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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재생에너지 개척” 해상풍력발전에 뛰어든 ‘중후장대’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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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제강 ‘큰 시장’ 영국 기초구조물용 철강 제작 사업에 첫 진출

석유공사는 현대중공업과 부유식 해상풍력 공급체계 구축 MOU

포스코도 철강재 공급하며 가세…외국 업체와 격차 극복이 과제

[경향신문]

경향신문

철강·조선 등 ‘중후장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해상풍력발전은 국토가 좁고 산이 많은 한국에서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동시에 세계적인 수요 급증으로 한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발전 기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에너지 플랜트’ 기업 외에도 철강업·조선업계까지 시장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송유관 등을 만드는 국내 최대 강관업체 세아제강은 지난 20일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영국에서 기초구조물용 철강 제작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세아제강은 영국 동부 험버강 인근에 해상풍력발전 하부를 지탱하는 구조물인 모노파일용 철강 제조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영국은 유럽 모노파일 수요의 45%를 차지하지만, 자국 내 생산설비가 없어 전량을 수입해 왔다. 남형근 세아제강지주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해상풍력시장인 영국에서 유일한 모노파일 제조기지가 들어설 것”이라며 “2023년부터 연간 100개 이상의 모노파일을 생산,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8일 조선 주력 기업인 현대중공업과 부유식 해상풍력 한국형 공급체계 구축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울산 남동쪽 해상에 있는 동해 가스전 시설을 200㎿급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소로 전환하는 사업을 위해서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상구조물의 설계와 제작, 설치 등의 기술 검토를 담당할 예정이다. 철강기업 포스코도 해상구조물용 철강재를 공급하며 이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철강·조선기업들까지 국내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한국의 지리적 특수성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태양광·풍력 발전용량을 2025년까지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11조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한국처럼 국토가 좁은 데다 산악지형이 많은 곳에서는 육상풍력에 적합한 지역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해상풍력 확대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육상풍력 추진 시 발생할 수 있는 소음 피해나 주민 반대 등을 피할 수 있는 등 입지도 비교적 자유롭다. 먼바다로 갈수록 양질의 바람을 얻을 수 있어 발전효율이 높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철강·조선업계에서는 수익성 개선의 ‘열쇠’로도 기대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기 구조물을 제작하고 설치하려면 이들 업체의 기술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상풍력발전기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타워와 하부 구조물은 20년 이상 버틸 수 있는 철강 소재로 제작돼야 한다. 바다의 극한 환경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8~9㎿급 대형 해상풍력발전기 1기를 만드는 데는 약 1500~2300t의 강재가 쓰인다.

포스코는 현재 영국 혼시 해상풍력단지에 하부 구조물용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2017년부터 대만, 영국 등에 하부 구조물용 후판을 공급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체는 해상풍력설치선(WTIV)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WTIV는 대당 2억9000만달러(약 3400억원)에 이른다.

한국 조선업체의 주력 선종이자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가격의 약 1.5배에 이른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초 모나코 선사 스콜피오 벌커스와 WTIV 1척에 대한 건조의향서를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2010년 수주한 WTIV를 싱가포르 선주에 인도한 경험이 있다.

해외시장 전망도 밝다. 세계적으로 해상풍력발전 비중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풍력발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신규 풍력발전기 설비 중 해상풍력발전의 비중은 10%를 넘어섰다. 2025년에는 전체 풍력발전에서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선두업체들에 비해 한국 업계가 해상풍력발전에 늦게 뛰어든 만큼 전반적인 ‘기술 격차’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아직까지 국내 발전량이 적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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