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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美, LG·SK 배터리 분쟁 최종판결 연기… 사태 새 변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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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위, 10월 26일로 3주 늦춰

업계, 코로나 영향 따른 순연으로 해석

일각 “추가 검토 필요 판단했을 수도”

2월 예비 판결 확정 땐 SK 美 수출 금지

SK 투자 美에 이익… 사업 허용 가능성도

최종 판결 후 협상 통한 마무리 전망 우세

세계일보

인력 유출 문제로 시작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기밀 침해 소송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이 사건을 맡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다음달 5일(현지시간)로 예정됐던 판결을 3주 연기했다. ITC가 올 2월 내린 SK 조기패소 예비판결(Default Judgment), 4월 전면 재검토(Review in its entirety)에 이은 소식이다. 양 사는 당초 판결이 1주일여 앞이 되도록 ‘입장→반박→재반박’을 이어가며 극한 대립을 멈추지 않았다. 비공식 물밑 협상도 던져보기 식으로 진행되다 중단됐다. 현재로서는 총수 담판론 같은 희박한 기대보다는 ITC 판결을 통해 서로 상처를 확인한 뒤에야 ‘합의’로 정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미 ITC는 최종 판결 일정을 26일로 3주 연기한다고 25일 공지했다. 따로 설명은 없었다.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순연으로 해석한다. 최근엔 치열한 당사자들과 달리 ITC가 소송 사무를 무성의하게 처리한 정황이 여럿 포착됐다. 예비판결이 전면 수정된 전례가 없고, ITC가 변방 국가 기업 간의 분쟁을 치열하게 검토할지 의문이어서 한 번 기운 분위기를 뒤엎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ITC가 ‘위원 5인 만장일치’로 예비판결에 스스로 제동을 걸고, 양 사에 소송 본질에 관한 답변서를 요청하는 등 최근 행보를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변수가 새로 생겼거나 검토할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ITC는 내달 말까지 법정모독(증거인멸) 혐의를 포함, 본안인 영업기밀 침해, 미국 공익에 관한 영향 등을 종합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 별건(특허침해 소송)도 붙어 있다. 시나리오는 크게 셋이다. 우선 ITC가 예비판결(SK 실격패)을 그대로 확정하는 경우다. ITC가 SK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 등에 대한 미국 수입금지를 요구하면 미 대통령이 60일 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SK로선 패소가 확정되면 LG에 막대한 합의금과 로열티 등 각종 배상을 약속한 뒤 사업을 보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우선주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하기 힘든 점은 변수다. 미국에 건설 중인 SK 공장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 1위 기업인 포드 전기차 신차에 공급될 배터리 제조기지이고, 최태원 SK 회장이 나서 “50억달러 투자”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46년 ITC 역사에서 대통령 거부권은 몇 차례뿐이었다. 2013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삼성 특허를 침해한 애플 제품의 수입금지를 요구한 ITC 결정을 거부하고 애플을 사면한 바 있다.

두 번째는 ITC가 예비판결을 인정하되 ‘공익(Public)‘을 따지겠다고 할 가능성이다. 양 사의 잘잘못은 가리되 미국에 대한 이해관계를 따지는 것이다. 현지 정계와 미 기업은 SK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 혹여 ITC가 이런 식으로 탈출구를 찾는다면 LG로선 명분은 얻지만 실리를 잃는 결과가 된다. 업계는 양 사가 로펌과 로비스트 등에 6000억원 규모를 썼을 것으로 추정한다. 마지막 가능성은 예비판결에 대한 ‘수정(Remand)’ 지시다. 사실상의 전면 재검토이자 ‘다툼의 여지가 확인’되는 셈이다. 이번 분쟁을 시작한 LG로선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된다.

양 사 협상은 지난 2월 LG 측이 ‘10조원+로열티’를 제시한 뒤 최근 ‘1조2000억원+로열티’로 낮추면서 간극이 많이 좁혀졌다. 다만 SK 측은 “셈법과 근거가 고무줄이고 그런 지출은 배임에 해당한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양 사가 이제는 기술침해 본질이 아닌 ITC의 룰을 놓고 극한 대립 중”이라며 “특허 전문가들과 함께 양 사 배터리를 분해해서 규명하는 게 나을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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