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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OUII 의견서, 불법 취업 논란...코너에 몰리는 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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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말리는 승부

[이코노믹리뷰=최진홍, 박민규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특허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전투거 거듭될수록 SK이노베이션이 점점 코너에 몰리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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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II 의견서 파문

LG화학와 SK이노베이션은 특허 분쟁을 치르며 말 그대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LG화학의 직원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며 인력 빼가기 및 영업 비밀 침해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조만간 이와 관련된 최종 판결을 내릴 전망이다.

승부의 추는 LG화학쪽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관련된 논란에 휘말리며 증거를 인멸했다는 부분에 있어 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린 상태다. 이런 가운데 배상금을 둘러싼 인식에 있어 두 회사가 상당부분 이견을 좁히지 못해 SK이노베이션의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이미 미 조지아주에 총 25억달러(약 2조9700억원)를 들여 21.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ITC가 10월 5일로 예정됐던 최종 판결 일정을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같은 달 26일로 미룬 가운데,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LG화학을 설득해 배상금 규모를 줄일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LG화학의 입장이 너무 강경해 극적인 타결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증거 인멸에 있어 LG화학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판단이 나와 눈길을 끈다.

실제로 ITC 산하 OUII는 지난 25일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994특허 발명 이전에 LG화학의 A7배터리셀이 ‘3면 봉합 파우치 형태’를 채택했다는 세부정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견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이 A7배터리를 참고해서 994특허를 발명했으며 나아가 ITC수석판사가 LG화학측의 ‘발명자 부적격으로 인한 특허 무효 주장’과 관련된 문서들을 제출하라고 명령했음에도 불구하고, SK이노베이션은 의심할 여지없이(unquestionably) 관련성이 존재하는 2013년 5월자 PPT문서를 여전히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994특허가 A7 배터리를 참고해서 발명했다는 논리도 큰 의미가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이 의심할 여지없이(unquestionably) 관련성이 존재하는 문서를 여전히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대목이 더욱 휘발성있다.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가능성에 설득력을 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발명자 부적격’ 항변과 관련 있는 문서를 제출하라는 ITC수석판사의 문서제출 명령을 위반했으며 (LG화학이 신청한) 법적 제재는 부과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달 21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특허 소송 관련 증거 인멸을 주장하며 이에 대해 법적 제재를 가할 것을 ITC에 요청한 바 있다. 요청서에는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9월 LG화학을 상대로 미 ITC에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의 대상인 994 특허가 이미 LG화학이 개발한 기술이라는 주장도 담겼으며 SK이노베이션이 이와 관련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 주장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 측은 해당 특허가 자체 개발 기술임이 명백하며, LG화학의 특허 침해가 확실하다고 반박했다. 증거 인멸 또한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며, 일체의 대응 가치가 없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할 것이라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OUII가 LG화학의 주장을 전격 받아들인 셈이다.

SK이노베이션도 발끈했다. 27일 입장문을 통해 우리의 주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제재요청서에 대한 의견서를 ITC가 정해준 일시인 9월 11일에 제출했다"면서 "그런데, OUII의 담당 Staff Attorney의 의견 제출 기한도 동일한 9월11일이다 보니 같은 날 제출된 SK이노베이션의 반박의견서를 살펴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LG화학의 주장만을 토대로 자신의 의견서를 작성한 것"이라 지적했다.

논란의 핵심, 이른바 문서 삭제와 관련된 논란도 사실이 아니라 거듭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994특허 발명자가 특허침해 소송이 예견된 2019년 7월 이후 관련 문서를 삭제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 측 포렌식 전문가의 분석결과 LG화학이 발명자가 삭제하였다고 주장한 주요 문서들은 한 건도 빠짐없이 정상 보존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ITC에 증거로 제출했다"면서 "SK이노베이션은 발명자의 VDI(Virtual Desktop Infrastructure, 일종의 클라우드 업무시스템) 백업파일을 포렌식 목적으로 LG화학에 제공한 바 있음에도 LG화학은 이 같은 팩트를 왜곡해 문서 삭제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LG화학은 디지털 포렌식에 앞서 SK이노베이션이 경쟁사의 A7 등 선행 제품을 참고해 994특허를 발명했다고 주장하며, 수발신 이메일 대상으로 키워드 검색 요청(3월 13일)과 디지털 포렌식(6월 10일)을 차례로 요청해 6월 22일부터 8월 7일까지 포렌식을 진행했다면서 "A7은 LG화학이 주장하듯 994특허의 선행기술이 될 수 없다. A7은 3면 Sealing을 적용했다고 하지만, 정교한 기술 설계가 반영되지 않았고, Space 설계기술은 아예 적용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코너에 몰린다...정면돌파

ITC 산하 OUII 판단이 나오며 SK이노베이션은 우리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내달 25일로 연기된 ITC 최종 판결에 있어 SK이노베이션이 극적인 반등을 이뤄내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에는 조지아 공장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의 불법 취업 논란이 커지며 일부 직원이 체포되는 등 악재가 겹치는 분위기도 연출된다. 완벽한 코너에 몰렸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정면돌파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각오다. ITC에 관련 소명을 더욱 철저히 하는 한편, 조지아 공장 현장의 불법 취업 문제를 해결하며 정식 일자리 창출 의지도 강조했다.

최진홍,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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