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한국 최초 달 탐사선 올해 말 조립 개시…2022년 8월 발사 목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한국이 이르면 2022년 8월 1일 발사할 달 탐사 궤도선. 제원은 1.78×2.09×2.24m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르면 2022년 8월 1일로 예정된 한국 최초의 달 탐사용 궤도선 발사 사업이 내부 정비를 거쳐 본궤도에 올랐다. 궤도선 중량이 예상보다 늘어나며 정상 발사가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사업협력기관인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됐고, 개발 추진을 위한 내부 조직도 정비됐다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밝혔다. 달 궤도선 비행모델 조립은 올해 말 본격적으로 시작해 내년에 완료할 계획이다. 일정대로 작업이 진행되면 2022년 12월 16일 궤도선은 달 주변에 도착한다.

■올해 3월 궤도변경 최종 승인

지난 25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한 온라인 간담회 형태의 항공우주 아카데미에서 이상률 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은 “기술 측면에서 지난해 12월 18일 달로 가는 탐사선이 운영될 궤도를 변경했다”며 “올해 3월 최종 승인이 됐다”고 말했다.

애초 한국은 달 궤도선 비행 방식을 지구 주변을 궤도선이 몇 차례 회전하다 달까지 직선으로 이동하는 것에 가까운 ‘단계적 루프 트랜스퍼(PLT)’로 채택했다. 그런데 지난해 중반 항공우주연구원 안팎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는 탑재된 연료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원래 달 궤도선은 달 지면에서 고도 100㎞ 지점을 동그란 공처럼 유지하며 돌아야 하는데, PLT 방식을 쓰면 연료 소모가 많아 고도 100㎞를 유지할 수 있는 시기가 임무기간 1년 가운데 3개월 밖에 안 된다는 것이었다.

문제가 생긴 가장 큰 이유는 개발 과정에서 줄이지 못한 탐사 궤도선의 중량이었다. 궤도선의 원래 중량은 550㎏으로 예정됐지만, 678㎏으로 늘어나며 연료 소모가 많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은 사업협력기관인 NASA와 협의를 거쳐 달로 가는 궤도를 기존의 PLT에서 ‘달 궤도 전이방식(BLT)’으로 바꾸기로 했다. 달 궤도선에는 NASA가 만든 음영지역 촬영 카메라 1기와 한국이 개발한 고해상도 카메라 등을 포함해 모두 6기의 과학장비가 실린다.

경향신문

한국이 추진하기로 결정한 달 탐사용 궤도선의 비행 궤적. BLT로 불리는 해당 궤적은 달 궤도선이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먼 우주까지 비행했다가 태양 등의 중력에 이끌려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달 궤도에 포섭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BLT 창안한 학자와 직접 면담도

새로운 궤도인 BLT의 핵심은 달 궤도선을 달로 바로 보내는 게 아니라 달을 훨씬 지난 먼 우주를 향해 던지듯 날려 보낸 뒤 태양과 지구 중력에 이끌려 커다란 S자를 그리며 부메랑처럼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인 38만㎞의 4~5배 거리까지 탐사선을 날려 보내지만 결국 달 주변으로 귀환한다는 얘기다.

기존 계획인 PLT 방식보다 훨씬 먼 거리를 비행하지만 천체의 중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추진력을 얻으려고 연료를 소모하는 구간은 더 적다. PLT가 지구 주변을 3~4바퀴 돌다가 점차 고도를 높여야 하고 달 중력에 포획되기 위해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 등 연료 소모가 많은 것과 대비된다. BLT는 한국이 원래 하려던 PLT방식보다 연료 소모가 25% 적다. 다만 PLT 방식을 쓰면 달까지 한 달이면 가지만, BLT 방식으로는 3~4개월이 걸린다.

이상률 단장은 BLT 궤도를 적용하기 위해 해당 궤도를 창안한 에드워드 벨브루노 박사와 직접 만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벨브루노 박사는 수학과 천문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로 NASA 제트추진연구소에서 재직했다. 예술가로서 능력도 있어 파리와 로마 등 다양한 도시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 단장은 “달의 공전 속도와 비슷하게 달 근처로 접근하면 달의 중력에 붙잡혀 자동으로 달 주변을 돌 수 있을 거라고 벨브루노 교수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개발진도 ‘성공 확률 높다’로 유턴

BLT는 한국이 한 번도 운영해 본 적 없는 고난도 궤도이다. 게다가 이 궤도를 선택하게 된 것도 예상 외로 궤도선 중량이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기술적인 난제를 헤쳐가는 것은 물론 이 같은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개발 조직도 동시에 정비해야 했다.

이 단장은 “부임 직후인 지난해 12월 내부 상황을 확인해 보니 조직 측면에서는 사업단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역할과 책임도 불명확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달 탐사 사업의 통합 일정을 관장하는 담당자도 없었다”며 “궤도 변경에 따른 예산확보 여부 역시 불투명했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현재는 이런 문제들이 해결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초까지는 발사된 궤도선 운영을 위한 위성연구소와의 협력 체계 불명확, 상세설계 완료 지연, 궤도 변경에 따른 추가 일정 지연 가능성 등이 모두 시급한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다양한 노력 끝에 지난해 2월에는 위험도가 크게 낮아진 뒤 현재는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이 단장은 설명했다.

지난 9개월여 동안 진행된 노력은 달 탐사 사업을 준비하는 과학자들 내부의 기류를 바꿔 놓았다. 이 단장은 “지난해 11월 28일 달 탐사선 사업단과 위성연구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달 궤도선 사업이 성공할지를 물었는데 27명 응답자 가운데 85%가 실패할 것이라고 대답했다”며 “그런데 내부 정비 뒤인 올해 4월 설문조사를 다시 했더니 83%가 성공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성공과 실패 전망의 비율이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이 단장은 “2022년 8월 1일부터 9월 초순 사이에 발사하면 달 궤도 도착일은 2022년 12월 16일이 된다”고 말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달 궤도선의 비행모델 조립을 시작해 내년에 완료할 계획이다.

2016년 시작한 달 탐사 사업에는 2022년까지 2333억 원이 투입된다. 달 궤도선은 미국의 민간우주기업인 스페이스X 로켓을 통해 발사될 계획이다. 한국의 첫 달 탐사가 우여곡절을 딛고 독자적인 우주탐사 역량과 국격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