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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美, 中 '반도체 심장' SMIC 겨눴다…"삼성ㆍ하이닉스엔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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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부, 수출 규제 '블랙리스트'에 SMIC 포함
SMIC는 中 '반도체 굴기' 핵심 기업
"삼성,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팹리스 물량 가져갈 듯"
한국일보

글로벌 파운드리 상위 5개사 시장 점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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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화웨이에 이어 중국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에 대해서도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 계획이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이로 인해 반도체 업계에서 공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에게 반사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자국 컴퓨터 칩 업체들에게 서한을 보내 SMIC에 민감한 기술을 수출하기 전 반드시 허가 면허를 받아야 한다고 알렸다. 이에 미국의 반도체 장비 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등은 앞으로 SMIC에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장비나 부품을 팔기 위해선 상무부의 허가를 거쳐야 한다. 이미 화웨이, ZTE와 이들 기업의 계열사 등 275개 이상의 중국 기업에 이 조치가 적용되면서 사실상 중국 업체들의 핵심 부품 수급 길은 끊긴 상황이다.

미국이 전 세계 반도체 장비 기술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제재로 SMIC는 7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의 미세 공정 개발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는 반도체 회로의 굵기를 나타낼 때 쓰는 단위이며, 회로가 얇을수록 단위 면적당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현재 SMIC는 이제 막 14나노미터 제품 양산을 시작한 단계로, 업계에선 이미 7나노미터 이하 제품을 생산 중인 TSMC, 삼성전자와 기술 격차가 3년 이상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SMIC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자국의 엄청난 시장 규모로 반도체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주요 변수로 꼽혀왔다. 이미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이런 과정을 거쳐 액정표시장치(LCD) 업계 1위로 올라선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MIC의 올 2분기(4~6월) 기준 시장 점유율은 4.8%로, TSMC(51.5%), 삼성전자(18.8%)에 뒤진 5위다.

미국 정부는 SMIC를 '블랙 리스트 기업' 명단에 포함시키면서 중국과의 디지털 패권 경쟁에서 절대적 우위에 올라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SMIC를 집중 지원해왔다. 5세대(5G) 통신장비와 최첨단 스마트폰을 화웨이에서 생산했다면, 그 제품 내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SMIC에서 개발하는 식이었다. SMIC는 지난 5월 국가집적회로(IC)산업투자펀드와 상하이집적회로펀드로부터 총 22억5000만달러(약 2조6,400억원)을 투자받았고,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관리위원회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또 중국 정부의 10년 법인세 면제도 예정된 상태였다. 화웨이도 대만의 TSMC에게 맡겼던 스마트폰 핵심 부품 생산을 SMIC로 돌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SMIC의 야욕이 꺾이게 되면서 중국 내 파운드리 수요 일부를 국내 업체들이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가 애플, AMD 등의 물량으로 생산 라인을 전체 가동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시스템IC(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자회사), DB하이텍이 중국 물량의 상당 부분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충북 청주공장에 있는 파운드리 설비를 우시(无锡)로 이전, 올 연말부터 본격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팹리스 업체들은 SMIC 제재 가능성에 따라 향후 재고 확보 차원에서 해외 파운드리 업체에 긴급 주문을 넣을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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