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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역시나, 트럼프…대선 38일 앞두고 새 대법관 후보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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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상원 인준 표결

선거 전인 한 달 내 끝낼 것”

임명 땐 대법 보수 절대 우위

반발 민주당, 막을 도리 없어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별세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연방대법관 후임으로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고법 판사를 26일(현지시간) 공식 지명했다. 오는 11월3일 대선을 불과 38일 앞두고 지명한 것이다. 여당인 공화당은 배럿 신임 대법관 후보자의 상원 인준절차를 대선 이전에 마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은 대선 이후로 인준 절차를 미룰 것을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 배럿 판사와 가족, 행정부와 의회 인사들을 초청해 기자회견을 열고 “견줄 데 없는 업적과 우뚝 솟은 지적 능력, 훌륭한 자격, 그리고 헌법에 대한 단호한 충성심을 갖고 있다”며 배럿 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지명했다. 이어 “상원 법사위가 정확한 날짜를 정하겠지만 (인사청문회가 다음달) 12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 달 안에 인사청문회를 끝내 선거 전 표결까지 마치겠다고 한 것이다.

경향신문

배럿 판사는 ‘보수의 아이콘’이자 자신이 서기로서 모셨던 고 앤터닌 스캘리아 전 대법관이 남긴 법언을 인용해 “판사는 법을 적힌 대로 적용해야 한다”며 “판사는 정책 입안자가 아니며, 자신들이 가졌을지 모르는 정책적 관점을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적 법률 해석을 강조한 것이다. 전임인 진보성향의 긴즈버그 대법관에 대해선 “유리천장을 깼을 뿐만 아니라 때려부쉈다”며 “그녀의 공직 생활은 우리 모두에게 모범”이라고 했다.

배럿 판사가 대법관이 될 경우 미 연방대법원은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보수 절대 우위 구도가 굳어지게 된다. 미국 대법관이 종신직이고 그의 나이가 48세인 것을 감안하면, 미국 대법원의 보수 우위 구도는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배럿 판사가 취임하면 역대 5번째 여성 대법관이자 1991년 43세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이래 두 번째로 젊은 대법관이 된다.

배럿 판사는 모교인 노터데임대에서 15년간 교수로 있다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연방고법 판사로 임용됐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일곱 자녀를 두고 있으며, 2명은 아이티 출신 입양아다. 출산 전 검사에서 막내아들이 다운증후군이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출산하는 등 임신 중단에 반대한다. 총기 소유를 옹호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법원이 2012년 전 국민 의료보험인 ‘오바마케어’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리자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지명식에 아이들과 함께 나왔는데, 임신 중단을 반대하고 가족을 중시하는 보수주의자란 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CNN은 공화당이 10월 셋째 주에 배럿 판사에 대한 상원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고, 10월29일 이전에 인준 투표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성향 대법관 임명이 보수성향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므로 손해볼 것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수차례 대선 불복을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와 관련해 소송전이 벌어질 경우 보수 절대 우위의 대법원 구도가 유리하다고 계산했을 수도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성명을 내고 “미국 국민이 차기 대통령과 의회를 선택할 때까지 상원이 대법관 공석을 메우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를 하는 상원에서 다수를 차지한 공화당을 막을 뾰족한 수단은 없다. 상원 의석은 공화당 53석, 무소속을 포함한 민주당 47석이다. 다만 보수 우위의 대법원이 진보진영이 의존해온 기존 대법원 판례를 줄줄이 후퇴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이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민주당과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 결집하는 현상도 감지되고 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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