해진 상태로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상황입니다.

이러니 배터리 기술과 가격에 대한 주도권도 상당 부분 배터리 제조사들에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럽을 포함해서 세계 곳곳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또 실행에 옮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뜩이나 가격도 비싼 배터리를 공급받으면서 수익을 남기지도 못하는데 앞으로도 수익을 상당 부분 나눠줘야 할 것처럼 보이니 완성차 업체들로서는 속이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의 대명사 같은 테슬라가 구체적인 기술적 지향점과 수치를 바탕으로 대놓고 배터리 효율화와 원가 절감을 얘기하고 나섰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배터리 업계를 향해서 “나 알지? 일론 머스크야. 당신들 배터리 얼마에 납품할 수 있지? 우리 3년 안에 2만5000달러 자동차 만들기로 한 건 들었지? 알아서 견적 좀 뽑아 와봐”라는 얘기를 하는 상황이 멀지 않은 것일 수 있습니다.

그 가격에는 도저히 맞출 수 없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테슬라는 이번에 직접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꺼냈고 이런 상황은 기존의 배터리 업계에는 상당한 ‘압박’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2022년 100GWh(기가와트시), 2030년 3TWh(테라와트시)의 생산능력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100GWh만 해도 세계 최대 규모인 LG화학의 생산 능력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3TWh는 평균적인 전기차를 기준으로 연간 전기차 4000만 대가 넘는 규모의 배터리 생산량입니다. 최근 연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기준이 9000만 대 가량이니 말 그대로 엄청난 규모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기존 업계에서는 배터리를 양산하는 것 역시 말처럼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시험 생산과 실제 양산은 난도 차이가 아주 크다는 것인데요.

확실한 기술력과 축적된 경험을 갖고 있어도 양산 능력을 빠르게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은데 아직 제대로 된 대량 생산 경험이 없는 테슬라의 상황에서 가능하겠느냐는 것입니다.

배터리 업계 현장에서 나오는 얘기인 만큼 이런 부분은 테슬라가 직접 생산에 실제로 어느 정도의 힘을 쏟을지, 자신들이 실제로 원하는 정도의 속도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의심의 눈으로 지켜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 “테슬라를 자동차 회사로 바라보지 마세요”

테슬라가 진짜로 2022년쯤에는 2만5000달러 전기차를 내놓을지,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생산 기업으로 변모할지…

지금으로서는 쉽사리 점치기 힘듭니다.

다만, 테슬라와 관련해서 또 하나 소개하고 싶은 시각은 “테슬라는 전기차 기업이 아니다”는 설명입니다.

테슬라가 ‘모빌리티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가 대표적입니다.

아마존, 구글 같은 기존의 데이터 플랫폼 업체가 독식하던 데이터 시장에 ‘이동’이라는 환경을 바탕으로 테슬라가 새로운 데이터 플랫폼 업체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테슬라가 그리는 미래를 생각하면 ‘차’라는 것이 팔아서 수익을 실현하는 제품이라는 측면보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펼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물론, 차 안에서도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앞으로 더 발전될 스마트폰과의 경쟁이라는 만만치 않은 장벽이 보이긴 합니다만…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다른 완성차 기업의 최근 움직임을 봐도 분명히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는 영역으로 보입니다.

테슬라는 에너지, 인공지능(AI) 프로세서, 딥러닝 트레이닝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는 기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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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호주 남부 애들레이드 근처에 2017년 건설한 혼스데일 전력저장소의 모습. 호주재생에너지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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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을 수없이 쏘아 올려서 세계 어디에서나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하게 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실제로 실행하고 있으니 도대체 사업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배터리 데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테슬라를 전기차 기업이라고 선을 그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독자 여러분도 한번쯤 생각해 보실 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심지어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가 테슬라라는 옷을 입고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해석도 있는데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중국이 자국 배터리 기업을 지키고 전기차 기업을 키우기 위해 강력한 장벽을 쌓았던 모습 그리고 세계 각국이 익히 알고 있는 자동차 기업의 중요성을 놓고 보면 이런 시각 역시 생각해 볼 부분이 많을 듯 합니다.

● “프레임을 만드는 기업의 힘”

제가 다소 산만하게 늘어놓은 앞서 5가지 시각은 배터리 데이 행사 이후 자동차·배터리 업계를 중심으로 들은 말들을 인용한 것입니다. 각 단락의 코멘트들도 실제로 들은 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배터리를 잘 알지도 못하고 자동차 업계 역시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제가 이번 행사에 대해 여기에 크게 보탤 말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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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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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행사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 자체가 “프레임을 만드는 기업의 힘”을 보여준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번 행사 생중계는 전 세계에서 27만 명이 지켜봤다고 합니다.

‘한방’이 없다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지만 악플(악성 댓글)보다 무서운 것은 무플(댓글 없음)입니다. 팬이든 안티든 관심을 받는 것이 우선입니다.

테슬라라는 스타 기업은 이번 행사를 통해서도 전기차 자체의 확산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전기차가 대세처럼 보이지만 불과 수년 전, 10년 전만을 떠올려봐도 극적인 변화입니다.

전기차에도 많은 물음표가 달려 있었고 지금도 사실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가격, 폐배터리 문제, 전력 수급 문제 등을 감안하면 전기차 만이 친환경차의 유일한 대안이냐는데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많습니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 그리고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의 가격을 빠른 시간 안에 떨어뜨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첫 바퀴를 굴려야 수레가 굴러갑니다. 그리고 우선 굴리기 시작하면 가속도를 붙이기는 점점 더 쉬워집니다.

전기차의 '첫 바퀴'를 굴렸다고 볼 수도 있는 기업 테슬라가 가격 걱정 말고 전기차로 달려가자며 또 한번 속력을 붙인 것이 이번 행사의 의미 중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내연기관에 장점을 가진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은 여전히 내연기관과 모터를 함께 쓰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외치는 상황을 보면 더 그렇습니다.

기존의 완성차 기업이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가운데 테슬라는 전기차 대표 기업의 자리를 점점 더 굳혀가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시대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포르셰가 고성능 전기차 ‘타이칸’을 야심차게 내놓아도 사람들은 테슬라의 ‘모델S’와 비교합니다.

전기차 시대에 테슬라는 하나의 ‘표준’이고 ‘프레임’입니다.

테슬라가 이번 행사에서 한 얘기를 속속들이 다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큰 문제에 직면할 일은 없어보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한 말들 역시 구석구석 뜯어보면 나름대로 빠져나갈 구멍을 많이 만들어 놓기도 했습니다.

테슬라는 다시 한번 전기차의 중심은 자신들이라고 선언 했고 모두가 자신들을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보여줬습니다.

테슬라 데이를 전후해서 폭락했던 테슬라의 주가는 다시 슬글슬금 오르는 모양새입니다.

다시금 주당 400달러를 넘었으니 액면분할하기 전으로 보면 2000달러, 이른바 ‘이천슬라’ 그대로입니다.

워낙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에서 여전히 ‘고평가’라는 지적이 많은 주가는 별개로 보더라도, 테슬라가 앞으로 또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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