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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바다 위 80m 거리서 신분 확인? 北 궤변에 반박도 못하는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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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7일 전남 목포시 죽교동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국가어업지도선 전용부두에 정박하고 있다. 무궁화 10호는 북한군 총격을 받고 숨진 공무원이 실종 직전까지 탄 어업지도선이다.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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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25일 청와대 앞으로 보낸 통일전선부 통지문을 통해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를 총살한 데 대한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북측 주장 상당 부분이 우리 군(軍) 설명과 배치되고 모순돼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비무장 상태로 바다에서 표류 중인 일반인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는 한국군 발표로 북한의 반인륜적 만행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면 전환을 위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북한은 통전부 통지문에서 “(단속정) 정장의 결심 밑에 10여 발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다”며 “(확인 수색 결과)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고, 부유물을 소각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북측이 ‘상부 지시’로 실종자에게 사격을 가한 후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한 북한군이 시신에 접근해 기름을 붓고 불태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있던 시신이 피격 후 갑자기 사라지고, 북측이 부유물 하나를 태우는 데 40분가량이 걸렸다는 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또 “불법 침입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을 확인했고, 공탄 2발을 쏘자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했다. 이를 놓고도 “파도 치는 바다 위 80m 거리에서 정상적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박 자체의 소음과 해상에서의 소리 전달력 등을 감안하면 소리를 질러도 듣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다.

북한이 A씨에게 총격을 가한 이유로 꼽은 ‘도주 우려’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북한은 “우리 측 군인들이 단속 명령에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2발의 공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30시간 이상 바다에서 부유물 하나에 의존해 표류하느라 기진맥진한 A씨가 무장한 북한군을 앞에 두고 도주를 시도했다고 판단한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했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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